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뷸러스>포스터

영화 <페뷸러스>포스터 ⓒ 싸이더스

 
영화 <페뷸러스>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며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너무도 다른 세 친구가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여성 서사와 대세 중의 대세인 인플루언서를 주제로 SNS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SNS의 팔로워, 좋아요, 클릭수가 또 다른 스펙이 되면서 그들의 관심을 사고파는 인간관계의 모습까지 조망하고 있다. 부정적인 모습은 없는 행복한 나라 SNS의 허와 실을 꼬집으며 관계의 이중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인플루언서와 친구 되기

대학 졸업장도 추천서도 다 필요 없다. 팔로워 2만을 넘어야만 매거진'톱'의 작가가 될 수 있는 로리(노에미 오파렐)는 인터쉽을 끝으로 아쉽게 직장을 떠나야 했다.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이유가 글을 잘 쓰는 실력보다 유명세가 우선이라는 것. 신인 작가 발굴이 곧 인플루언서라는 확인 사살은 로리를 절망하게 만든다.

드디어 백수 클럽 결성. 우울한 기분도 풀 겸 룸메이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와 클럽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이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인플루언서 클라라(줄리엣 고셀린)와 마주친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유명인이랑 지금 셀카 찍었어!" 클라라와 찍은 사진 한 장 때문에 하루아침에 850 팔로워가 늘어났다. 그야말로 스타 부럽지 않은 SNS 인플루언서의 인지도를 실감하게 된 로리. 고대하던 2만 팔로워를 목표로 클라라를 이용해 팔로워 수를 늘려가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함께 하면서 사진도 찍고 영상 콘텐츠도 발굴해 나간다. 덕분에 꾸준히 늘어나는 팔로워 수를 보며 '톱'의 작가 자리에 가까워진다는 기대감에 부푼다.
 
 영화 <페뷸러스> 스틸컷

영화 <페뷸러스> 스틸컷 ⓒ 싸이더스

 
하지만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인플루언서의 일상은 생각보다 즐겁지 아니했다.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일단 찍고 나서 먹어야 하는 기다림은 기본이었다. 조회 수가 많은 시간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백만 팔로워가 있으면 뭐하나. 진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곁에 없어 상실감과 외로움을 달고 살았다. 사생활 노출은 기본, 소녀들의 우상이자 누군가의 뮤즈로 각인되어야만 했다.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고 기록된다. 근사해 보이기 위해 지금의 아픔은 참아야만 했다. 바람피우는 남자친구를 이미지 관리 때문에 쉽게 내칠 수 없었으며, 저승사자 같은 협찬사의 구속에서 거짓 웃음을 보였던 클라라는 서서히 지쳐 갔다.

한편,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계속해서 낙방하는 첼리스트 엘리는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세상에 반기를 든다. 로리가 SNS에 영혼을 파는 게 여전히 못마땅하나 다양성을 인정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클라라까지 친구로 받아들인다. 어느 날 엘리는 로리와 클라라를 페미니스트 모임에 초대하게 되고 클라라는 적잖이 고무된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잊고 지낸 자신을 비로소 발견한다.

방에서 찍은 영상으로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된 자수성가형 스타 클라라는 항상 완벽함을 추구해야 했다. 팔로워와 협찬사 때문에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직시하게 된 클라라. 새로운 미의 기준도 깨닫는다. 포토샵으로 편집된 몸, 털이 없는 매끈함, 지켜주어야 할 것 같은 나약함 등. 여성을 둘러싼 모든 이미지는 남성을 위한 성적 대상화임을 직시한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지난날이 가부장제가 수천 년 동안 만들어 낸 산물임을 깨달은 클라라는 결국 영화 시사회장에서 겨드랑이털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여성, SNS, 꿈, 성공
 
 영화 <페뷸러스> 스틸컷

영화 <페뷸러스> 스틸컷 ⓒ 싸이더스

 
영화는 SNS 스타의 민낯을 하나씩 탐구하며, 미디어가 만든 여성성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보게 한다. 55 사이즈의 옷, 화장, 제모, 답답한 속옷, 365일 다이어트 등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멈출 수 없는 이유를 떠올리게 만든다. 클라라가 지는 별이라면 로리는 떠오르는 별이었다. 로리는 클라라의 협찬사 BFF의 차기 모델로 선정되고 칼럼의 작가라는 것도 밝혀진다. 로리는 점차 유명인이 되며 완전히 다른 세계에 빠져 행복감에 취한다. 하지만 왕관의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고 이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반짝이던 세계를 갈망하던 로리는 SNS의 이면을 경험하고 나서야 허울 좋은 굴레였음을 느낀다.

또한 영화계 트렌드 중 하나인 SNS를 소재로 해 시대상을 반영했다. SNS 팔로워 수가 새로운 경쟁력, 스펙이 된 현실을 살아가는 세 사람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외모는 여전히 권력으로 힘을 떨치지만 원하는 일을 위해 개인 개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고통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꿈과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청춘을 다룬 여느 여성 서사 영화보다도 와닿았다. SNS로 겪는 흥망성쇠, 고단한 청춘들의 애환과 그 속에서도 우정을 찾는 진정성이 온택트와 언택트 필수 세대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영화 <페뷸러스> 스틸컷

영화 <페뷸러스> 스틸컷 ⓒ 싸이더스

 
세 캐릭터는 각자 자리에서 지극히 매력적이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외모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로리 역을 맡은 노에미 오파렐은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상되고 클라라를 맡은 줄리엣 고셀린은 제니퍼 로렌스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모우니아 자흐잠은 무심한 듯 다정한 츤데레 엘리를 소화해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그리고 여성을 향한 진짜 여성 영화다. 감독, 제작, 작가 모두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은 1세대 유튜버 출신으로 20대에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를 통해 변화된 SNS와 사회상까지 가미된 장면들이 재미 요소로 충분하다. 내 이야기 같아 짠하고, 주변에서 겪은 에피소드 같아 실감 나고, 저럴 수 있다고 맞장구치는 공감 가는 요소들로 109분을 꽉 채우고 있다.
페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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