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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화순전남대병원 소속 간호사들.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화순전남대병원 소속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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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과 수술이 있는 날 출근할 땐 '차가 나를 쳐서 출근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 화순전남대병원 A 간호사

19일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교수 부인 특혜진료' 관련 전남대병원 감사실 보고서에는 해당 교수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된 내용도 담겨 있다(관련 기사 : '교수 부인 특혜진료' 국립대병원 특실 등 40회 이상 무료 사용).

감사실은 지난 2019년 11월 26일~12월 6일 화순전남대병원 김아무개 교수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1월 보고서를 내놨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암 치료로 유명한 전남대병원의 분원이다.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화순전남대병원 간호사 두 명은 "그분은 어쨌든 환자를 살리는 의사니까 '우리만 이렇게 희생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면서 "하지만 나도 누군가의 가족인데 '우리 가족이 이 모습을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더라. 모든 의사가 사람을 살린다며 간호사를 희생시키진 않는다"라고 울먹였다.

"제 실수도 아니었는데 수술이 끝날 때까지 '아직도 저 모양'이라며 계속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느 순간부턴 '내가 정말 못하니 그런 소리를 들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며 헷갈리더라고요. 그 교수님을 만나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기분이 가라앉아요. 저희 병원 수술실에서 안 좋은 사건(간호사 자살)이 두 번이나 있었는데 제가 세 번째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 B 간호사

"'애새X가 그것도 못하냐, 동네 애들을 데려와도 너보다 낫겠다'는 말을 엄청 들었어요. 교수님과 수술이 잡히면 전날 악몽에 시달리다 깨고, 처음으로 병원을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다른 교수님과 협진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날도 모두가 있는 데에서 저를 무시하는 말을 하는 거예요. 김 교수님이 나가고 오히려 다른 교수님께서 제게 '괜찮아, 고생했어'라고 말해주시는데 눈물이 쏟아졌어요." - A 간호사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화순전남대병원 소속 간호사들의 신분증.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한 화순전남대병원 소속 간호사들의 신분증.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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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도 병원 측과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 및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김 교수 관련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전남대병원 감사실의 특별감사와 관련해서도 "익명 제보를 받는다고 해놓고 휴대폰 번호 제출을 요구했다"며 감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문자·이메일을 통해 "노조의 고발로 전남대병원 감사실에서 감사를 진행했으나 피해자와 증인은 없고 노조 측의 음해성 루머만 있었다"면서 "노조 측의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 고소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라고 반박했다.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그 교수 방"

인터뷰한 간호사들은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이들은 과거 사례를 떠올렸다. 2016년 한 시사 프로그램은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 및 의사들로부터 겪는 각종 피해 사례를 고발한 바 있다. 전남대병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호사가 나오는 등 고발 대상 중 하나였다. 당시 화순전남대병원에서 보직을 맡고 있던 김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이러한 문제가) 과거에도 관행적으로, 음성적으로 (있어 왔다). 아시겠지만 꼭 우리 병원에 국한된 건 아닐 겁니다. (중략) 저희 화순전남대병원만큼은 이번에 진짜 의지를 갖고 (개선)하겠다. 방송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그 이후 특별히 변한 건 없었다"면서 "오히려 김 교수가 어느 간호사에게 '(방송에 나온 사람) 너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난해(2019년) 11월 감사가 진행된 이후 예전처럼 폭언을 내뱉진 않지만 수술 중 기구를 받기 어렵게 주거나 표정이나 한숨으로 간호사들을 힘들게 한다"면서 "여전히 그 방(김 교수 수술실)은 간호사들이 기피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화순전남대병원 전경.
 화순전남대병원 전경.
ⓒ 화순전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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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혹은 2015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보고서, 2019년 병원-노조 사이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 등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2015년 11월 발행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보건의료노동자 직장 내 폭력 실태조사결과(전남대병원 수술실)'에는 ▲ "이런 썅, 바보 멍청이"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 간호사들을 분풀이 대상으로 여기는 듯해 수술 들어가는 것이 끔찍하다 ▲ "멍청하다", "월급을 축 낸다" 등의 인격모독성 발언을 화풀이로 한다 등 김 교수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다.

병원-노조 양측이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에서도 이 건이 여러 차례 거론돼 왔다. 노조는 김 교수의 문제를 꾸준히 지적한 반면, 병원은 '문제가 없진 않지만 고충처리기구를 통해 해결하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왔다. <오마이뉴스>가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으로부터 입수한 2019년 1/4~4/4분기 회의록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2019년 1/4분기 (3월 28일)
노조 : 원내 폭언·폭행이 근절되지 않아 유감이며 모 교수님은 환자 회진 중 환자가 보는 앞에서 담당 간호사를 비하하고 무시하는 등 모멸감을 준 사례가 있었음.
병원 : 병원에서도 예방대책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으며, (중략) 폭언·폭행 발생 시에는 폭력방지위원회 및 징계위원회를 통해 엄중하게 조치하고 있음.

2019년 2/4분기 (6월 24일)
병원 : 1분기에 이어 김 교수가 또 언급되고 있다. 물론 말하는 태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조심스럽다. (중략) 부당한 일을 당하거나 폭언, 폭행 등 사건이 일어나면 매뉴얼과 시스템에 따라 시행하면 될 것 같다.
노조 : 사건 발생 후 처리보다 예방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김 교수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나.
병원 : 전반기에 간호사들 미팅했었고 김 교수와 면담도 했다. 변화가 있다고 알고 있다.
노조 :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한다.
병원 : 정말 부당하다고 느끼면 매뉴얼대로 하면 될 것이다.

2019년 3/4분기 (9월 30일)
노조 : 김 교수 주말 회진 시 간호사가 질문에 답변을 못할 경우 폭언을 하므로 회진 시 간호사가 동행하지 않았으면 함.
병원 : 회진은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해야 하며 (문제가 있다면)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함.
노조 : 노조는 특단의 조치와 관련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
병원 : 노조 의견을 인지했으니 좀 더 지켜봐줬으면 함.

2019년 4/4분기 (12월 24일)
노조 : 최근에도 (김 교수가) 수술실에서 고성을 질렀다고 함.
병원 : 병원장이 김 교수에게 직접 지적을 하였고 본인도 알고 있으나 직원들과의 온도차가 심함. (중략) 직장 내 괴롭힘 시스템을 이용하길 바람.
노조 : 직장 내 괴롭힘 시스템이나 병원의 고충처리위원회를 직원들은 신뢰하지 않음. (중략) 불이익 당하지 않을 거라는 병원에 대한 신뢰가 없음. (중략) 병원장도 김 교수의 폭언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병원 : 알고 있고 노조에서 제일 많이 들었음.
 
찜찜한 감사

노조의 문제제기로 전남대병원 감사실은 지난 2019년 11월 26일~12월 6일 특별감사를 통해 김 교수의 '폭언·폭행·갑질 의혹 사항'에 대해 조사했다. 올해 1월 내놓은 보고서에는 다소 애매한 내용의 감사 결과가 담겼다.
 
노조의 주장이 현재는 의혹에 그치고 있으나 가해자라고 주장되는 김 교수가 과거 유사한 전력이 있어 잠재적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요구된다. (중략)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노조의 주장만으로 해당 교수의 직위해제 또는 겸직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하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잠재적 피해자 보호와 함께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고민한 결과 병원 절차에 따른 상담과 조사가 예상되는 일정기간 동안 신규 환자의 수술 및 초진 환자의 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권고한다.
 
이 같은 찜찜한 결론이 나온 이유는 감사 과정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및 제보접수에 한 명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피해자, 증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노조 측의 음해성 루머만 있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간호사들은 "설문조사 및 제보접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전남대병원 감사실이 2019년 11월 화순전남대병원 김아무개 교수 관련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하며 관련 직원들에게 보낸 설문조사 양식. "모든 응답은 비밀로 유지된다"는 설문조사지만 항목 중 휴대폰 번호를 쓰도록 해(붉은색 네모 부분) 논란이 일었고 결국 취소됐다.
 전남대병원 감사실이 2019년 11월 화순전남대병원 김아무개 교수 관련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하며 관련 직원들에게 보낸 설문조사 양식. "모든 응답은 비밀로 유지된다"는 설문조사지만 항목 중 휴대폰 번호를 쓰도록 해(붉은색 네모 부분) 논란이 일었고 결국 취소됐다.
ⓒ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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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남대병원 감사실이 지난 2019년 11월 26일 공고한 설문조사의 문항 중에는 "원활한 사건 조사를 위해 귀하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감사실은 노조의 문제제기에 이를 철회한 뒤 '특별감사 관련 협조 요청' 문자를 보냈지만 특별히 제보자 보호를 위한 안내는 없었다.

간호사들은 "전남대병원은 애초에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감사 역시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그런 상황에서 (휴대폰 번호를 적으라는) 설문조사 문항을 보고 어떻게 제보를 할 수 있었겠나"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 국회 교육위원회)은 "2005년 2명(화순전남대병원), 2016년 1명(본원)의 간호사가 전남대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김 교수 관련 의혹 역시 간호사들이 수년 동안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전남대병원의 조직문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사와 간호사, 교수와 전공의로 대변되는 병원 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교수 "수술실, 엄한 분위기"

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남대병원 감사실에서 집중적으로 감사했지만 피해자와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제가 화순전남대병원 ○○○장(고위 보직)을 맡았을 때 노조와 극심히 대립했고 이후 병원장 하마평에 오르자 신상털기에 따른 루머가 생겨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수술할 때 좀 유별나긴 하다. 굉장히 엄한 분위기인 수술실에서 약간 긴장감 있는 상황이 연출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욕설을 퍼붓고 기구를 내동댕이쳤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화순전남대병원 관계자도 "감사실에서 오랫동안 감사를 진행했고 (설문조사 중) 휴대폰 번호를 물어본 것도 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해 다른 방법으로 진행했다"면서 "노조의 이야기만 있지 실제로 (제보가) 나온 게 없다는 건 김 교수가 심하게 하지 않았단 이야기"라고 밝혔다.

태그:#전남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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