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는 1단계로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꿈꾸기 힘들다.
재택근무를 하다 최근 출근하기 시작한 사무실에서도 인트라넷을 이용해 대화를 나눈다. 구내식당에서도 떨어져 앉아 밥을 먹으니 회사 내 대부분의 공간이 조용하다. 사무실에서는 타닥거리는 타자 소리만 들리고 식당에서는 달그락달그락 수저 부딪히는 소리만 난다. 친구들과 만남도 줄어들었으며 꾸준히 해오던 독서 모임도 이제 두 번 중 한 번은 온라인 채팅 방식으로 대체해 진행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활기가 사라지고 여유 시간은 많아졌다. 그 시간을 독서와 넷플릭스 시청, 홈트레이닝 등으로 채웠지만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런 취미들이 금세 지루해졌다.
그는 숨겨진 VIP였다
그와 대조적으로 회사 같은 팀 막내 사원은 항상 바빠 보였다. 회사 점심시간에 가끔 약속이 있다고 나갔다 오기도 하고, 퇴근 후에도 집 근처에서 약속이 있다며 귀가를 서둘렀다.
알고 보니 막내 사원은 당근마켓 VIP 같은 존재였다. 주 3회 정도는 꼬박꼬박 구매자 혹은 판매자와 직접 만나 거래한다고 한다. 당근마켓은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앱인데, 같은 동네 사람들의 물품만 볼 수 있어 주로 직거래를 이용한다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해 용돈 버는 재미도 쏠쏠할뿐더러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며 몇 가지 일화를 말해줬다.
한창 마스크 구매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던 시기. 직거래를 하러 나간 막내사원에게 거래자가 그 귀한 마스크 두어 개를 쥐여주고는 건강하라며 덕담까지 하고 갔단다. 그 후로도 처음 만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호의를 받았다고 한다.
낯선 이에게 받는 호의는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법이다. 그녀 또한 받은 만큼 상대 거래자에게 더 친절하고 또 더 많은 것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현재까지 훈훈한 거래를 이어왔다.
작지만 따스한 호의
궁금한 마음에 나도 앱을 설치하고 안 쓰는 물건을 몇 개 올렸다. 생각보다 빠르게 연락이 왔고, 바로 집 앞에 물건을 가지러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거래하려니,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채 앱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게 영 불안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어색하게 물건을 주고받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걱정을 안고 내려갔는데, 그와는 다르게 거래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집 앞 약속한 장소로 내려가 쇼핑백을 들고 있으니 구매자가 단숨에 알아보고 걸어왔다. 물건을 확인하고는 잘 쓰겠다는 인사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젤리 선물까지 건네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알람이 울려 확인하니 거래자가 쓴 거래 후기였다. 나는 안 쓰는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했을 뿐인데, 그 짧은 시간 안에 감사 인사를 세 번이나 받았다.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파는 단순 거래로만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오가는 대화와 짧은 만남 속에서 정을 느끼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막내 사원, 아니 많은 이들이 해당 앱을 이토록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리라 추측해본다. 누군가와 선뜻 약속을 잡기도 힘든 코로나19 시기. 거래를 빌미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을 나눈다. 코로나 이전 일상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취미를 통해 조금은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