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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예술은 늘 일상 안에 있었어요. 대화하는 것, 관계 맺는 것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서울 동작구 신대방에 있는 공간 하얀정원의 홍예지 대표는 일상 안에 깊숙하게 들어온 예술이 반가운 듯했다. 일반인들에게 멀기만 했던 예술은 요즘 생활문화, 생활예술 등의 이름으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삶 속에 예술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이곳에 가보자. 예술서점이자 갤러리, 연구소인 하얀정원은 누구나 예술을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독립출판사로서 미등단 청년 작가들의 책을 펴내기도 한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에서는 지역 가게를 소개해 지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네 상권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서동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 작가들의 숨 쉴 틈

  
하얀정원
 하얀정원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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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정원을 소개해주세요.
"독립출판사 아름다움의 오프라인 쇼룸입니다. 책과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가를 위한 아지트고요. 여기서 예술가라는 건 미대나 음대를 졸업해 예술을 공부하신 분만 칭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색과 목소리를 찾는 모두를 뜻해요. 그런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예술가들이 저희공간을 아지트 삼아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창작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 아름다움 출판사에서는 어떤 책을 내고 있나요?

"대표적으로는 인문예술 콘텐츠를 담는 숨시리즈가 있습니다. 숨이라는 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숨 쉴 틈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어요. 특히 청년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요.

20대 혹은 30대에 첫발을 내딛는 예술가들은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이나 사회적 압력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누구나 처음 자전거를 타면 넘어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시작할 때는 실수도 있는 건데 이 사회는 너무평가에 엄격한 것 같아요. 다쳤을 때 다독이기보다 꾸짖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기성작가에게만 기회가 오고, 청년 작가들은 설 곳이 없어지죠. 그럴 때 숨통을 틔워 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이 시리즈를 만들게 됐어요." 
  
하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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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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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작가들이 여기서 책을 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단하지 않아도, 유명하지 않아도 저희 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어요. '첫걸음'을 응원하는 취지에서 봤을 때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죠. 독자들에게 잘 팔리는 검증된 콘텐츠의 책을 내기보다 내 또래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 등단작가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미등단 작가가 생긴다고 그들의 입지가 줄어들진 않을 것 같아요.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경로로 예술을 창작하고 소비하셨으면 해요."

하얀정원은 독립출판사의 서점이고, 창작공간이자 갤러리이며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연구소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지만 의외로 이런 활동이 하나의 지향성을 가지는 듯했다.

"공간은 운영자를 닮기 마련인데, 저희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음악을 하면서 예술 분야를 좋아하게 됐든요. 미학 공부도 하게 됐고, 지금은 출판과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있고요. 제 동생도 시를 쓰면서 타로 상담을 하고 작사, 작곡도 하고 있어요. 예술활동이 서로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다양하게 섞여 있는 거죠." 

- 어떤 음악을 하셨어요?
"홍범서라는 어쿠스틱 트리오랑 셀프드링커스라는 인디밴드에서 활동했어요. 홍범서트리오는 지역 청년들이 구수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어쿠스틱 밴드였고, 셀프드링커스는 누구나 흔들거리며 자연스럽게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밴드였죠. 사운드마인드라는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만났던 인연들이 음악을 함께 하게 되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지금도 하얀정원 안에는 몇 가지 연주할수 있는 악기가 있고 음악앨범들도 있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도 책만을 위해 오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예술을 즐기면서 평안하게 계셨으면 해요." 

일상 안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
 
하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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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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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함께 운영하시는 동생분도 그렇고요.
"저는 대학을 경영학과로 갔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그래서 미학을 복수전공하다가 대학원에 가서 미학을 좀 더 공부했죠. 그때 아름다움 출판사를 준비하고 석사를 마치기 전에 하얀정원을 오픈했어요. 동생은 대학에서도 뇌과학 관련된 공부를 했는데 표현은 시 같은 문학으로 하고 있어요."

- 미학 공부는 어땠어요?
"좁은 의미에서는 내가 왜 특정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훈련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예쁘고 보기 좋은 것만 미가 아니라는 걸 배우기도 했고요. 미가 무엇이냐에 대한 원론적인 공부를 한 셈이죠. 미라는 게 예술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나 발언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일상에서도 그런 눈을 갖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얀정원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인문강좌를 열고 있다. 11월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뒤에 찾아오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인문학적으로 고민해보는 '상실의 슬픔 속에서 찬란한 춤을', 청년 동아리 '관악의 딸들'과 함께하는 '생각하는 여자 - 인문학 토크' 등이 열린다. 
 
하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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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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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정원을 아지트로 삼으려면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궁금합니다.
"문화연구수업도 열리고 있어요. 예술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양질의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잇는 기회를 많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어요. 동생이 타로상담, 심리상담도 하고 있어서 누구나 편하게 오셔서 환대받으실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교류하면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런칭하려고 해요."

하얀정원이 위치한 신대방은 고즈넉한 동네지만 곳곳에 소담한 공방과 갤러리가 숨어 있다. 최근 신대방으로 이사를 온 하얀정원을 동네 주민들도 반기는 눈치다. 
 
하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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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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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커뮤니티와 연계한 활동도 활발하게 하시는 것 같아요.
"이곳에 앉아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연계 사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2019년에 '관악, N개의 서울'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관악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예술가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여덟 명(팀)의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해서 <예술가의 방 예술가의 도구>라는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작업공간과 작업도구도 함께 소개하면서요. 저는 인터뷰어와 기획단, 발행인으로 참여했어요. 사실 그런 책들은 내부 보고용으로만 제작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끝내기에는 콘텐츠가 너무 아쉬웠어요. 동네서점에서 주민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자료집이었으면 했죠."

- 이 지역만의 특성이 있나요?
"관악구는 특성상 보증금,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많은 예술가분들이 오시고 떠나시고를 반복해요. 그게 부정적이기보다는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을 기록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예술가분들이 관악에 있는데도 예술과 접점이 없는 주민들은 그런 줄 모르고 계시거든요. 예술이 멀지 않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11월에도 관악 아트워크 관련 전시에서 봉천동을 담당해 콘텐츠를 만들어볼 것 같아요." 

-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하얀정원에 오시면 그림도 보실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작품을 소장해서 제 컬렉션을 공개하는 형태로 운영했는데, 욕심을 좀 더 부리자면 창작자들과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갤러리 역할도 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응원 받고, 안전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요. 하얀정원은 단순히 책만 판매하고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었으면 해요. 언제 찾아오셔도 저는 모든 찾아오시는 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열고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일상에 여유가 없어 예술을 즐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을 즐기면 바쁜 일상에 숨어 있는 틈을 즐길 여유가 생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일상 안에서 예술을 즐기고 싶다면 신대방에 있는 하얀정원으로 가 보자.

태그:#신림동쓰리룸, #아름다움출판사, #하얀정원, #관악오랑, #청년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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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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