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수의 아이> 포스터

영화 <해수의 아이>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여름방학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뾰로통한 마음에 루카는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아빠가 일하는 수족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바다 생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신비로운 소년 우미를 만난다. 우미는 형 소라와 필리핀 앞바다에서 발견되었으며 바닷속에서 듀공(바다의 인어라 불리는 멸종위기 종)과 자랐다. 피부가 극단적으로 건조해 간헐적으로 수분 공급을 해야 육지에서 다닐 수 있다. 현재는 루카 아빠가 일하는 수족관에서 임시로 머물고 있는 중이지만 해양학자 짐과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다음날,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루카를 찾아 학교에 온 우미. 어떻게 자기를 찾았냐고 묻자, 빛을 내는 벌레나 동물들은 자기를 발견해 주길 바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마치 내 생각을 읽어내는 것 같은 우미를 따라 루카는 도깨비불(유성)이 떨어지는 장관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마음이 통한 둘은 친구가 된다.

한편, 해양연구기관은 다가올 축제에서 형제와 어떤 매커니즘인지를 밝히려고 한다. 형제들을 이용해 해양 개발의 진보를 이루려는 것이다. 한낱 실험 대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알아챈 짐과 짐의 조수 앙글라드는 힘닿는 데까지 그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축제일이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운석이 떨어지거나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 고래가 출현하고, 심해어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강력한 태풍이 불어오는 등 전조증상이 심해지고 있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루할 것 같았던 루카의 여름 방학은 신비로운 일들로 가득 찼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 연결되는 것. 루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여름을 선물 받았다.

우주, 별, 인간의 탄생과 소멸 순환의 이야기
 
 영화 <해수의 아이> 스틸컷

영화 <해수의 아이>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영화는 바다를 매개로 만난 10대들의 호기심과 순수함 속에서 우주의 탄생과 소멸, 그 이상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한다. 나란 존재의 정체성을 넘어 바다와 우주, 생명으로 넓혀가는 장엄한 세계관이 심오하게 펼쳐진다. 우주의 수많은 별 중 하나에 불과한 지구에 사는 티끌과도 같은 인간.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별 하나의 탄생과 소멸은 찰나에 불과하다. 우주의 부스러기 같은 인간이 어떻게 자연, 우주 만물과 교섭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바다와 우주가 거울의 이면처럼 마주 보는 속성으로 표현된다. 형제의 이름이 바다(우미)와 하늘(소라)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0대 아이들이 할 고민치고는 매우 철학적인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란 생각이 든다. 시적이고 몽환적인 대사들은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렵지만 곱씹어 볼수록 의미가 확장된다.

결국 영화는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우주와 인간은 서로 하나라는 관점으로 소우주(小宇宙)를 설명한다.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면서 독립된 객체이자 생명을 만들어내는 우주와 같다는 작은 우주론을 드러낸다. 탄생과 소멸의 순환을 반복해서 이어온 우주와 인간의 대서사시다. 그래서 주문처럼 자주 언급되는 '바다로 떨어지는 운석'은 정자를 '바다가 있는 행성'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바다의 유령'의 가사와 이미지를 끝까지 시청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그 밖에도 우주에서 온 물질들이 만나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경이로운 장면은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으로 배우는 물리학, 천체학, 생물학, 인체학 수업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고래부터 심해에만 사는 생물들과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재현해 탄성을 자아낸다. 실사여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한 현실감까지. 이국적인 배경과 다채로운 색감, 작화 스타일을 큰 화면에서 보기 추천한다.
 
 영화 <해수의 아이> 스틸컷

영화 <해수의 아이>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자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해수의 아이>의 단행본 5권 분량을 내용을 111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압축했다. 원작의 작화를 그대로 재현했으며, <철콘 근크리트> 제작사 STUDIO 4℃에 의해 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6년 만에 애니메이션으로 컴백한 히사이시 조의 OST와 천재 뮤지션 요네즈 켄시의 '바다의 유령'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다. 원작의 인기 만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해수의 아이>에 관심이 커진다.
해수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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