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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서초·동작 청년들과 함께 알고 싶은 가게를 소개해드립니다. 관·서·동 청년세대 지원센터 '신림동쓰리룸'과 '프로딴짓러' 박초롱 작가가 안내하는 '관서동 사람들'은 당신 주변의 바로 그 사람들이 동네에서 먹고, 살고, 나누고, 웃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미스피츠 출입구
 미스피츠 출입구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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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은 25%로 OECD 국가 중에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의 네 배, 일본의 두 배로, 식당만 세어봐도 67만 개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다. 열과 성을 다해서 꾸린 가게가 문을 닫았을 때 가게 사장의 마음은 무너진다. 다시 일어날 힘을 잃는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햄버거 가게 '미스피츠' 사장도 코로나19 발병 이후 매출에 타격을 크게 입었다. 그러나 그에게 이런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 사업 정리 후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시도한 사업이 연달아 잘 되지 않으면서 빚더미에 앉은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노동으로 빚을 청산하고 새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의 햄버거 가게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실패를 딛고 다시 시도할 수 있었을까? 미스피츠의 이종관 대표를 만나보았다.

서울청년센터 관악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에서는 지역 가게를 소개해 지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동네 상권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돕는 '관서동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프집 아르바이트생에서 내 가게 차린 주인으로

- 미스피츠를 소개해주세요.
"손님이 행복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미스피츠입니다. 훈연 햄버거를 팔고 있어요."

-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미스피츠가 영어로 '사회부적응'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Mis라는 단어과 Fit의 합성어니까 무언가와 잘 맞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특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살아온 삶과도 잘 어울리고요."

- 어쩌다 요리를 하게 됐요?
"학교 다닐 때 서울 강남 청담동에 있는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뽑는다고 해서 들어간 건데, 사장님이 주방 일을 가르쳐주고 요리를 시키시더라고요. 제가 곧잘 하니까 본인은 점점 매장에 나오지도 않으셨어요. 그러다보니 호프집에서 할 수 있는 요리를 많이 배웠죠. 이 정도면 나도 호프집을 열어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요리하는 게 재미도 있었고요. 그래서 그 후에도 요식업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어요. 언젠가 제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요."    
   
- 다양한 요리가 있는데 햄버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2005년부터 2년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여러 곳에서 요리를 배웠어요. 그러다가 카페테리아에서 좋은 분을 만나 여러 가지 요리를 배우며 일했어요. 그때 햄버거 만드는 걸  배웠죠. 원래는 호주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는데 비자 연장이 잘 되지 않아서 우리나라로 돌아왔고, 그때 가졌던 꿈을 우리나라에서 실현해봤어요. '샤로수길'(관악구 일대 상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이라 불리는 곳에서 친구와 함께 햄버거 가게를 열었죠. 지금은 독립해서 미스피츠를 하고 있고요."

- 호주에서 가게를 열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나요?
"우리나라에서는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허들이 많아요. 자격을 갖춰야 하고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잖아요. 호주에서는 무언가를 배울 의지가 있으면 누구든 기회가 있어요. 그게 좋아서 호주에 계속 있고 싶었어요. 그곳에서 누리는 자유로운 생활도 좋았고요. 이민법이 바뀌어서 계속 머무르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미스피츠 내부
 미스피츠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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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는데 또 하는 이유? 좋아하니까

이종관 대표가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열었던 햄버거 가게는 지역에서 이름을 꽤 알렸다. 보통 첫 번째 사업은 쉽지 않다고 하는데 가게가 잘 되자 자신감이 생겼다. 마침 그에게 다른 사업을 제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 첫 번째 창업이 성공적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는 그렇지 않았다고요?
"친구와 동업했던 가게가 잘 됐어요. 이제 혼자 독립해야겠다 싶어서 제 지분을 친구에게 팔고 안산에서 바(Bar)를 시작했죠. 그 자리에서 원래 바를 하던 친구가 영업이 잘 안 된다며 제가 와서 살려봤으면 했거든요. 그때는 자만감이 하늘을 찌를 때였어요. 제가 하면 잘 될 것 같았죠. 낮에는 음식을 팔고 밤에는 술을 팔았는데 잘 안 됐어요. 망했죠. 빚도 많이 졌어요."

- 그런데 세 번째 사업을 또 시작했고요.
"네. 이런저런 일 해서 빚을 다 갚았죠. 교훈이 컸어요. 그런데 이번엔 다른 친구가 중국 텐진에 가서 사업을 하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곳에서 카페테리아를 했는데 6개월 일하고 저는 돌아왔어요." 

- 잘 안 됐나요?
"다른 나라 갈 때는 준비를 잘 해서 가야 해요. 우리나라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화나 입맛이 정말 달랐어요.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아침을 집에서 먹지만 중국은 집앞에서 사다 먹는 게 문화더라고요. 입맛도 더 기름지고요. 그런 걸 잘 몰랐었죠."

- 그리고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또 사업을 시작했죠. 미스피츠를요. 무엇이 이렇게 계속 사업을 하게끔 하나요?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잖아요.
"좋아서 하니까요.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회사 일은 저랑 안 맞아요. 잠깐 다닌 적이 있는데 월급에 비해 일을 너무 많이 했고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문화가 싫었어요.

저는 제 요리를 해서 손님들한테 인정받는 게 좋아요. 손님들이 계산할 때 맛있었다고 한 마디 해주면 그날 종일 기분이 좋아요. 음식을 제가 개발하니까 모든 걸 인정받은 기분이죠. 또 요리도 재밌어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재료들을 조합시키는 즐거움이 있죠. 예를 들면 저희 메뉴 중에 크리미 미소버거가 있는데요. 보통 미소라는 일본된장과 크림치즈, 마요네즈, 생크림을 조합시킬 생각을 잘 안하잖아요. 그런 걸 조합했는데 맛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미스피츠는 최근 SBS의 한 맛집 소개 방송에 나오면서 '된장크림구름버거'로 이름을 날렸다. 본래 이름은 '크리미 미소버거'다. 방송이 나가고 그 메뉴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자영업자는 손님 대하는 걸 좋아해야
   
미스피츠 내부
 미스피츠 내부
ⓒ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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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하고 망하고를 반복하면서도 자영업을 계속하네요. 다른 분들께도 자영업을 추천하나요?
"맞는 분께만 추천드리고 싶네요. 손님 응대하는 게 늘 즐거울 수는 없는데 자기가 정말 손님 대하는 걸 좋아하는지 묻고 싶어요. 저는 이 일을 좋아해서 계속하는 건데요. 직장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내가 너무 현실감각이 없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금 와서 하기도 하니까요. 집 사고 주식투자하는 세계를 잘 몰랐어요. 하고 싶은 거 하면 돈은 알아서 따라 온다고 하잖아요.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 동업은 어떤가요? 추천하고 싶은가요?
"장단점이 있어요. 두 사람이 같이 있으니 더 좋은 의견을 낼 수도 있고, 의견이 잘 안 맞으면 싸울 수도 있죠. 사람이 잘 되면 내 덕 같고 안 되면 남 탓하게 되거든요. 그래도 서로 의견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영업은 정말 관리해야할 게 많은데 아무래도 둘이 하면 역할을 나눌 수 있어 좋겠죠."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곧 이 건물이 재건축되기 때문에 이전해야 해요. 인근에서 제품과 인테리어를 조금 더 다듬어서 계속 할 생각이에요.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었는데, 언젠가는 제 요리를 프랜차이즈화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몇 번의 실패에도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건 아마 '과정이 즐거워서'가 아니었을까? 코로나19 때문에 미스피츠의 매출도 줄었지만 왠지 그는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넘어졌다 한 번 일어난 사람은 다시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이종관 대표는 꾸준히 소아암어린이재단에도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그의 여유로운 마음이 요리로, 기부로 세상 곳곳에 퍼졌으면 좋겠다. 

태그:#신림동쓰리룸, #미스피츠,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관악청년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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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 서울시와 관악구의 청년정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 현재 시설(관악구 신림동 241-22, 302)은 휴관 중이며 대부분의 지원업무는 온라인으로 진행 중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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