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에서 완패를 당했던 도로공사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5-20,25-18)으로 완승을 따냈다. 공격성공률에서 42.24%-32.14%, 리시브 효율에서는 50%-21.21%로 크게 앞선 도로공사는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수확하며 인삼공사를 3연패의 늪에 빠트렸다(승점 3점).

도로공사는 '클러치박' 박정아가 31.03%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14득점을 기록했고 배유나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9득점, 서브리시브 60%를 전담한 문정원은 서브득점 4개와 함께 6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누구보다 김종민 감독을 기쁘게 했던 선수는 42.24%의 점유율과 46.94%의 성공률로 24득점을 퍼부으며 개막 2경기 만에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었다.

최초의 비대면 드래프트, 도로공사의 깜짝 지명
 
 도로공사가 세계적인 선수 루소를 포기하고 데려 온 켈시는 컵대회 3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이 30%가 채 되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세계적인 선수 루소를 포기하고 데려 온 켈시는 컵대회 3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이 30%가 채 되지 않았다. ⓒ 한국배구연맹

 
각 구단의 시즌 농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V리그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상 최초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각 구단의 감독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2~3일씩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며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량과 몸 상태, 성격 등을 두루 점검할 수 있었던 예년과 달리 오직 동영상 자료만 보고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드래프트가 진행됐지만 각 구단이 고른 '대어'들은 대체로 비슷했다. 특히 2019-2020 시즌 프랑스리그에서 득점 2위를 기록한 러시아 출신의 안나 라자레바와 지난 시즌 터키 리그에서 득점2위와 함께 베스트7에 선정된 헬렌 루소는 이번 드래프트의 '빅2'로 꼽혔다. 대부분의 구단들과 전문가, 배구팬들은 라자레바와 루소가 순서가 달라지는 게 문제일 뿐 나란히 1,2순위로 지명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추첨 결과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전체 1순위, 도로공사가 2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빅2'의 행선지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1997년생의 러시아 출신 젊은 거포 라자레바를 지명했다. 이제 벨기에 국가대표로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대어로 꼽히는 루소의 이름이 불릴 차례였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이 호명한 이름은 루소가 아닌 미국 출신의 켈시였다.

191cm의 신장을 가진 센터 겸 오른쪽 공격수 켈시는 캔자스 대학교 졸업 후 브라질과 스위스, 독일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이름값만 보면 라자레바와 루소에 미치지 못하지만 뛰어난 운동능력을 앞세운 타점 높은 공격력을 갖추고 있고 중앙공격수 출신으로 블로킹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난 9월 컵대회에서 첫 선을 보인 켈시의 기량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컵대회에서 3경기에 출전한 켈시는 3경기 모두 3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성공률로 53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블로킹 역시 12세트에서 단 3개를 기록하며 센터 출신이라는 이력을 무색케 했다. GS칼텍스 KIXX를 컵대회 우승으로 이끈 메레타 러츠는 물론이고 인삼공사의 발렌티나 디우프, 첫 선을 보인 라자레바와 루소 등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좋은 움직임을 선보인 것과는 달리 켈시의 무거운 움직임은 김종민 감독을 걱정시키기 충분했다.

개막전 아쉬움 씻고 2번째 경기에서 맹활약
 
 타점만 살려 준다면 켈시는 V리그에서 충분히 맹위를 떨칠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타점만 살려 준다면 켈시는 V리그에서 충분히 맹위를 떨칠 수 있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로 미국 출신의 오른쪽 공격수 셰리단 앳킨슨을 선발했다가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시즌 전에 한국을 떠났던 아픈 기억이 있다. 앳킨슨을 집으로 돌려 보낸 도로공사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랴부랴 영입한 대체 선수가 그 악명 높은 테일러 쿡이었고 도로공사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시점에서 6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따라서 컵대회에서 실망스런 활약에 그친 켈시 역시 도로공사 팬들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했다. 만약 켈시가 V리그 개막 후에도 만족스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교체과정에서 외국인 선수의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시즌 전체를 그르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엔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인 선수 수급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게 켈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은 채 지난 23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켈시는 V리그 데뷔전에서 36.94%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20득점을 기록했지만 공격성공률은 여전히 29.31%에 그쳤다. 현대건설의 루소가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23득점을 올린 것과 비교되는 활약이었다. 배구팬들은 루소 대신 켈시를 선택한 김종민 감독의 안목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도로공사는 28일 지난 시즌 득점 1위 디우프가 이끄는 인삼공사를 상대로 두 번째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켈시의 움직임은 현대건설전과는 달랐다. 42.24%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진 켈시는 46.94%의 높은 성공률로 양 팀 선수 중 가장 많은 24득점을 올렸다. 특히 후위공격 성공률이 61.54%(8/13)에 달했을 정도로 후위에서 특유의 운동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반면에 디우프는 31.91%의 성공률로 16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해서 켈시가 V리그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히지만 지난 시즌에도 GS칼텍스에서 러츠와 좋은 호흡을 보였던 이고은 세터와의 손발이 점점 잘 맞아가고 있다는 점은 켈시에게도 도로공사에게도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도로공사에는 이미 박정아라는 국내 최정상급 공격수가 있기 때문에 켈시가 외국인 거포로서 제 역할만 해준다면 도로공사의 성적은 앞으로 더욱 좋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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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켈시 페인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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