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삼성 선발 최채흥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삼성 선발 최채흥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포스트시즌이 멀어진 삼성이 뒤늦은 상승세로 4연승을 달렸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0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2-2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 주말 더블헤더가 포함된 한화 이글스와의 4연전에서 3승1무를 기록한 삼성은 SK마저 대파하며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쉬움을 달랬다(62승4무73패).

삼성은 4회 앞서가는 적시타를 때린 강한울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김동엽이 2회 솔로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타점3득점, 외국인 타자 다니엘 팔카가 4안타1타점2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그리고 삼성은 2017년의 차우찬, 윤성환을 끝으로 지난 2년 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토종 10승 투수를 거느리게 됐다. 7.1이닝2실점으로 역투한 3년 차 좌완 최채흥이 2전3기 끝에 드디어 시즌 10승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고졸천하'에서 흔치 않은 대졸 1차 지명의 주인공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고졸신인왕이 귀했을 정도로 KBO리그의 주요 신인들은 대부분 대졸일색이었다. 대학야구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야만 기량이 무르익고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실전 투입이 가능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수육성 시스템은 당연히 대학보다 프로가 더 체계적일 수밖에 없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특급 유망주들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KBO리그에 1차 지명이 부활한 2014년 이후 지난 8년 동안 대졸 선수가 1차 지명으로 선발된 경우는 단 8명 밖에 없었다.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80명 중에서 대졸 선수의 비율은 고작 10%에 불과했던 것이다. 5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대졸 선수가 1차 지명으로 선발된 경우는 단 3명(최원준, 최채흥, 이정용)이었고 그나마 최근 2년 동안에는 대졸선수 1차 지명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양대 출신의 최채흥은 한동희(롯데 자이언츠)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김민(kt위즈) 등을 배출했던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삼성의 1차지명을 받았다. 최채흥은 대학 4년 동안 통산 평균자책점이 1.86에 불과했을 정도로 대학야구 최고의 좌완으로 이름을 날렸고 삼성은 경북고 에이스 김태우와 최채흥을 저울질하다가 대학시절 많은 실전 경험을 쌓은 최채흥을 선택했다(이후 김태우 역시 2차2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은 '즉시전력감'이라고 할 수 있는 최채흥에게 3억5000만 원이라는 많은 계약금을 안겼지만 사실 KBO리그에서 순수 대졸신인이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2005년의 오승환(삼성)이 마지막이었다. 아무리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즉시전력감'이라고 해도 신인 투수들은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았고 이는 다소 거친 투구폼을 가지고 있던 최채흥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8년 5월 1군무대에 데뷔한 최채흥은 6월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2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다음 등판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곧바로 2.2이닝5피안타로 뭇매를 맞은 최채흥은 2군에서 투구폼 교정에 들어갔다. 9월 말에 다시 1군에 돌아온 최채흥은 5경기에서 16.2이닝을 던지며 단 2점만을 내주는 뛰어난 투구로 3승을 추가하며 4승1패3.21의 준수한 성적으로 루키 시즌을 마쳤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 10승 달성한 최채흥

루키 시즌 투구를 통해 최채흥의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 구단은 2019 시즌부터 최채흥을 본격적인 선발 투수로 활용했다. 게다가 최채흥은 루키 시즌 28이닝 밖에 던지지 않아 여전히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삼성팬들은 최채흥이 2015년의 구자욱 이후 4년 만에 삼성에 다시 신인왕 타이틀을 가져다 줄 거라고 기대해 마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최채흥의 폭발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최채흥은 작년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여러 차례 오간 최채흥은 6승 6패 2홀드4.81로 프로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조금 아쉬운 성적으로 마쳤다. 삼성팬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좌완선발 유망주에게 여러 보직을 오가게 하며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지만 이는 그만큼 삼성 마운드에서 최채흥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부임한 허삼영 신임감독은 최채흥을 올 시즌 붙박이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입단 3년 만에 확실한 자기보직이 생긴 최채흥은 성적으로 허삼영 감독과 삼성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실제로 최채흥은 지난 6월 초 정강이에 타구를 맞아 한 차례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며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삼성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최채흥은 올 시즌 25번을 모두 선발로 등판하며 11번의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10승6패 평균자책점3.63으로 2017년의 차우찬(LG, 12승) 윤성환(11승) 이후 3년 만에 삼성의 토종 10승 투수에 등극했다. 특히 SK를 상대로 한 최근 2번의 등판에서는 각각 120개와 105개의 공을 던지며 7.2이닝과 7.1이닝을 소화하는 역투를 선보였다. 최채흥은 20일 SK전에서도 1회 최정과 제이미 로맥에게 연속타자홈런을 맞은 후 8회 1사까지 추가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차우찬이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전천후 좌완이었다면 삼성의 토종 선발 10승은 2015년의 장원삼(롯데)이 마지막이었다. 2015년은 삼성이 정규리그 5연패를 차지하며 마지막 전성기를 보냈던 시즌이다. 그리고 삼성은 또 다른 좌완 에이스 최채흥을 발굴한 올해 시즌 중반까지 5위 경쟁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과연 삼성의 새 토종 에이스로 등극한 최채흥은 내년 시즌 더욱 성숙한 투구로 삼성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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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토종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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