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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일인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선거대책본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 미 대선일에 선거대책본부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선일인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선거대책본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 알링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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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연방 대법원으로 간다지만 저는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김주만 미 타우슨 대학(정치학과) 교수는 5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선거인단 확보에서 열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소송에 들어갔지만 승산이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 "미국 선거 관련 규정은 기본적으로 주 의회가 관장하고 주 법령에 대해서는 주 법원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라며 "소를 제기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후보가 개표 초반 선전했던 것은 "트럼프와 공화당이 당일 개표 결과가 트럼프에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직적으로 사전작업을 벌인 탓"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또 틀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주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반드시 여론조사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노스캐롤라이나나 조지아까지 이기면 선거인단이 321명인데, 그 정도면 좋은 승리"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주만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트럼프 초반 선전, 공화당 의도대로 돌아갔다"

-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바이든이 상당히 고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 만큼 바이든이 선전하지 못했다는 게 어제(4일 선거 당일)까지의 일반적인 관측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급증한 사전투표랑 우편투표를 언제까지 받을 것인가, 먼저 개표할 거냐 나중에 할거냐 등을 두고 트럼프와 공화당이 많은 사전작업을 벌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각개전투식으로 여러 주에서 싸웠다. 당일투표는 공화당이 많고 사전투표는 민주당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공화당이 당일 결과가 트럼프에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직적으로 신경을 썼다. 실제로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분위기가 공화당이 의도한 대로 돌아갔다. 그 부분까지 감안하면 바이든이 선전에 실패한게 아니라고 본다."

- 공화당이 당일 결과가 좋게 나오도록 신경 쓴 결과다?

"선거가 끝난지 24시간이 지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공화당이 예측한대로 나온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 바이든의 압승을 예상한 전문가나 여론조사가 많았는데, 4년 전처럼 또 예측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계속 열세였기 때문에 트럼프 진영은 특정 유권자의 투표를 억제하는 소위 '보터 서프레션(voter suppression)' 전략을 굉장히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열세 지역에 투표소를 늘리지 않는다든지, 사전투표·우편투표의 마감시간을 최대한 앞당긴다든지, 미리 개표하지 않도록 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열세를 극복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유권자들이 행사한 모든 표가 개표 완료될 때까지 지켜 보아야 한다."

- 그렇다면 공화당과 트럼프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걸로 봐야 한다?

"그들 입장에선 그렇다. 하나 더 말하자면, 공화당은 개별 주의회 가운데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거나 주지사가 공화당인 경우 주의회나 주지사와 협력해서 사전투표나 우편투표의 기준을 유리하게 만들고, 반대로 민주당이 장악하거나 민주당 지사인 경우에도 소송을 해서 우편투표 유효표 수를 줄일 수 있는 일을 해왔다. 트럼프는 이 순간에도 조지아,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싸움으로 시간으로 벌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 결과적으로는 바이든이 개표에서 승리하는 모양새다.

"그렇다. 예컨대 바이든이 앞설 것이라고 보았던 오하이오 같은 곳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반드시 여론조사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펜실베이니아까지 지면 몰라도 그곳을 포함해 네바다, 애리조나도 이길 가능성이 커서 선거인단수가 290명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내가 기대가 원래 크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만약 노스캐롤라이나나 조지아까지 이기면 321명. 그 정도면 좋은 승리다."

"트럼프 패인, 코로나19 대처 실패가 컸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여러 주(州)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 "대선 승리 확신" 연설하는 바이든 후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여러 주(州)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 윌밍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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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도 바이든이 우세라고 생각했었나.

"그랬다."

- 그럼 개표 초반에 당황했겠다.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개표 방송에서 전체 개표율이 50%를 넘었는데도 사전투표와 우편투표 개표율은 10%, 20%밖에 안 되더라. 그리고 미국은 대도시와 시골에 따라 투표성향이 뚜렷이 갈린다. 심지어 어느 카운티에서 개표를 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초반에 뒤지다가 바이든 후보가 바싹 따라붙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필라델피아랑 피츠버그와 같은 대도시의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고 나머지 지역은 소도시이다. 그런데 그들 대도시의 개표율이 너무 낮더라. 트럼프가 4년전처럼 쉽게 펜실베이니아를 가져가지는 못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 일부러 시골부터 개표했다는 건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개표 경과가 그런 경우가 더러 있었다."

- 이대로면 적어도 투표에서는 바이든이 이길 거 같은데 승리 원인은?

"일단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정부의 코로나 대처 능력이 부족했다고 할까. 초반에는 뉴욕, 시애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됐는데 최근 들어 남부나 중서부 할 것 없이 소위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까지 퍼졌다. 여론조사를 보면 과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당연히 경제도 어려워지지 않았나.

트럼프가 유세할 땐 단골로 하는 얘기가 '401K(은퇴연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봤냐', '경제가 너무 좋다'고 줄기차게 얘기했었는데, 이제 그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코로나가) 금방 끝날 것'이라는 얘기밖에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런데 국민이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나.

그리고 바이든이 무당파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후보라는 애초의 기대가 사실로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최근에 첨예화 된 인종 갈등이 바이든 쪽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이 있는데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의 투표율도 덩달아 올라갔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정말 결정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 트럼프도 선전한 건 사실이다. 뭐가 그의 강점인가.

"트럼프의 전략이 다른 후보랑 다른 점이 있긴 하다. 그는 지지층 외연을 넓히려 하지 않고 핵심지지층을 강화하는 전략을 썼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연을 확장하지 않고서는 이기기 힘들다고 하지만, 핵심지지층을 강화한게 외연을 넓혀준거다. 개인적인 카리스마와 스토리, 능력에 의지해서 자기가 잘하는 것을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으로 했을 때 지지자들은 활력을 되찾고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 트럼프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는게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수천명의 군중들을 찾아나섰다. 숨어있는 사람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트럼프 연방대법원행? 2000년 선거 때와는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표 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개표 중단 소송" 기자회견 트럼프 변호사 줄리아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표 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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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부터가 중요한 것 같다. 트럼프는 법원으로 간다고 하는데. 이미 여러 주 법원에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법적 소송은 이미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되냐는 것은 법원의 판단과 지지자나 당의 입장에 달려있다."

- 미국 대선의 패배자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이른바 '아름다운 승복'은 기대하기 어렵겠다.

"그렇다. 적어도 오늘내일 사이에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의 대결에서 연방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부시가 승리했는데, 사실 앨 고어는 유권자표를 더 많이 얻고도 패배했다. 그때 공화당 사람들이 깨달은 듯하다. 연방대법원이나 순회법원 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트럼프는 당선 후 200명에 육박하는 연방 판사들을 지명했다. 이번에 배럿 대법관을 무리해서 임명한 것도 이런 상황을 대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난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 트럼프가 낸 소송들은 어떤 내용들인가.

"펜실베니아에서 제기한 소송을 예로 들면, 우편투표에서 선거일인 3일 이후에 도착한 것을 받도록 한 주 대법원 판결을 연방대법원에서 뒤집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 부정 선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 연방대법원으로 가면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있나.

"지난 2000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의 한 카운티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전 주에 걸쳐 기계가 무효표로 걸러낸 표들을 수검표할 것을 요구했다. 플로리다 대법원은 고어 손을 들어줬고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며 연방대법원에 가서 항소했다. 결과는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펜실베이니아 소송을 판례에 비춰보면, 연방대법원은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선거에 관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첫째,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가 전체 선거를 좌우하는 상황. 둘째, 앞서 말한 3일동안 도착한 투표들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게 되는 상황.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그런 상황을 인정해서 펜실베이니아 케이스를 다루게 되면 현재 연방대법관들의 성향 상 트럼프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 결국 트럼프가 연방대법원까지 가기는 힘들다는 건가.

"그렇다. 미국의 선거 관련 규정은 기본적으로 주 의회가 관장하고 주 법령에 대해서는 주 법원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다. 소를 제기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앞서 말한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대법원까지 가는 거 자체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공화당 내에서 법정 싸움을 얼마나 지지할 거냐의 문제다. 내가 보기엔 공화당 지도부가 슬슬 트럼프와 거리를 두고 발을 빼는 모양새다."
 
극렬 시위대의 폭동에 대비해 뉴욕 맨해튼의 고급 상점들이 나무판자로 진열대를 막고 있다.
 극렬 시위대의 폭동에 대비해 뉴욕 맨해튼의 고급 상점들이 나무판자로 진열대를 막고 있다.
ⓒ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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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당이 트럼프를 버리려 한다는 것인가.

"공화당 지도부에서 계속 개표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와 반대되는 얘기잖나. 그리고 이번에 상원 선거도 같이 했는데 공화당이 다수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람들이 어차피 향후에도 상원의 주도권을 잡을 테니까, 그에 만족하고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소동에 참여하지 않는 결정을 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한다."

- 그들이 거꾸로 만족을 않고 트럼프를 밀 가능성도 있지 않나.

"이기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는 판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일 수 있다. 트럼프가 흔들어놨던 지난 4년을 정리하는 게 더 가능성이 클 것이다."

- 트럼프가 질 경우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한 동안은 불안한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 트럼프는 지난 2~3년간 자기 지지자를 강화하는 전략을 써왔다. 극우주의자들의 테러행위 내지 작은 소동이 정말 많아졌다. 그들은 트럼프가 새로 만들어 낸 사람들이 아니고 기존부터 쭉 있어왔던 사람들인데 트럼프가 힘을 불어넣어준 것이다. 트럼프는 없어지더라도 그렇게 커진 정치세력은 향후 골칫거리로 남을 것 같다. 그러나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가 명약관화하게 지고 공화당도 인정한다면 그들이 힘을 받을 원동력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주만 교수는 "미국의 선거 관련 규정은 기본적으로 주 의회가 관장하고 주 법령에 대해서는 주 법원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트럼프가 소를 제기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만 교수는 "미국의 선거 관련 규정은 기본적으로 주 의회가 관장하고 주 법령에 대해서는 주 법원을 존중하는 것이 관례이므로 트럼프가 소를 제기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김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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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주만 교수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동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공군사관학교 교수부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미국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유펜, 럿거스, 오레곤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메릴랜드 주에 있는 타우슨 대학교(Towson University)에 조교수로 있으면서, 미국정치사상과 미국 헌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발태모(發太毛)의 포랍도(布拉圖)’(http://brunch.co.kr/@jumankim)라는 블로그를 통해 미국 정치사와 헌법에 관한 에세이를 소개하고 있다.


태그:#트럼프, #바이든, #연방대법원, #대선,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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