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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앞에서 이사회와 예수회에 반대하는 시위 피켓
▲ 예수회 반대 시위 서강대 앞에서 이사회와 예수회에 반대하는 시위 피켓
ⓒ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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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3일 낮 2시경 '서강대학교 제16대 총장 후보 소견발표회'가 진행되는 이냐시오 성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재단 이사회와 예수회에 대한 비판이 시위의 주된 내용이었다. 

최근 서강대학교 이사회가 비민주적인 회의 진행을 문제 삼으며 이 아무개 전 이사를 부당하게 해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서강대 총장 선출에 예수회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날 시위는 사전 체온 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진행됐다. 약 50여 명(최다 인원)이 참여한 시위는 소견발표회 직전인 오후 2시경부터 발표회가 끝나는 오후 6시 30분경까지 진행됐다. 이날 시위에서 학생들은 이 전 이사 회임안 철회와 총추위 및 이사회의 비정상적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 전 이사는 시위 현장에 방문해 "잘못된 것은 고쳐져야 된다", "어떤 총장을 선출할지 잘 판단해달라"라고 말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소견발표회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도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내거나, 동문선배인 고 신해철의 대표곡 '그대에게'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한 익명의 학생은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계란이 흘러내리면 땅의 자양분이 되고, 마침내 (풀을) 키워내 바위를 무너트릴 힘이 된다"라고 말하며 이사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참여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총장내정 원천무효', '민주서강 재단개혁', '독재로 얼룩진 총추위 무산하라', '이 전 이사 해임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강사랑 2기' 측은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 시위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서강사랑 2기'는 이 전 이사의 부당 해임 문제와 이사회 정상화를 위해 서강대학교 일반 학우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학생단체이다. 이미 서강사랑은 2016년 한국예수회의 비민주적인 이사회 지배구조와 총장 선출과정을 문제 삼아 출범한 바 있다. 서강사랑은 이사회 정상화를 위해 간담회, 촛불시위, 성명문 발표 등의 활동을 주도했으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약 3개월 만에 해체했다. 하지만 유사한 논란이 지속되자 서강사랑을 계승한 서강사랑 2기가 10월 17일 발족했다.

3106명 학생이 간담회 요구했으나... 이사회 '거절' 
 
서강대학교 이냐시오 성당 앞에서 예수회와 이사회를 비판하는 학생들
▲ 성당 앞에서 서강대학교 이냐시오 성당 앞에서 예수회와 이사회를 비판하는 학생들
ⓒ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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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주된 쟁점은 이 전 이사의 부당 해임과 예수회의 총장 선거 개입, 크게 두 가지이다. 논란은 최근 서강대학교 법인 이사회가 이 전 이사를 부당하게 해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이 전 이사가 실제 회의 내용과 회의록이 일치하지 않아 서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사회에서 해임되자 이사회의 비민주적인 절차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 결과 서강대 홈페이지의 이 전 이사 해임 철회를 요구하는 글에 487명 학생의 동의가 있었으나, 박문수 이사장은 서강 학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의결이 이뤄진 사항이므로 제도적으로 번복할 수 없다"라며 해임안 철회를 거부했다. 이런 일방적인 의사 전달에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되자 서강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106명 학생의 이사회에 대한 의견을 모아 간담회를 요구했으나 이사회는 이 또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더해 최근 김용수 예수회 관구장이 서강대 소속 예수회 신부와 직원들에게 예수회 출신 특정 총장후보자를 지지해달라는 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해 드러나 논란은 이사회에서 예수회로 확대됐다. 서강대학교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가 1960년 설립한 만큼 예수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학교법인 서강대학교 이사회는 '호선으로 예수회원인 이사 중에서 이사장을 선출한다'라는 정관(定款: 회사 또는 법인의 자주적 법규) 때문에 예수회가 서강대 법인 운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김 관구장의 메일은 예수회가 서강대 법인 이사회뿐 아니라 학교 운영에도 개입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서강대학교 총장 선거는 총장 후보 중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아래 총추위)에서 투표를 통해 상위 3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그 후보 중 총장을 선출한다. 

서강대학교 교수협의회장 정유성 교수는 "지금 이사회 12명 이사진 중 5명이 예수회 신부이고 다른 사람들도 예수회의 영향력이 닿고 있다"고 밝히며 최고 결정 기관인 이사회가 예수회에 의한 "종교적인 족벌 체제"라 비판하고 있다. 

또한 정 교수는 "아무리 재단이라지만 특정 집단이 어떤 후보를 지정하는 것은 총추위 구성과 진행을 생각할 때 요식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현재 총추위 위원 29명 중 예수회 대표의 자리는 4석이다. 이런 구성에서 예수회의 사전 선거 개입은 총추위의 총장 후보 3인 추천과 이사회의 총장 선출에 크게 영향을 미쳐 사실상 예수회가 총장을 이미 낙점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동문회는 지난 2일 공동성명서에서 "예수회가 유기풍 전 총장과 함께 148억 목적기금 전용을 저질렀던 당사자를 일방적으로 총장 후보로 최종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부적절한 후보자와 예수회의 선거 개입에 대한 비판으로 논점이 확대되면서 학생과 교수가 연대해 이사회와 예수회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편 이날 소견발표회에서 재단이 4명의 총추위 노조 대표 중 2명의 인원을 교체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유성 교수는 총추위원장의 해명을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진행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강제로 퇴장당했다. 

태그:#서강대, #집회, #예수회, #시위, #서강대이사회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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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를 꿈꾸는 예비 저널리스트입니다. 차별 받고 소외된 자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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