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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제237조(고소, 고발의 방식)
①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하여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고발장은 고발인의 선택에 따라 검찰청 또는 경찰서에 접수할 수 있다. 검찰청에 접수되는 대부분의 고발사건이 검찰청의 지휘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서 일차적으로 수사가 진행된 후 다시 검찰청으로 송치되기에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검찰청이 직접 수사할 수도 있고, 검찰청의 지휘하에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서 고발과 구별된다. 

만약 검찰청에 접수된 고발장에 대해 검찰청 지휘 아래 경찰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서로 그대로 이첩시킨다면 이는 잘못된 행정처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익신고자보호 차원에서 운영되는 국민권익위원회 비실명대리신고는 어떨까?

아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렴포털' 홈페이지에 게시된 '비실명대리신고'에 대한 내용이다. 
 
누구든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익신고기관에 공익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익신고자의 비밀은 「공익신고자 보호법」, 같은 법 시행령 등에 따라 철저히 보호됩니다. 법령상 다양한 신고자 비밀 보호 장치에도 불구하고 신분 유출을 우려하는 신고자를 위해 신고자 비밀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비실명 대리신고 제도'(「공익신고자 보호법」 제8조의2)를 도입하여 2018년 10월 18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8조의2에 따른 비실명 대리신고는 국민권익위원회만 접수 가능합니다. 

 
   
공익챔해위해 신고접수 기관 소개
 공익챔해위해 신고접수 기관 소개
ⓒ 청렴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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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익침해행위 신고접수기관으로 '수사기관'을 표시하고, "검사, 일반·특별 사법경찰관리"를 기재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비실명대리신고가 가능하고 신고접수기관은 경찰서뿐만 아니라 검찰청이 당연히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당사자 의사 무시하고 경찰청으로 이첩한 국민권익위
 

그런데 지난 10월 13일 검찰청을 신고접수기관으로 특정한 비실명대리신고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검찰청이 아닌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당사자가 비실명대리신고를 통해 고발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사자와 대리신고를 담당한 변호사는 관련 사건 수사가 관할 경찰서가 아니라 관할 검찰청에서 직접 또는 지휘하에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별도 의견서를 통해 설명하였음에도, 의사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처리결과통지(국민권익위원회)
 처리결과통지(국민권익위원회)
ⓒ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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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경기도 김포 소재 모 산부인과에서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셀프수유'가 수시로 이루어졌다는 것. 이는 지난 9월 9일 MBC <시끄럽다고 인큐베이터에?... 2~3명 신생아 포개기도>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공익신고자 A씨는 언론에 제보하기 전 관할 김포경찰서에 문제 제기를 여러 차례 했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피해 산모에게 이를 알렸다고 한다.  

산부인과 측은 피해 산모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공익제보자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그 과정에서 병원 CCTV를 확보한 김포경찰서는 셀프수유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지만, 이를 입건하지 않았다. 의료법에 관련 금지규정이 없다는 이유라는데,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는 셀프수유가 신생아(아동)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건 고려되지 않았다. 

공익제보자들은 관련 내용에 대한 고발을 계획하며, 자신들의 신원이 노출될 경우 당할 불이익이 염려되어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비실명대리신고'라는 방식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자신들의 호소를 묵살한 김포경찰서가 아니라 검찰청에서 관련 수사를 직접 또는 지휘하에 진행하기를 희망하였다. 지난 9월 10일 비실명대리신고제도를 통해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 접수할 고발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낸 것이다.  

그러면서 비실명대리신고인은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 수사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포경찰서는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며 병원 내 신생아실 CCTV를 확보, 수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셀프수유 등의 행위를 확인하였습니다(경찰이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였다는 점은 MBC 뉴스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첨부 자료 1. 기사 참조). 그러나 병원에 대하여 아무런 조처를 하지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고발인에 대한 고소 사건에만 집중하고, 병원의 문제점이 포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던 것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이와 같은 피고발인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고발인들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서 수사하여주길 바라며 고발하는 바입니다. 

- 2020. 9. 15.자 비실명대리신고인 의견서 중 일부

 

김포경찰서로 참고인 조사받으러 가야 하는 당사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한 사건은 결국 일선 경찰서인 김포경찰서로 다시 이송되었고, 공익신고자들은 자신들의 공익신고를 묵살한 김포경찰서에 가서 다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 고발에 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수사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한 것이며,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다시 김포경찰서로 이송된 것과 관련하여서는 이번 수사는 이전 김포경찰서 수사팀인 '형사과'가 아니라 '여성청소년과'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프수유'가 그 자체만으로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지금까지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김포경찰서가 관련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와 대리인의 일방적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사법경찰관이 아닌 검사에게도 고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형사소송법 규정,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검사도 공익신고접수기관으로 기재되어 있는 청렴포털 홈페이지 게시글 등에 따를 때, 당사자가 검찰청으로 명확하게 특정한 고발장을 당사자 동의 없이 경찰서로 이첩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인데 이첩까지 한 달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대리신고를 통해 고발장을 보낸 시점은 9월 1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기관으로 이첩하는 결정을 내린 시점은 10월 13일. 그 이첩하는 절차만 한 달 넘게 소요된 것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비실명대리신고가 더 활성화되려면, 신고서 접수 이후 더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다시 2020년 9월 초로 돌아가 보자. 

실명으로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할 것인지, 비실명대리신고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를 거쳐 고발장을 접수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데 있어, 그 처리 절차가 한 달 넘게 걸리고 고발장 접수기관도 당사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당사자들은 비실명대리신고를 선택했을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청렴포털에 아래 문구가 기재되어야 하지 않을까?
  
- 비실명대리신고를 통해 진행할 경우 실제 수사는 한 달 넘어 시작될 수 있음.
- 비실명대리신고를 통해 진행할 경우 희망하는 기관에 접수되지 않을 수 있음.

태그:#공익신고자보호, #비실명대리신고,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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