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유럽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자리잡은 '한국 축구의 자존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새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공격포인트를 쌓아가고 있다. 손흥민은 2020-2021시즌 개막 이후 4경기에 출장하여 5골 2도움을 기록중이다.

첫 2경기에서는 다소 저조했다. 손흥민은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0-1 패), 로코모티프 플로브티프(불가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2차 예선(2-1 승)까지 선발로 출전하여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손흥민의 침묵과 함께 토트넘도 답답한 경기력으로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손흥민의 20일 사우샘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원정 경기(5-2 승)에서는 시즌 첫 골을 포함해 무려 4골을 몰아넣는 원맨쇼를 펼치며 자신의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골-아시아 선수 EPL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세를 이어 25일(한국시간) KF 스켄디야(북마케도니아)와 치른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차 예선 원정 경기에서도 결승골 포함 1골 2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4경기만에 공격포인트 7개, 2경기 연속 3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달성한 것은 모두 손흥민의 프로 데뷔 이래 최초의 기록이다. 토트넘이 득점을 만들어내는 과정마다 손흥민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 초반이지만 손흥민은 도미닉 칼버트 르윈(4골)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영국 주요 현지언론들과 축구 전문가들도 손흥민의 엄청난 활약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느덧 28세가 된 손흥민은 축구선수로 최전성기에 접어들 나이다. EPL 진출 이후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달성하는 등 무수한 업적을 쌓으며 이제 빅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승트로피나 개인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다는게 2% 부족했던 아쉬움이었다.

올시즌의 손흥민은 개인에게 있어서나 팀에게 있어서나 '최고의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손흥민의 프로 무대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후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6-2017시즌의 21골(EPL 14골)이었다. 한시즌 최다 공격포인트는 2016-2017시즌(21골 9도움)과 지난 2019-2020시즌(18골 12도움) 두 차례에 걸쳐 달성한 30개였다. 5년째 손발을 맞추고있는 파트너 해리 케인과의 호흡이 절정에 달했고, 올시즌 가레스 베일-세르히오 레길론 등 손흥민의 집중견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파트너들이 새롭게 가세하며 팀전력도 향상됐다.

주제 무리뉴 감독 2년차를 맞이하는 토트넘은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포르투-인테르-첼시-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명문클럽들을 거치며 맨유 시절을 제외하면 항상 부임 2년차에 리그 우승트로피를 포함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토트넘은 올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하여 카라바오컵(리그컵)-FA컵-유로파리그 등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토트넘은 1961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무려 60년 가까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더 이상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서도 EPL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준우승만 기록했고 우승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특히 토트넘에게 올시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유로파리그라고 할수 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6위에 그치며 상위 4강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치고 한 단계 아래인 유로파리그로 내려왔다. 리버풀-맨시티 등 강력한 빅클럽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EPL은 냉정히 말해 우승을 장담하기 쉽지않다. 올시즌 토트넘의 우선적인 목표도 일단은 리그 빅4 재진입이다.

토트넘은 우승을 위해서는 장기 레이스인 EPL보다는 토너먼트 형식의 단기대회를 노리는게 더 현실적이다. 우승팀에게 다음 시즌 UCL 본선 진출권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는 토트넘의 우승에 도전할 가능성이나 동기부여가 모두 충분한 대회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 시절에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정규리그 부진을 만회한 경험이 있다. 토트넘은 다음달 2일 열리는 마카비 하이파(이스라엘)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유로파리그 본선에 진출한다.

변수는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체력부담과 부상 위험이다. 가뜩이나 EPL은 한 시즌 컵대회만 2개가 치러지는 데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2차예선부터 시작하게 되어 경기수가 더 늘어났다.

시즌 초반 2~3일에 한번꼴로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3라운드 경기가 취소되며 부전승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는 행운도 누렸지만, 27일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 다음달 2일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에 이어 4일 난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그 4라운드까지 여전히 혹독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 중요도나 주전 의존도가 높은 무리뉴의 성향을 고려할 때 당분간 손흥민이 라인업에서 빠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도 손흥민을 비롯하여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고생하며 정상적인 전력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손흥민과 새로운 공격조합을 형성하게 될 베일은 몸상태가 좋지 않아 본격적으로 복귀전에 나서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베일이 워낙 거물급 선수인만큼 손흥민-케인과 원만한 전술적 역할 분담을 통하여 조율이 필요하다.

무리뉴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도 극복해야 한다. 초반 손흥민의 눈부신 골폭풍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토트넘의 경기력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유로파리그에서 한 수 아래의 약체 팀들에게 잇달아 고전을 면치 못했고, 5골을 터뜨린 사우샘프턴전도 슈팅 찬스나 득점 기회는 사우샘프턴이 더 많았을 정도다. 또한 무리뉴 감독은 몇 년간 토트넘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델레 알리와 불화설에 휩싸이는 등 선수장악이나 전술운용 면에서 이전의 팀들에게 반복했던 문제점과 불안요소들을 여전히 안고 있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토트넘이 올시즌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과도기에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만일 올 시즌도 우승트로피 하나 없이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해리 케인같이 전성기에 돌입한 핵심 선수들이 커리어를 위하여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케인보다 한 살 많은 손흥민 역시 커리어의 정점을 찍기 위해서는 이제 우승트로피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2020-2021 시즌이 손흥민과 토트넘에게 있어서 모두 최고의 시즌으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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