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집에 돌아와 마스크를 벗으니 붉게 상기된 얼굴이 드러난다. 6km를 달리며 수십 번의 평온과 고통이 교차했을 얼굴이다. 땀에 젖은 옷을 벗어두고 샤워를 하면 나를 뒤덮었던 먼지와 땀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굴레와 내면의 번뇌까지 씻기는 듯하다. 그리고 가을밤이 지나기 전에 꼭 이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노트북을 켰다.

웨이트, 스피닝, 줌바, 재즈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운동을 경험해본 나지만, 당장 어떤 운동을 하면 좋겠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건 언제나 달리기다. 특히나 치솟을 듯 높은 하늘에, 머릿속까지 씻을 수 있을 정도의 맑은 바람이 양껏 불어주는 이런 가을에는 더더욱. 나에게 달리기가 그랬듯 당신에게도 달리기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시작한다.

달리기는 쉽다
 
 달리기는 쉽다. 방법을 연구할 필요도, 도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잘하고 말고의 기준이 없다.
 달리기는 쉽다. 방법을 연구할 필요도, 도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잘하고 말고의 기준이 없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근력 운동이 중요하다는 걸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근력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먹기도 어려운데 막상 헬스장에 입성해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모를 기구들을 보면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특히, '저 정도 무게의 덤벨이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덤벨을 한 손으로 들고 팔 근육을 터뜨리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볼 때.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산뜻한 각오를 가진 나와는 달리 지금 이 무게를 못 견디면 죽는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는 사람을 볼 때. 그 두려움은 정점을 찍는다. 나 같은 사람들과 그들은 다르다는 암묵적 진입장벽을 느끼고 근육은 없지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복귀한다.

반면 달리기는 쉽다. 방법을 연구할 필요도, 도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 잘하고 말고의 기준이 없다. 대회에 나가지 않는 이상 오늘 몇 km를 얼마의 속도로 주파할 것이냐는 자신의 선택이다.

보통 달리기는 혼자 하기 마련이므로 누군가보다 앞서거나 뒤서는 경쟁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달리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오로지 '조금만 더 달려보자'와 '이젠 정말 못하겠어' 중 어떤 걸 선택할 거냐의 문제다. 철저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경쟁과 목표의 압박이 없다는 건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다. 운동뿐 아니라 어떤 도전이든 흥미를 붙이기도 전에 실패의 경험을 너무 많이 쌓거나 상대와의 경쟁에서 오는 긴장감을 고도로 축적시키면, 다음의 시도로 이어지기 어렵다. 가볍게 해보고 나의 역량을 스스로 테스트하고 거기서 조금씩 발전하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 그렇게 해야만 운동을 습관이자 취미로 만들 수 있다. 

달리기는 수련이다

내가 달리기를 추천하는 이유에는 몸의 단련에도 있지만 마음의 수련도 있다. 달리기는 앞서 말한 1번에서처럼 경쟁이나 목표에 얽매이지 않는 운동이기 때문에 '달리기'라는 동작 자체에 몰입할 수 있다. '이 정도는 해야 하는데', '잘하고 있나?' 등의 고민 없이 그냥 달리는 거다.

팔의 움직임, 다리의 움직임, 땅을 밀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 마주 오는 사람들의 표정, 달라지는 풍경 같은 것들을 느끼면서. 그러다 보면 자연히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약간의 부하가 있는 단순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들이 맑게 게워진다. 말 그대로 '그냥' 달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점에서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일상의 권태나 삶의 무게가 눈덩이처럼 밀려올 때. 이 눈덩이에 곧 깔려 죽겠다는 위협감을 느낄 때 운동화를 고쳐 신고 무작정 나간다. 그리고 달린다. 나의 호흡, 횡격막의 팽창과 이완, 손목과 팔목의 느낌, 척추의 회전 감각... 오로지 달리기를 위한 감각들에 집중하면서 머릿속의 고민 눈덩이를 녹여간다.

고민이 고민을 낳기 전에 그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발을 구르면서 밟고, 손으로 휘저어 흩어지게 만들고, 머리를 흔들어 털어낸다. 땀으로 배출시키고 깊은 호흡으로 밀어낸다.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감에 막막하다면, 1) 운동화를 신고 2) 현관문을 열고 3) 평평한 땅을 밟기 시작하면 평소보다 강한 힘으로 지면을 밀어라 4)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멈추지 않고 가는 것이다. 

당장의 기분은 물론이고 일상을 환기시키고 건강을 선사하고 결국엔 인생까지 바꿔줄 습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달리면 일상이 달라진다

달리기는 특별한 운동이 아니다. 특별한 장소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언제나 하는 걷기에 에너지를 조금 더 싣는 일일뿐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다 보면 일상에서의 걷기 자체가 달라지는 걸 느낀다.

달리기를 할 때처럼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복근에 힘을 주고 괄약근을 조이고 걷게 된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고 내 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환승을 할 때, 역에서 직장까지 늘 하던 걷기이지만 달리기를 통해 정비된 몸과 마음으로 이행하는 걷기는 다른 차원의 것이 된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만 해도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여기에 내가 평소에 건강한 몸에 관심을 갖고 생활한다는 자신감까지 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매일매일 운동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두 그룹의 청소 노동자 중 '지금 운동 중이다'라는 인식으로 청소를 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운동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일상 속 생활에서도 운동 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자세나 호흡을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건강은 한층 가까워진다.

달리기 말고도 훌륭한 운동은 많다. 유산소 운동에 적절한 근력 운동을 더해주면 최상이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최상의 운동법'이나 '단시간에 몸짱이 되는 법'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하루 일과표 안에 운동을 끼워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운동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 막막한 사람에게 달리기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달리기 가장 좋은 계절, 가을이니까. 바람을 가르고 쏟아지는 햇살을 마시면서.

이 계절을 눈을 넘어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달리기의 기쁨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이 가을, 당신에게 달리기를 추천합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산책하듯 살며 떠오르는 것을 낚으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