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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워커의 마스코트 민주노총은 뉴워커의 마스코트를 '고양이'로 삼은 이유를 "종석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뉴워커의 마스코트를 "고양이"로 삼은 이유를 "종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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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민주노총이요? 그냥 예뻐서 샀는데..."

초록색 바탕에 파랑 조끼를 입은 고양이가 새겨진 파우치와 스티커, 뉴 워커(New worker) 파워업(Power up)이 쓰인 배지를 산 김한수씨(23. 가명)가 기자에게 되물었다. 김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논문 계획서를 새로 쓰려고 카페를 찾다가 고양이 포스터가 눈에 띄어 왔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1층에 차려진 공간은 누가 봐도 여느 상점과 다르지 않았다. 입구 옆에 고양이 포스터가 있고, 가게 안에 들어서면 캣타워가 있었다. 벽 한쪽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서 있다. 다만, 고양이가 모두 파랑 조끼를 입고 일을 하고 있다. 한 손에 노트북을 들고 다른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가 하면 박스를 나르기도 했다. 몸에 타투를 하고 타투작업을 준비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이른바 일하는 고양이다. 각 고양이들은 IT 프리랜서, 배달노동자, 타투이스트를 상징한다.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가게를 오갔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예뻐서 들어왔다'라고 입을 모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향기가 좋아 룸스프레이를 샀다는 서성은씨는 "예쁜 굿즈(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샵인거 같아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민주노총이 만든 굿즈'라고 하자 "그래서 고양이가 일하고 있었구나"라고 놀라워했다.

민주노총이 연남동 한복판에 '뉴워커(New Worker)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것은 왜 노동이 아니란 말인가, 디지털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MZ세대에 맞춘 새로운 노동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예술가도 타투이스트도 배달하는 플랫폼 노동자도 '모두 노동자'라는 뜻이다. 다만, 노동을 어디에도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저 에코백을 팔고, 배지와 스티커, 룸 스프레이를 구비해놨다. 결재 시안을 본떠 '반차' 결재를 새겨둔 페퍼민트 티백이 5000원, '퇴사할 때 짐 싸면 잘 붙어요'라고 설명한 박스 테이프가 5000원이었다.

왜 하필 고양이였을까. 뉴워커 프로젝트 관계자는 MZ세대에 가장 어울리는 마스코트가 고양이라고 봤다.  '투쟁'이 아닌 자족하는 삶, 누구에게 아양 떨지 않고 종속적이지 않은 동물, 적당히 삶을 관조하는 동물이 '고양이'라 그렇게 정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민주노총 선전홍보실 관계자는 "고양이는 타인이 날 어떻게 보는지 관심이 없다, 적당히 게으르며 적당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자신의 삶을 산다"면서 "내부적으로 민주노총 이미지가 정규직 50대 남성에 갇혀있었다는 자성을 했고, 새로운 세대에 맞춰 새롭게 우리의 노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취업을 이야기하다가도 택배노동자 사망 소식 들으면 가슴 답답"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파워업 스토어  민주노총이 23일 '새로운 세대의 새일꾼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파워업스토어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23일 "새로운 세대의 새일꾼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파워업스토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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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씨가 고른 문장 23일 뉴워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강민수씨가 "<전태일 평전>에서 발견한 이 문장이 내 처지 같아 오래 머물렀다"라고 말했다.
 23일 뉴워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김한수씨가 "<전태일 평전>에서 발견한 문장이 내 처지 같아 오래 머물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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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특별히 신경쓴 건 자연스레 노동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왔다 나가는 길에 '일'을 고민해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벽 한쪽에 전태일 평전의 문구가 쓰인 북마크가 있고 '일'을 주제로 한 몇 권의 책이 놓여있는 이유다. 음악인이자 영상감독인 작가가 쓴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라는 책을 슬쩍 훑고, 일만 하느라 공허한 삶을 사는 어른의 이야기를 살핀 '잃어버린 영혼' 그림책을 보며 우리의 '일'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엄숙한 사회과학 서적이 아니라 소설과 만화, 희곡과 에세이류의 책으로 '노동'을 돌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

'뉴워커 프로젝트'에 참여해 책 선정을 맡은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무겁게 전달하는 노동이 아니라 편하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한 책을 꼽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 예술인, 프리랜서 노동자를 비롯해 자영업자 역시 고용주이자 사용인인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요즘 시대와 세대에 일과 노동이 무엇일까 하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노동'을 소리내 말하지 않지만, 노동하는 인간으로 사는 삶과 고민은 MZ세대라고 다르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든 현실 앞에서 노동의 부조리보다 손에 잡힐 정규직이 급할 뿐이다.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20대 이나미씨는 "다들 취업 잘 되는 과로 생각하고 좋겠다고 했는데, 코로나 이후 상황이 변했다"면서 "병원이 간호사를 많이 뽑지 않아 경쟁이 치열해졌다"라고 했다. 문화콘텐츠를 전공한 20대 지선주씨 역시 코로나를 겪으며 진로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는 "공연 기획에 관심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문 닫는 곳들을 보며 영상쪽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아직 3학년이라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조급해지기도 한다"라고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직장상사의 갑질이 뉴스가 되도 일단 어디라도 취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신수미씨(23)는 "사실 내 앞의 놓인 가장 큰 문제가 취업이라 직장갑질 뉴스를 읽어도 별 생각이 없다"면서 "일단 어디든 들어가야 직장갑질도 있고 상사 욕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한 손에 전태일 평전 문구가 쓰인 책갈피를 손에 쥔 김한수씨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막막하기도 하고 어려운 시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친구들과 취업을 이야기하다가도 택배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다"라면서 "내 택배를 전달해주는 사람들이 새벽잠을 쫓아가며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로사가 남일 같지 않다, 내가 설사 취업을 한다고 그들과 뭐가 다르겠나"면서 "코로나 이후 새롭게 생기는 직업이 무엇일까,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은데,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어 어렵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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