김연경(왼쪽)-이재영 선수

김연경(왼쪽)-이재영 선수 ⓒ 한국배구연맹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은 2020-2021시즌 V리그가 어느덧 1라운드 종료를 앞두고 있다. 10일 경기를 끝으로 1라운드를 마감하고, 11일부터는 2라운드에 돌입한다.

올 시즌 프로배구 최고 화두는 김연경(32세·192cm)의 V리그 복귀였다. 여자배구 세계적 슈퍼 스타의 국내 무대 활약상은 일반 대중과 방송∙언론매체로부터 연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연경은 역시 김연경이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로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1라운드를 5전 전승(승점 14점)으로 마감했다. 2위 팀과 승점∙승패에서 2배 차이가 났다.

기록으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김연경은 9일 현재 2020-2021시즌 V리그 개인 기록에서 공격 부문 4관왕을 달리고 있다. 공격성공률, 공격효율, 오픈공격, 서브에서 모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수비 부문에서도 수비 종합 9위, 디그 6위에 올라 있다. 2단 연결의 정확성도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주전 리베로급 수비력과 세터 못지않은 2단 연결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공격효율 51.3%' 경이적 기록... 공격 부문 4관왕 '1위 질주'

김연경의 기량이 가장 돋보였던 경기는 지난 3일 흥국생명-현대건설전이었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 공격성공률 53.9%, 공격효율 51.3%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공격성공률도 매우 높았지만, 공격효율 50%대는 국내는 물론 해외 리그에서도 좀처럼 나오기 힘든 수치다. 

'공격효율'은 공격 성공 숫자에서 본인의 공격 범실과 상대팀 블로킹에 막혀 공격 실패한 숫자를 모두 뺀 수치를 총 공격시도 수로 나눈 비율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공격효율은 단순한 공격성공률보다 수치가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공격 성공 숫자보다 범실과 블로킹에 차단 숫자가 더 많아 공격효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만큼 공격효율은 해당 선수가 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이다. 해외 리그나 국제대회에서도 공격성공률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다. 여자배구 선수의 경우, 공격효율은 25%만 넘겨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현재 매 경기마다 선수들의 공격효율을 데이터 뱅크 기록지에 표시하고 있다. 김연경이 이번 V리그 1라운드(5경기)에서 기록한 '평균 공격효율'은 35.9%다. 

이는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V리그 여자배구 선수 중 단연 1위다. 현재 V리그 공격효율 순위는 1위 김연경 35.9%, 2위 디우프 33.0%, 3위 러츠 30.6% 순이다. 30%를 넘는 선수는 이들 3명뿐이다.(KOVO 기준인 팀내 공격 점유율 20% 이상 선수를 대상)

김연경이 돋보이는 대목은 외국인 선수와 달리 서브 리시브, 디그 등 수비까지 적극 가담하면서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이다. 수비 가담을 많이 하는 선수는 공격만 전담하는 선수보다 공격효율을 높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절대 1강'으로... 보완점과 숙제도 발견
 
 20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 경기 모습 (2020.10.31)

20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 경기 모습 (2020.10.31)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에는 김연경 말고도 걸출한 스타 선수들이 있다. 공격 삼각편대의 한 축인 이재영(24세·178cm)은 득점 부문 6위, 공격성공률 5위, 오픈공격 4위, 수비 종합 5위를 기록하며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29세·195cm)도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며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때 흔들렸던 이다영(24세·179cm)의 토스도 7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풀어야 할 숙제도 남겼다. 날개 공격수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김연경, 이재영, 루시아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의 팀내 공격 점유율이 무려 86.1%다. 현재 여자배구 6개 팀 공격 삼각편대의 공격 점유율을 살펴보면, 흥국생명이 단연 1위다.

반면, 흥국생명 센터진의 공격 점유율은 8.7%로 6개 팀 중 최하위다. 다른 5개 팀의 센터진 공격 점유율은 10.6%(GS칼텍스)~38.0%(현대건설)를 기록하고 있다.

진정한 슈퍼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센터진의 속공, 공격수의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등 공격 다변화를 위한 시도가 더 늘어야 한다. 공격 루트가 단순하면, 우승을 다투는 중요한 국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거나 자멸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빅 리그에서 초호화 군단을 갖추고도 우승에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전 경기 매진... 관중 50% 확대해도 '2분 만에 매진'

김연경 복귀는 경기 승패를 떠나 V리그의 전반적 수준과 인기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다른 팀들이 흥국생명을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6위 팀이 서로 물고 물리며 접전을 펼치면서 순위 싸움도 치열해졌다. 감독과 선수들 인터뷰에서도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흥국생명을 꺾는다면, 그 후광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도 이미 경험했다. 지난 9월 KOVO컵 대회에서 유일하게 흥국생명을 꺾었던 GS칼텍스가 산증인이다.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단과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재 김연경·흥국생명 경기의 인기는 스포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흡사 인기 아이돌 그룹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연상케 한다. 김연경,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외국인 선수 루시아, 이주아(대표팀 센터), 박현주(지난 시즌 신인왕) 등 어린 선수들까지 팬들의 이목를 끄는 캐릭터가 즐비하다.

흥국생명 경기는 지난달 24일 V리그 티켓 예매가 시작된 이후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전 경기 '광속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관중 50% 확대도 김연경과 흥국생명 경기를 보려는 '직관 열풍'을 담아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11일 열리는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의 티켓 예매는 판매 좌석수가 기존 840석에서 1692석으로 두 배나 늘었지만, 예매 오픈 2분 만에 매진됐다. 실제로 지난 5일 실시된 티켓 예매에서 팬들은 오픈 후 2분이 지나면서 1~2장 남은 표를 낚아채느라 전쟁을 치러야 했다. GS칼텍스 구단은 "10분 만에 결제까지 모두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스포츠 경기, 그 이상... '배구 이이돌 콘서트' 되다
 
 박현주(왼쪽)-이다영 선수

박현주(왼쪽)-이다영 선수 ⓒ 한국배구연맹

 
V리그 티켓 판매도 현재는 PC와 스마트폰 등에서 '온라인 예매'만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예매는 한국배구연맹(KOVO)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능하다. 경기장에서 현장 판매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티켓 예매가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 돼버렸다.

표 구하기가 험난해지자, 티켓 재판매 중개 사이트에서 흥국생명 경기 티켓을 정상 판매 가격의 2배~1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회사 직원들도 각자 예매를 통해 티켓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표를 구하지 못한 직원들이 아우성"이라며 "온라인 예매가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은 경기장에 오셔서 왜 현장 판매를 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쏟아낸다"고 곤혹스러워했다.

흥국생명 경기의 TV 시청률도 독보적이다. 케이블TV 시청률 1%가 훨씬 넘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케이블TV의 재방송 횟수도 엄청나다. V리그 사상 최초로 광고가 붙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여자배구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구단 모기업 입장에서도 1년 여자배구단 운영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광고·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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