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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민중들의 목소리를 억눌러온 법으로, 폐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 위원회는 한국 사회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바로 알기 위한 5회 차의 오픈스터디를 진행한다. <반공 이데올로기를 넘어 ? 주인되기>는 국가보안법의 기원부터 폐지의 법률적 쟁점까지, 국가보안법의 A to Z를 파헤친다.[기자말]
발언 중인 장경욱 변호사
 발언 중인 장경욱 변호사
ⓒ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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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정상 사회가 아니에요."

지난 21일, 여의도 진보당 당사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 위원회가 주최하는 국가보안법 오픈스터디의 세 번째 연사, 장경욱 변호사였다.

장경욱 변호사의 별명은 '간첩 사건 전문 변호사'다. 2000년 첫 사건으로 국정원 사건을 맡은 이래로 20년간 국가보안법과 싸워왔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굵직한 간첩 사건 대부분을 그가 변호했다. 2013년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2016년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사건 등이 그렇다.

2013년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씨가 구속되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구명 요청이 접수되었다. 장 변호사는 그해 4월 민변의 변호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합동신문센터의 실체와 조작 의혹을 전격 제기했다. 그는 "북한 이탈 주민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곧바로 수용되어 조사받는 곳이 합동신문센터다. 당시 아무도 이곳의 존재를 몰랐으니, 여기서 전기고문 협박을 비롯해 온갖 고문과 조작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국정원은 기자회견 직후 반박 보도 자료를 내고, 민변을 상대로 억 단위의 소송을 제기했다. 상황이 뒤집어진 건 민변 측에서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밝혀내면서부터다. 유우성씨가 북에서 찍었다는 사진은 다른 곳에서 찍힌 사진이었고, 중국 영사관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 씨의 출입국 기록문서가 위조문서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2년 만인 2015년 10월, 유우성 씨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을 수 있었다. 장 변호사는 그러나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 조사관들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짚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위증과 폭력가혹행위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은 이제야 불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사건에 관해서 묻자, 장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명백한 기획 납치이자 인신매매"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에 체류하는 북 사람들을 정치적 난민이 아닌 단순 불법 체류자로 분류한다. 따라서 기획탈북도 엄격하게 단속한다. 그런데도 기획탈북 사건들이 꾸준히 일어나는 이유는 '체제 붕괴 위기 속에서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대거 귀순한다'는 시나리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게 얘기해야 기획탈북이지, 국정원과 정보사령부가 벌이는 체계적인 유인납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북 체제가 흔들린다고 선전하기 위해 꾸며낸 게 바로 이 사건이다."

식당 지배인이던 허강일씨는 2018년 국정원의 협박으로 종업원들을 속여서 데려왔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렇게 조작 사실이 드러나도 국정원은 건재하다. 오히려 사회적 비판을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작년 10월 또다시 국정원이 시민사회단체에 '프락치'를 심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만들기 위해 민간인 사찰을 해왔다는 고발이 있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뀐 뒤 국정원은 셀프개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국정원 개혁이란 없다"라고 역설했다. "국가보안법은 분단 냉전체제를 유지하는 하나의 축이다. 국보법은 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대북 적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을 막는다. 한미연합훈련 반대 등의 반미도 못 하게 하고, 결국 평화도 말하지 못하게 한다." 북에 대해 오로지 비판밖에 허용하지 않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국가보안법의 적극적 수행 주체인 국정원 개혁이 가능할 리 없다.

심리학자 김태형은 저서 '트라우마 한국 사회'에서 한국 사회에는 뿌리 깊은 분단 트라우마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장 변호사 또한 같은 의견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북은 적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북과 연관되면 위협을 느낀다"며 모든 사람이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의식의 굴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안전해지고 싶다. 그러니 위험한 진실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절충한 거짓을 믿는다." 고문과 조작이 이뤄지는 합동신문센터의 실체가 알려졌지만 '그래도 간첩은 잡아야지'라며 외면하는 지금의 현상이 바로 그 예시다. 단순히 국보법으로 재판을 받는 이들만이 아니라 공포사회에서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두가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사회의 진보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국가보안법은 사문화된 법이 아니냐는 이야기에 화가 난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은 법이 허용하는 생각 외에는 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게 만든다.

한 참가자가 학생들의 역할을 묻자, 장경욱 변호사는 젊은 세대가 국가보안법에 대해 알고 연구해서 폐지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은 그 어떤 법보다 한국 사회를 강력하게 쥐고 있는 법이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을 파헤치기 위한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의 국가보안법 바로알기 오픈스터디는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국가보안법, #진보당, #국정원, #장경욱, #청년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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