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어느덧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정규리그 우승과 5강진출팀은 모두 확정됐다. 이제 각 팀들은 1~3경기씩만을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승을 확정한 NC를 제외하고 순위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4팀은 코앞으로 다가온 가을야구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하여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가을야구에서 멀어진 나머지 5팀의 행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고 순위도 모두 확정된 하위권 팀들로서는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자칫 느슨하고 맥빠질 경기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못나간다고 해서 올해만 야구하고 끝낼 것은 아니다. 순위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프로로서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다. 또한 다음 시즌을 대비하여 젊은 선수들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올 시즌의 좌절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을 대비한 희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위권 팀들에게 다음 시즌 준비는 이미 시작된 것이 마찬가지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의 막판 분전은 야구팬들에게 진정한 프로다움에 대하여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한화는 28일 잠실 원정에서 LG 트윈스와 연장접전 끝에 7-6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화에게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먼저 역대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패(97패) 기록의 부담에서 드디어 자유로워졌다. 한화는 올시즌 삼미의 역대 최다연패(18연패) 타이 기록, 10개구단 체제 이후 구단 역사상 '첫 10위'-자체 최다패 등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경신해왔다. 지난주 한화가 다시 7연패 수렁에 빠지자 이러다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2002년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97패를 넘어 KBO리그 사상 첫 세 자릿수 패배(100패) 기록까지 나오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화는 시즌 전적 45승 3무 94패(승률 .324)를 기록하며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한화는 LG전 승리로 한화는 시즌 전적 45승 3무 94패(승률 .324)를 기록하며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4회까지 LG에 0-6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중반 이후 타선과 불펜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여 동점을 만들었고 11회에는 베테랑 송광민이 결승타를 터뜨리며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완성했다.

시즌 막판 순위판도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화는 올시즌 NC(4승 12패)-LG(5승11패)-KT(4승10패) 등 상위권 팀들의 승수자판기로 전락하며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지난 23일 NC를 11-6으로 제압하며 7연패 탈출과 함께 안방에서 NC의 우승 축포를 저지한데이어, 28일에는 2위싸움에 갈길바쁜 LG의 발목까지 제대로 잡았다. 시즌 내내 가장 수모를 안겼던 두 팀을 상대로 모두 최종전에서 충격이 큰 1패를 안기며 다소나마 복수에 성공했다는 것은, 한화가 다음 시즌을 앞두고 위안이 될만한 대목이다. 한화는 29일부터 홈에서 또다른 2위경쟁팀인 KT를 상대로 마지막 설욕전에 도전한다.

한화는 현재 정상적인 전력도 아니다. 20년가까이 팀의 간판스타이자 4번타자로 군림해왔왔던 김태균이 최근 전격 은퇴를 선언했고, 외국인 투수 서폴드와 최재훈도 부상으로 잔여 경기 출장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 쉽게 백기를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화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태균의 은퇴 발표 이후 한화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 높아진 모습도 눈에 띈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해가 뜨는 순간이 가까워지듯이, 내년을 바라보고 있는 한화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이다.

가장 좋은 출발 롯데, 가을 야구 탈락

반면 가을야구 탈락의 후유증에 허덕이며 마무리가 더 실망스러운 팀도 있다. 개막 5연승으로 10개구단중 가장 좋은 출발을 보였던 롯데지만 최종순위는 7위로 처지며 또다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지난 28일에는 홈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NC 다이노스와의 '낙동강 라이벌전'을 1-7로 완패하며 올해도 1경기를 남겨두고 상대 전적(6승 9패) 열세가 확정됐다. 롯데는 지난 2019년에도 NC에 5승 11패로 밀리는 등 역대 전적에서 NC에 50승 2무 75패로 일방적인 열세를 기록중이다.

지역 라이벌이자 '동생'격인 NC가 올해 창단 8년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동안, 롯데는 최근 3년연속 PS진출 좌절을 비롯하여 창단(82년)이후 KBO리그 기록인 39년연속 정규리그 무관-28년연속 한국시리즈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게 됐다. 여기에 KBO리그 한 시즌 최다 병살타(147개)-최다 1점차 패배(21패)-최다 끝내기 패배(13패) 등의 좋지않은 기록들까지 보너스로 붙었다.

또한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이 최종적으로 좌절된 21일 이후 2승 5패에 그치며 경기력이 점점 더 퇴행하고 있다.  타선은 최근 4경기중 3번이나 1점을 뽑아내는데 그치는 극심한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NC전에서는 집중력을 잃은 선수들의 아쉬운 수비와 실책이 쏟아지며 제대로 반격 한번 못해보고 무기력한 완패를 당했다. 허문회 감독이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이후에도 주전 일변도의 야구를 고집하며 승리에 집착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초라한 상황이다.

사람도 팀도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시즌 내내 최악의 시간을 보냈던 한화나 SK도 나름대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30일 LG와의 최종전만을 앞둔 SK만해도 박종훈(12승)의 국내 투수 최다승이나 최정의 100타점 도전, 은퇴를 선언한 윤희상의 고별경기 등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목표가 남아있다.

다음 시즌 준비는 스프링캠프부터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이미 시작되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가을야구에 탈락한 팀들이 시즌 막판 경기들에 임하는 극과 극의 태도는 곧 미리보는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데자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올시즌의 순위를 떠나 과연 끝까지 프로다운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마무리를 하고 있는지, 몇몇 구단과 감독, 선수들이 스스로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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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한화이글스 KBO최다패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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