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의 야크> 포스터

<교실 안의 야크> 포스터 ⓒ (주)슈아픽처스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 강대국인 미국? 복지로 유명한 덴마크? 아니면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는 독일?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부탄이다. 부탄은 2008년 제5대 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에 의해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행복지수(GNH)를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설정했다. 잘 사는 나라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00년 키엔츠 노부 감독의 <컵> 이후 20년 만에 국내에 개봉하는 부탄 영화인 <교실 안의 야크>는 이런 행복을 추구하는 부탄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고도 4800미터에 달하는 지역인 루나나에서 촬영을 진행한 작품은 공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비전문 배우와 루나나 지역 사람들을 캐스팅해 영화를 완성시켰다. 그만큼 부탄이 지닌 무공해 대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일하는 신임교사 유겐은 교사의 삶을 따분하게 여기는 꿈 많은 청춘이다. 할머니는 부모를 잃은 그가 정착해서 먹고 살 수 있게 교사 일을 계속 했으면 하지만, 유겐은 따분한 현재를 벗어나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을 가 가수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일정 기간 국내에서 교사로 재직해야 하는 의무를 회피하고 이민을 택하려고 한 유겐은 이에 대한 징계로 루나나의 학교로 파견을 나가게 된다.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루나나는 세계에서 도시와 가장 멀리 떨어진 오지의 학교다. 마을 전체의 인구가 56명 남짓한 이곳으로 유겐은 불만을 품고 떠나게 된다. 가는 데에만 무려 8일이 걸린 건 물론, 도착해서 보니 교실에는 칠판 하나 없고 학생들이 쓸 노트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눈앞에 닥친 현실에 분노한 유겐은 촌장에게 말한다. 도저히 여기서 수업을 못하겠다고. 촌장과 마을 주민 미첸은 아쉽지만 유겐을 돌려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유겐의 마음을 바꾼 건 똑소리 나는 반장 펨잠과 야크의 노래를 알려준 신비한 여인 살돈이다. 유겐은 펨잠을 비롯한 마을 아이들의 어려운 상황과 배우고자 하는 욕구에 마음이 흔들린다. 특히 펨잠은 이혼 후 술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유겐은 교육이란 게 이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여기며 칠판을 준비하고, 창호지를 뜯어 공책으로 나눠준다.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살돈은 유겐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소통의 방법은 노래다. 흔히 노래는 국경 없는 언어라고 일컬어진다. 가사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노래를 통해 감정을 나누고 같은 생각을 지닐 수 있다. 유겐은 살돈으로부터 마을의 노래를 배우면서 그들의 순수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된다. 무조건적인 반감을 지녔던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유겐의 시선은 점점 긍정적으로 바뀐다.
 
이를 상징하는 소재는 야크다. 마을에서는 야크의 똥을 연료로 쓰기에 야크는 중요한 동물이다. 이 야크를 살돈이 교실로 데려오고, 유겐이 돌보면서 유대를 맺게 된다. 마을의 상징과 가까워지면서 마을과 동화된다. 이 과정에서 유겐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는 화장실에 휴지 대신 나뭇잎을 쓴다는 말에 헛웃음을 내뱉고, 전기가 자주 끊긴다는 사실에 짜증을 냈다.
 
루나나는 현대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사람이 살기 힘든 마을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행복하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그 즐거움은 노래에 담긴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고민도 날아간다. 유겐의 입에는 어느새 팝송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담긴 야크의 노래가 흥얼거린다.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교실 안의 야크>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현대인은 그 어떤 시기보다 편리하고 부유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행복이 아닌 불행을 말한다. 이는 물질과 기술이 아닌 부분에서 결핍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그 결핍의 요소로 유대감을 말한다. 대자연 속에서 노래로 하나가 되었을 때, 유겐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따뜻함을 느낀다. 그는 아이들을 비롯한 마을사람들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행복의 가치를 알게 된다.
 
<교실 안의 야크>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순수하고 맑은 이야기로 힐링의 감성을 선사하는 영화다. 매사에 불평불만이 가득했던 철부지 유겐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교사는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란 명언을 듣고, 신체보다 중요한 영혼의 성숙을 경험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진실 된 행복을 찾고 싶은 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국가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선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교실 안의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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