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를 위하여> 포스터

<글로리아를 위하여> 포스터 ⓒ 찬란


빈곤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발전하거나 후퇴하거나 언제나 존재했다. <글로리아를 위하여>는 이런 빈곤과 관련된 이야기다. 생명의 탄생이란 경이로운 순간, 그 가족은 오히려 빈곤을 걱정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20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를 준비 중이던 다니엘은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 편지에는 손녀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소식과 함께 사진이 동봉되어 있다. 글로리아의 사진을 본 순간 다니엘은 희망을 품는다. 그는 출소의 순간에 대해 어두운 동굴에서 빠져나왔다고 표현한다. 그저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이었다는 그의 말은 더러운 먼지라는 형량을 채웠으니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기대를 말하는 듯하다. 
 
 <글로리아를 위하여> 스틸컷

<글로리아를 위하여> 스틸컷 ⓒ 찬란


그러나 두 딸, 손녀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다니엘은 첫째 마틸다가 겪고 있는 문제를 알게 된다. 마틸다와 남편 브루노는 돈이 없다. 마틸다가 일을 해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현실에 아이 글로리아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실비는 풍족한 둘째 오로라에게 언니를 도와주라 말한다. 하지만 오로라와 그녀의 남편 니콜라스는 철저히 자본주의에 찌든 속물근성을 보인다.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두 사람은 손님들을 상대로 지독한 면모를 보인다. 오로라는 히잡을 쓰고 온 여성에게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며 벗으라 말하고, 니콜라스는 오로라의 거만한 태도에 불만을 내뱉는 손님을 거칠게 내쫓는다. 어린 시절 마틸다가 모든 걸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오로라는 언니를 도와주는 걸 꺼려한다. 니콜라스는 마틸다의 사정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니엘에게 편지를 보낸 건 전처인 실비의 현 남편인 리차드다. 그가 껄끄러울 수 있는 다니엘에게 연락을 한 건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리차드도 실비도 은퇴할 나이까지 일을 하고 있지만 마틸다를 도와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실비와 마틸다는 정신적으로 흔들린다. 리차드는 다니엘의 존재가 불안한 그들의 마음을 지탱해줄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다니엘은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글로리아를 위하여> 스틸컷

<글로리아를 위하여> 스틸컷 ⓒ 찬란


 
실비의 가정이 겪는 경제적인 빈곤의 원인은 다니엘에게 있다. 다니엘이 감옥에 가면서 실비는 홀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다. 오로라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도 과거의 빈곤에 있다. 빈곤은 남겨진 가족을 지옥 같은 생활로 밀어 넣은 것이다. 

다니엘은 세상으로 나와 시를 쓴다. 그의 시에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담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이런 아름다움이 없다. 실비는 파업으로 젊은이들이 직장을 잃을 걸 염려해 이를 중재하려다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리차드는 버스운전 일로 마틸다를 돕기 힘들다. 마틸다는 직장 내에서의 압박과 빈곤으로 점점 지쳐가고, 오로라는 이기적으로 변해버렸다. 다니엘은 이런 고통 속에서 선택을 한다. 
 
 <글로리아를 위하여> 스틸컷

<글로리아를 위하여> 스틸컷 ⓒ 찬란

 
다니엘의 선택은 제목 그대로 '글로리아를 위하여'이다. 그는 자신이 마틸다에게 그랬던 거처럼 가난을 글로리아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일을 해도 빈곤에 시달린다면 이는 개인이 아닌 시대의 문제로 봐야 한다.  다니엘의 선택은 글로리아 만큼은 시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글로리아를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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