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임영열

관련사진보기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의 시 '멀리서 빈다' 전문. 시집 <시인들 나라> 서정시학. 2010)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은 한층 높아지고 가로수의 나뭇잎들은 조금씩 푸른빛을 퇴색시키며 노랗고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곱게 곱게 피어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를 한구석이 서늘해져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지난봄부터 여름까지 왕성했던 생명의 순환이 점차 멈춰가는 순간들을 보게 되는 계절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찬 바람이 불고 낙엽 지는 늦가을이 되면 우수에 젖어 우울과 상실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평소 당연하게 보였던 사물과 사실들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정서적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라고 단풍도 들고 낙엽도 지는 거라고.

말과 말, 글과 글들이 서로 살벌하게 부딪치며 선혈이 낭자한 하 수상한 세상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옵니다.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갑니다. 부디 아프지 마세요. 몸도 마음도.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임영열

관련사진보기


태그:#멀리서 빈다, #나태주 시인, #가을이다, 부디 이프지 마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동문화재단 문화재 돌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