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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확인한 개리의 모습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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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쯤이다. 멸종위기종인 조류 개리를 금강하구에서 본 것이 말이다. 참 오래 되었다. 매년 금강하구를 적게는 4번, 많게는 10번 이상 찾는 나는 그간 개리를 만나지 못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천연기념물 325호로 지정된 개리는 그만큼 만나기 어려운 종이다. 

개리가 멸종위기종이 된 것은 사냥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가락지를 부착한 개리가 러시아에서 사냥당해 가락지가 회수된 적이 있었다. 러시아까지 날라가는 개리의 이동이 확인되었지만, 주검이 되었기에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개리는 수많은 기러기 무리와는 별도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특성이 있다. 갯벌이나 농경지에서 풀뿌리 등을 먹고 살아간다. 다른 기러기와는 다르게 목에 갈색과 고동색의 경계가 뚜렷하게 나타나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흰색의 거위 중에도 종종 이런 특징이 발견된다. 거위가 개리를 개량해 만든 종이기 때문이다.   
거위가 개리를 개량해 만들어진 것은 새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위를 만나는 것처럼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었으면 좋으련만 개리는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개량을 할 정도라면 그만큼 개리가 많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야생에서 개체군이 적은 종을 계량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개리는 기러기과로 덩치가 매우 크다. 매년 금강하구에 찾아오는 수천 수만 마리의 기러기 중에 개리는 고작 10마리 내외에 불과하다. 이렇게 적은 수의 개리를 금강하구 같은 넓은 구간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금강 하구에서 다시 개리를 만난다. 바로 10월 25일의 일이다. 총 28개체의 개리가 금강하구 갯벌의 염생식물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에 민감한 개리이기에 필자를 경계하는 듯했다. 이렇게 많은 개리를 직접 만나는 것은 필자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10~20개체 정도의 개리를 여러 차례 만난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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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하는 개리무리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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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접근해 사진 촬영에도 성공했다. 펄 속에 머리를 쳐박고 뿌리를 캐는 개리의 고유한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2014년 10월에 만난 개리 무리를 같은 곳에서 2020년 10월에 다시 만난 것이다. 6년 만이다. 

개리는 약 50분 정도 갯벌에서 풀을 먹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좀더 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개리의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개리는 매년 금강을 찾아왔지만 필자와는 만나지 못했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매년 있었기에 6년 만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본다. 멸종위기종 개리가 아닌, 거위의 조상이자 과거처럼 흔하게 볼 수 있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태그:#개리, #천연기념물,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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