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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라는 신조어가 어느새 익숙해진 기분입니다. 코로나 우울은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우울감과 무기력함, 불안 등을 느끼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섣부른 '극복'을 말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겪은 시민기자들이 자신만의 경험을 통해 얻은 작은 해결책들을 '나만의 심리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싣습니다.[편집자말]
 난 '일주일만 더 버티면 돼! 일주일 후면 어쨌든 해방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지내고 있었다.
 난 "일주일만 더 버티면 돼! 일주일 후면 어쨌든 해방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지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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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순. 내게 몹시도 중요한 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고사를 일주일 남긴 날이었다. 그날도 나는 구술시험에 가까운 면접에 대비해 하루 종일 그간 정리해 둔 자료들을 암기하고 연습하고를 반복했던 터였다.

당시 난 '일주일만 더 버티면 돼! 일주일 후면 어쨌든 해방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지내고 있었다. 다시 확산되는 코로나 때문에 시험이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지만 이런 기분은 무시하려 애쓰면서 말이다.

그날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카톡 메시지 알람이 쉴새 없이 울려댔다.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아 얼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모른 척하던 불안감이 현실이 됐다. '일주일만 버티면 된다'며 애써오던 그 면접고사가 '코로나19로 인해 10월 말로 연기되었다'는 통보였다. 함께 공부하던 동료들이 모여 있던 단톡방은 탄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망연자실했다. 시험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이 긴장과 불안을 두 달이나 더 겪어내야 한다니. 원래 예정된 8월 면접고사 이후에 새로 맡기로 한 일들은 또 어찌해야 하는지 눈앞이 깜깜해져 왔다. 

지난 2월 18일(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범해 들어온 후로, 코로나19와 함께 하는 일상은 습관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 한두 달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단절된 관계들에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를 챙기는 일이 몸에 밴 만큼, 사람들과의 멀어진 거리에도 익숙해져 있던 날들이었다.

이만하면 잘 적응하고 있다 싶어 나의 '코로나 우울'은 끝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확산된 코로나가 나의 오랜 목표였던 면접시험의 날짜를 연기시키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코로나 우울'이 나를 덮쳐 왔다. 

[코로나 우울 대처 첫 번째] 분노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잠시 동안 멍한 상태로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그놈의 바이러스가 관계와 일상을 파괴하더니, 이젠 오래 계획해 온 꿈까지 방해하는구나 싶어 화가 치밀었다. 8.15 집회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한바탕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 일었다. 코로나 우울의 증상 중 하나인 분노였다.

코로나 우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일상이 달라지면서 많은 이들이 겪는 불안과 우울, 분노 등 심리적 스트레스 현상을 말한다.

고려대 KU마음건강 연구소의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를 인용한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에 참여한 국민 중 약 3분의 1이상(9월 경도 이상 38.4%, 중증도 이상 29.5%)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반적 수준의 우울과 불안 외에도, 분노로 가득 차 있음을 보고하기도 했고 20% 가까이는 자살위험 집단으로 분류될 만큼 심각한 우울과 불안, 무기력을 경험하고 있었다. 

지난 봄 경미하게 지나갔던 나의 코로나 우울은 8월 '분노'로부터 다시 시작됐다. 이 분노는 아무 잘못도 없이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억울함, 내가 나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불안과 무력감이 뒤범벅된 감정이었다.

분노는 혼자 쌓아두어서는 해소될 수 없는 법. 나는 동료들의 단톡방에 분노를 쏟아냈다. 동료들은 비슷한 감정을 털어 놓았고, 우리는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서로의 분노에 공감해주었다. 그날 밤 오랜 시간 카톡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던 우리들은 마침내 결론에 이르렀다. '어쩌겠어! 받아들이자!'

마침 오래도록 마음에 지니고 있었던 한 유명한 기도가 떠올랐다. '신이시여,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시고, 바꿀 수 있는 것에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 

한바탕 분노를 쏟아낸 후여서 그런지, 유난히 더 마음이 와 닿았다. 지금 이 상황은 '바꿀 수 없는 것'임이 분명했다.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 수밖에 없었다. 나의 코로나 우울 대처의 첫 단계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었다.  

[코로나 우울 대처 두 번째] 단절감과 우울,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위안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우울과 불안, 무기력 등 '코로나 우울' 현상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우울과 불안, 무기력 등 "코로나 우울" 현상을 겪고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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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상황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자, 격했던 감정은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그러자 잠이 쏟아졌다. 그날 밤 나는 일단 다 잊자는 심정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조금은 개운해진 듯도 했다.

그런데 허전함이 밀려왔다. 면접시험 공부에 매진하려 했던 날인데 그럴 필요가 없어지자 갑자기 시간도, 마음도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참에 기분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친구들과 수다라도 실컷 떨자!'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나는 근처에 사는 친구들에게 카톡을 넣어봤다. '우리 만날까?' 하지만, 돌아온 답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야! 지금 어떤 시국인데. 커피숍 체인들도 매장 운영 안 하는데 우리도 조심해야지!'

다시 한번 코로나 시국임이 깨우쳐졌다. 그날 나는 집에 멍하니 있었다. 격렬했던 분노는 사라졌지만, 세상과 단절된 듯한 외로움, 그리고 우울이 찾아왔다. 생각해보니 지난 2월 이후 마음 편한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단절되어 살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에 슬픔이 밀려왔다. 

나는 이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SNS에 적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험이 연기된 일부터, 우울감과 무력감,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과 슬픔을 글로 쏟아냈다. 잠시 후 나의 SNS 친구들은 댓글로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한 마디씩 남기기 시작했다. 댓글들을 읽으니 직접적인 만남은 아니더라도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중 내 마음에 훅 들어온 댓글이 하나 있었다. 

'도쿄 올림픽을 준비해온 선수들도 있지요. 함께 겪어내고 있는 중이니 힘냅시다!'

바로 이거였다.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은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꿈이 좌절되고, 일상이 무너지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살아내고 있었다. 이를 인지하자 우울한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나는 코로나 우울을 마주하며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기억하려고 했다. 지금 이 상황은 '우리가 함께 겪어내고 있는 일'임을 명심하는 것. 이를 마음에 새기자 묘한 연대감이 느껴지며, 마음이 따스해져 왔다. 

[코로나 우울 대처 세 번째] 지금-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심리상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이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안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리적 유연성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관점과 행동을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된다. 상황을 '수용'하기로 마음먹고, 이런 경험이 '보편적'인 것을 인식하는 것은 '심리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준다. 

나 역시 그랬다. 나의 우울과 불안, 분노를 인정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수용하기로 결심하고, 함께 겪는 일임을 상기하자 지금-여기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변경된 시험 스케줄에 따라 시험공부 계획을 다시 세웠다. 다이어리에 새로운 스케줄이 적히자 안정감이 느껴졌다. 시험 이후에 시작하기로 했던 일들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일정을 조정했다. 오랜 기간의 시험준비에 소진되지 않도록 재충전의 시간도 정해 넣었다. 지금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고 나니 복잡한 감정들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 후 나는 지금-여기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물론, 불안과 우울, 분노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코로나19 때문에 흐트러진 일들이 떠오를 때면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금 상기한다. 지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나만 겪는 일이 아님'을. 그리고 '지금-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 묵묵히 실천에 옮긴다. 그러다 보면 다시 마음이 맑아져 온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무려 행복감을 느낀다. 현재에 집중하고 있기에 다가오는 시험에 대한 불안, 다른 근심 걱정은 내게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나면, 나는 또다시 그 시점에서 내가 할 일을 그냥 할 것이다. 코로나 우울로 괴롭다면, 아래의 생각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기' '함께 겪는 일임을 기억하기'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이런 작은 실천들을 통해 일상의 기쁨을 조금씩 되찾아 갈 수 있기를. 

덧) 이런 방법으로도 우울감을 극복하기 힘들다면, 심리상담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아보길 권한다. 각 지역의 정신건강지원센터와 상담전문기관들에서는 무료전화상담을 비롯한, 코로나 우울 관련 심리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별로 미리 알아두고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송주연 시민기자는 공인 상담심리사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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