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던 프로야구 2위 경쟁이 극적인 반전으로 막을 내렸다. KT가 최종전에서 2위를 확정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고, 두산은 5위에서 3위로 점프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반면 LG와 키움은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각각 4, 5위로 밀려나며 포스트시즌 1라운드인 WC(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가을야구를 시작하게 되어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춧가루 부대'가 2위 전쟁의 운명을 바꿨다. 시즌내내 2약으로 분류되며 고전을 면치못했던 한화와 SK가 최종전에서 각각 KT와 LG의 발목을 잡았다. KT는 한화에 3-4, LG는 SK에 2-3, 나란히 1점차로 패했다. 하지만 지고도 웃은 쪽은 KT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LG 에게 반 경기 차로 앞서고 있던 KT는 아직 경기가 진행중이던 7회에, 같은 시간 인천에서 LG가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2위를 확정짓게 되자 덕아웃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KT는 2020 정규시즌을 81승 1무 62패 승률 .566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프로야구 막내 구단인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데 이어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일궈내며 뜻깊은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KT는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NC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프로야구 후발주자인 9번째-10번째 구단들의 역사적인 첫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KBO리그에도 큰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직행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세웠다. 두산은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두산의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는 KBO리그 역대 21번째로 20승 고지에 오르며 다승왕을 확보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경기 전까지 5위를 기록 중이던 두산은 올 시즌 79승4무61패로 승률 .564를 기록하며 동일한 성적을 거둔 LG를 상대전적(9승1무6패)에서 4위로, 승수에서 앞선 키움(80승1무63패·.559)을 5위로 밀어내고 3위까지 반등했다.

지난해 후반기 대반전으로 SK를 밀어내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데 이어, 또 한번 뒷심에 강한 '미라클 두산'의 면모를 과시한 순간이었다. 두산은 2015년에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상위팀들을 연파하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반면 LG와 키움에게는 최악의 하루였다. 내심 올시즌 우승까지도 꿈꾸던 두 팀은 최종전을 허무하게 패하며 가을야구 진출에도 웃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포스트시즌까지도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LG는 최하위 두 팀에게 연달아 패한 것이 뼈아팠다. 막판 2경기를 남겨둔 순간까지만 해도 2위 경쟁에서 가장 유리해보였던 것은 LG였다. 마지막 2경기 상대는 약체 한화(11승 5패)와 SK(13승3패)였고 LG는 올시즌 두 팀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LG는 거짓말처럼 하필 순위 경쟁의 가장 중요한 고비였던 최종전에서 두 팀에게 연달아 1점차로 석패했다.

28일 한화전에서는 초반 6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친게 부메랑이 되어 연장접전 끝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고, 30일 SK전에서는 10월 내내 말썽인 타선이 침묵하며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나믿야구'를 고집한 류중일 감독이 경기운영의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잠실 라이벌 두산에게 올시즌도 상대 전적에서 밀린 것이 마지막 순위 다툼까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못한 결과였다.

LG는 2016년과 2019년에도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리빌딩과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었기에 가을야구 진출만으로도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투타에 걸쳐 완성형에 가까운 전력으로 내심 우승까지 기대했던만큼 4위까지 밀려난 것은 '참사'에 가깝다.

만에 하나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후유증이 이어진다면, LG로서는 정규리그 막판 2연패가 더욱 뼈아픈 한으로 남을 전망이다. 그나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승을 안고 치르는 LG는 1, 2차전 중 1승만 기록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수 있다.

시즌 막판 감독교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동원했던 키움의 승부수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키움은 30일 두산과의 최종전에서 0-2로 무기력하게 완패하며 5위로 시즌을 마쳤다. 키움은 80승으로 LG와 두산보다 1승을 더 거두고도 승률에서 밀려 2위 경쟁의 최대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키움은 한때 선두까지 넘보던 팀이었다. 9월 초에는 선두 NC를 승차없이 승률에서 살짝 밀린(0.008) 2위로 코앞까지 추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기세가 주춤하자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손혁 감독을 전격적으로 물러나게하고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퀄리티컨트롤 코치였던 김창현 감독대행을 선임하여 논란에 휩싸였다. 구단 수뇌부가 적극적으로 현장에 개입한 사례로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의 전횡과 '선넘은 프런트야구'를 둘러싼 야구계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이후에도 팀성적은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손혁 전 감독이 물러날 당시 키움은 3위(73승 1무 58패)로 2위 kt와는 1경기 차이 였다. 김창현 감독대행 부임 후 성적은 7승 5패로 그럭저럭 선전했지만 순위는 오히려 5위로 두 계단이나 더 추락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키움으로서는 결코 가을야구 진출 정도로 만족할수 없는 성적표다.

5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승'을 거둬야 준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데,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팀이 4위를 잡고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아직 한 번도 없다. 그나마 1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2차전까지 끌고간 것도 2016년 KIA(VS LG)가 유일했다. 키움의 행보가 가을야구에서도 순탄해 보이지않는 이유다.

LG와 키움 모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침체된 팀분위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어느 쪽이든 탈락하는 팀은 정규시즌 막판의 부진과도 맞물려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해야하는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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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2위 프로야구순위 류중일감독 키움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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