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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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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오랜 기간 봉사자로 일하면서 낙태를 경험한 수많은 50~70대 여성을 만나왔습니다. 단순히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음에도, 혹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었음에도 20년, 길게는 50년 전의 낙태 경험으로 평생 죄책감을 갖고 같은 '죄'로 끊임없이 고해성사를 보는, 고통받는 여성들을 보며 이런 단죄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리고 왜 이 단죄는 여성들만을 향하는 것인가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크리스티나

"천주교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을 진행한 뒤로 성당은 더 이상 제게 안식처가 아닙니다. 임신을 하지도, 출산을 하지도 않는 신부들이, 눈앞에서 강론을 듣는 '자매'들에게 낙태가 얼마나 익숙한 경험인지 상상도 못 하는 신부들이, 함부로 죄를 이야기하는 오만함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구네군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천주교 내부에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한다는 '다른 목소리'가 등장했다. 천주교는 염수정 추기경과 신부들까지 나서는 등 교단 차원에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고, 1015명 천주교 신자들의 낙태죄 폐지 관련 의견 및 지지 성명(세례명) 내용을 발표했다.

1015명 서명 참가자들은 ▲ 낙태죄 폐지에 적극 찬성 ▲ 여성 인권을 제쳐두고 '태아 성명'만 부르짖는 교회와 천주교에 실망과 분노 ▲ 낙태죄는 여성이 겪는 문제이므로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교회 내 성차별 문제에도 목소리 높여야 등의 의견을 작성했다.

해당 서명과 의견들은 9월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온라인 구글폼을 통해 취합했다. 모낙폐는 이를 의견서 형식으로 정리해 기자회견 직후 법무부, 보건복지부, 청와대, 국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등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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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종교계와 정부를 향한 천주교 신자들의 의견을 대독했다. 기자회견장 주변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이 고함을 치면서 잠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활동가들은 "나도 천주교 신자로서 낙태죄 폐지에 찬성한다"라고 밝히며 차분하게 신자들의 의견을 읽어나갔다.

대독된 글의 상당수는 천주교가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여성들을 죄인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례명 마리아는 "피눈물을 흘리며 임신 중단을 선택하는 여자들보다 임신중단을 살인이라며 여자들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들과 수도자, 신자들이 반생명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례명 리따는 "천주교 예비 부부 교리에서 콘돔, 피임약은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니라고, 주기에 따라 여성의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서 임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교육했다"면서 "피임도 안 되고 중절도 안 된다니 교육을 받는 내내 숨이 막혔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선 신부들을 중심으로 한 천주교 교단의 낙태죄 폐지 반대 주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요청했다. 세례명 소피아는 "천주교인 모두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는 보수적인 천주교회에서 발언의 권력을 갖지 못한 여성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례명 제노베파는 "종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이런 구시대적인 법을 유지하고 있는 현 정부, 사법부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박은주 모낙폐 집행위원은 "여성들이 생명이 소중하지 않아서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왜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수 없는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면서 "아일랜드는 천주교 신자가 굉장히 많지만 그들은 낙태죄 폐지를 이끌어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으로 타인의 삶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고 강조했다.

모낙폐는 현행 낙태죄 헌법재판소 불합치 결정에 따라, 지난 7일 정부가 내놓은 낙태죄 대체입법안(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있다. 개정안은 형법상 낙태죄를 존치시키고, 14주 이내의 낙태만을 조건 없이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입법 예고 기간이 만료되는 11월 6일까지 매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각 지역과 온라인에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 여론을 모으고 있다.

태그:#낙태죄 폐지, #낙태죄,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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