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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겐 오프스위치가 필요해
 엄마에겐 오프스위치가 필요해
ⓒ 호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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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출간하고 싶다는 소망

얼마 전 내 첫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2019년 10월에 출간 계약을 하고, 거의 1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책 출간 제안을 받은 건 2018년이다. 2년 전, 한 대형 출판사(A 출판사)에서 <오마이뉴스> 글을 보고 연락을 했다. 내 글을 책으로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당연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간절히 바라오던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형 출판사인 만큼 의사결정 단계도 많았는데 기획안은 임원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유는 '유의미한 판매를 이루기 어렵다'였다. 다시 말하면 '안 팔릴 것 같아요'였다. 중간에 워킹맘의 자기계발과 관련된 컨셉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살짝 받았지만, 거절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자기계발로 책 한 권을 써낼 정도의 콘텐츠가 없었다. 그 분야는 나의 글과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오마이뉴스>를 보고 다른 출판사에서 또 연락이 왔다. '초1은 워킹맘의 무덤? 해볼 만하던데'라는 기사를 보고, 아이들 교육에 관해 써보자는 제안이었다. 아이들 학습 습관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는 있었지만 한 권의 콘텐츠로 묶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내가 제안을 했다.

"워킹맘을 위로하는 에세이를 써보고 싶어요."

전화기 너머로 출판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워킹맘 에세이는 정말 안 팔려요. 저도 워킹맘이지만 에세이는 독자의 지갑을 열기가 어려운 분야예요. 워킹맘들이 시간이 정말 없는데, 그나마 책을 좀 읽는 워킹맘들은 주로 자기계발, 재테크, 자녀교육서만 읽어요. 에세이는 외면받는 분야예요. 나중에 생각이 바뀌거나 다른 아이디어 있으면 연락주세요."

충격적이었지만 진실한 조언이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내 블로그 글을 꾸준히 구독하는 워킹맘 중에서도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다는 분이 있었고, 회사 동료에게 물어도 "저는 에세이는 안 읽어요"라는 대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보아도 아이들 교육에 관련된 실용서들이 인기 많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슈퍼맘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에세이 분야에서 잘 팔리는 책을 살펴봤다. 잘 알려진 기성작가 혹은 유명 연예인의 에세이는 잘 팔리는 것 같았다. 유명인의 삶과 생각을 엿보려는 심리가 지갑을 열게 하기도 했고, 기성작가들의 유려한 문장이 지갑을 열게 하는 것 같았다. 무명작가이면서 일반 직장인인 나의 삶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내가 유명한 기업의 잘 나가는 임원이었으면 조금 달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너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집에 와서는 아이들에게 숙제하라고 닦달하는 평범한 워킹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에세이를 내고 싶었을까?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을까? 

다들 안된다고 하니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 '모든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할수록 대박을 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객기도 생겼다. <오마이뉴스>에 워킹맘 기사가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했던 것도 기억했다.

아무도 청탁하지 않고, 어떤 출판사도 계약해주지 않았지만, 홀로 집필을 시작했다. 오기로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느라 꽤나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워킹맘 에세이는 정말 안 팔려요'라는 문장이 나를 가로막았다. 

분명 워킹맘들이 자기계발과 재테크, 자녀교육으로 바쁜 것은 맞지만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가끔은 빵과 함께 따뜻한 커피도 마셔야 하고, 음악도 들어야 하고, 놀기도 해야 한다. '어쩌면 내 글이 바쁜 일상에 잠시 쉼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한 줄기 희망을 붙들고 원고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내 삶은 어느 날은 더없이 완벽했고, 어느 날은 더없이 불완전했다. 행복과 불행의 반복이었던 출근길,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부부 사이, 때때로 사막 같았던 내 마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누구보다 아름답게 성장한 아이들. 이 책은 이런 나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서문 중에서-

작년 7월쯤, 초고를 완성하고 투고를 시작했다. 20곳에 투고를 했는데, 모두 거절. 다시 20곳 투고하고 또 거절. 이렇게 거절의 메일이 쌓여 갈 때마다 해보겠다는 나의 오기도 20번쯤 꺽였다. 

누군가는 쉽게 출간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 나는 뭐 이리 쉽게 되는 게 없나, 한 번쯤, 아니 열 번쯤 운명을 원망했던 것도 같다. '100군데 채우겠는 걸?' 하는 생각을 하며 투고했는데, 정말 100군데를 채웠다. 엑셀로 출판사 리스트를 살펴보다 보니, 중복되어 투고한 곳도 있었다. 

마지막 투고를 하던 날, 딱 오늘까지만 해보고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원고는 책상 서랍 속 깊숙이 넣어놓고, '내가 나중에 유명인이 되면, 그때 이 원고를 다시 꺼내놔야지. 그때는 사람들이 이 글을 궁금해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했다. 딱 포기하던 시점,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고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작은 출판사였고, 사장님도 워킹맘이었다. 워킹맘이니 내 원고가 눈에 들어왔던 것. 그렇게 지난해 10월, 출간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후로 원고를 거의 다시 썼다. 콘텐츠는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던 기사들을 엮은 것이었고, 초고를 작성하면서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칠 데가 많았다.

에디터의 의견을 듣고, 기획에 맞지 않는 글들을 덜어내고 다시 썼다. 나중에 인쇄소에 넘겨지기 전 초고와 비교를 했더니 완전히 다른 원고가 되어 있었다. 블로그 글쓰기와 <오마이뉴스> 글쓰기가 달랐는데, 책 쓰기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그렇게 <엄마에겐 오프스위치가 필요해>가 탄생했다. 제목에서는 사실 '엄마' 혹은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빼고 싶었다. 단순히 워킹맘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그려지고 싶었다. 그러나 책은 작가의 의도보다는 팔리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띄이는 표지와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출판사의 의견에 따라 지금의 제목으로 정해졌다. 

9월 1일,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책은 단숨에 온라인 서점 여성 에세이 부문 1위로 올랐고,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었다. 지켜보던 블로그 이웃들과 카페 회원들이 힘써준 덕분이었다. 예약 판매 시 홍보를 위해 온라인 인연을 맺은 몇몇 블로거들에게 책을 미리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인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 결국 출간일에 맞추어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하니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1년 넘게 기다렸는데, 그깟 며칠 못 기다리겠어요?"

고맙고 감사했다. 이 책을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다. 애정으로 지켜봐 준 사람들과 <오마이뉴스> 워킹맘 연재 기사를 보고 인연을 맺은 분들이 에세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9월 7일, 책이 배송되고, 리뷰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공통적인 의견은 이랬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읽다가 울컥했다.'
'나(독자) 잘 살아온 것 같다.'
'남편이 짠해졌다.' 
'그냥 읽을 수 없었다. 술 한잔이 생각났다.'


슈퍼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책에는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도 비난하지 않으며, 일상을 포장하며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아이도 끝내주게 잘 키우는 슈퍼맘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담겨 있다. 내가 조용히 응원을 받았듯, 책은 조용히 응원한다. 당신도 잘살고 있는 것이라고. 여태까지 잘 살아왔다고.

이후 <엄마에게 오프스위치가 필요해>는 여성 에세이 부문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판매가 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계속 1위를 지켰으면 좋았으련만 그러지는 못했다. 별다른 홍보를 전혀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사랑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이었으면 좋겠고, 삶에 지쳐서 사막 같은 마음이 내려앉은 누군가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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