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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추석 명절에 아이들 주시려고 양말을 준비하셨나 보다. 내 어릴 때에도 엄마는 가족 수대로 양말을 준비해 놓으셨다. 가난한 부모가 명절에 집에 오는 자식에게 모두 줄 수 있는 선물로 양말 만한 것이 없다.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 손자, 손녀 수에 맞춘 양말을 준비하면서 기쁘셨을까, 아니면 이것밖에 주지 못해서 서운하셨을까. 그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성장함에 따라 구입하시는 양말 크기도 커졌을 테고 그것으로 자식의 성장을 체감하셨으리라.

어머니도 다르지 않다. 장에서 양말을 사셨고 주말마다 오는 아이들이지만 특별히 명절이 낀 주말에는 양말을 주셨다.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양말을 꺼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머니께서 손자와 손녀를 위해 준비한 양말이 너무나 작았기 때문이다. 큰애가 딸이고 작은애가 아들인데 파란색 양말이 좀 더 작다.

빨간색이 두 개인 걸로 보아 큰애와 며느리인 나를 위한 선물에 작은애를 위한 양말을 준비하신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세 식구 중에서 제일 작은 내 발도 230정도이고 아이들은 250과 260을 신는데 이렇게 작은 양말이라니.
 
나와 아이들 주시려고 준비하신 양말
▲ 할머니께서 주신 양말 세 켤레 나와 아이들 주시려고 준비하신 양말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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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양말이 빨간 양말보다 적은 것으로 보아 작은애가 동생이니까 발도 더 작을 것으로 생각되셨나 보다. 사실 작은애는 길이도 길지만 볼도 넓어서 신는 신발이 아주 큰데 말이다.

처음엔 웃었다. 아이들이 자란 것이 눈에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여전히 꼼지락거리던 아이들로만 생각되신 것일까. 내 발에도 맞지 않을 작은 양말을 가족 수에 맞게 세 켤레 준비하신 마음에 찡해진다.
 
큰애 발에 양말을 대 보았다.
▲ 큰애의 발과 양말 큰애 발에 양말을 대 보았다.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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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 양말은 더 작았다.
▲ 작은애 발에 대 본 양말 작은애 양말은 더 작았다.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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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마음이 또 아파왔다. 한 눈썰미 하시던 어머니 눈이 조금 오작동이 난 것일까. 아이들 신는 신발도 보셨을 테고,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이라는 것도 잊지 않으셨을 텐데... 이리 작은 양말을 고르신 눈썰미가 안타깝다.

대충 훓어 보셔도 준비해야 할 마늘의 양을 가늠하셨는데 올해는 필요한 마늘보다 적게 준비해 놓으셔서 마늘을 심는 날 부랴부랴 마늘 종자를 준비하느라 아주 바빴다. 남편은 어머님 눈썰미가 조금 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양말에 자꾸 그 마늘 심던 날이 겹쳐 떠오른다.

태그:#양말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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