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레이첼 맥아담스, 아만다 샤이프리드, 린제이 로한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미국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초대로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2004년4월에 개봉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개봉 10주년을 맞아 기념화보촬영을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악녀 맥아담스는 훗날 인기배우가 됐고 주인공 로한은 마약, 절도, 문란한 사생활 등으로 많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이날 만큼은 모두 10년 전으로 돌아가 함께 웃었다.

사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북미 8600만 달러, 월드와이드 1억3000만 달러의 흥행에 그쳤을(?) 정도로 엄청난 대박을 친 작품이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미국 10대둘 사이에서 많은 팬들을 거느렸던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개봉 10주년에 주요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일 정도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이렇듯 미국 대중 예술계에서는 영화 개봉이나 무대 초연, 음반 발매, 데뷔 등을 기념하는 행사나 사업들이 흔히 열리곤 한다.

'복고'와 '레트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도 옛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방송가에서는 과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의 주역들을 다시 모으는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다. 24일과 오는 10월 1일 2회에 걸쳐 방송되는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은 2007년에 방송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피프린스>)의 주역들이 13년 만에 모여 시청자들에게 진한 향수와 추억을 선물해 주고 있다.

그 시절 배우들과 드라마 동창회
 
 2015년에 방송된 드라마 <왕초>의 동창회는 여러 배우들의 불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2015년에 방송된 드라마 <왕초>의 동창회는 여러 배우들의 불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MBC 화면 캡처

 
MBC가 추억을 주제로 옛 드라마 주연들을 초대해 스타들의 동창회를 마련한 것은 <다시, 스물>이 처음은 아니었다. MBC는 지난 2015년 6월에도 <어게인>이라는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1999년에 방영된 드라마 <왕초>의 동창회를 열었다. 당시 방송에서는 김춘삼 역의 차인표와 연지 역의 송윤아, 하마 역의 박상면, 날파리 역의 홍경인, 이화룡 역의 이계인, 도끼 역의 윤용현, 너구리 역의 최종환, 쌍칼 역의 박준규 등이 출연해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왕초>의 주역들이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그 시절의 추억을 선물했던 <어게인>은 반가움 만큼 아쉬움도 크게 남았다. 김빠 역의 김상경, 민재 역의 김남주, 앵무새 역의 김세준, 맨발 역의 윤태영, 까마귀 역의 이혜영, 김두한 역의 이훈, 임형도 역의 박철, 발가락 역의 허준호, 이정재 역의 정준호 등 너무 많은 주역들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제약이 있었겠지만 인기드라마의 동창회를 기획한다면 높은 출석률은 필수적이었다.

이에 MBC에서는 3년 후 많은 출연진이 등장했던 드라마에서 그 시절의 10대, 20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청춘물로 범위를 좁혀 <청춘 다큐- 다시, 스물>을 제작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조인성, 장나라, 양동근, 김정화, 고 정다빈 등 많은 청춘스타들을 배출했던 청춘시트콤 <뉴논스톱>이었다. 당시 <다시, 스물>에서는 영화 <안시성> 개봉 후 홍보활동으로 한창 바쁜 조인성을 비롯한 주역들이 대부분 모여 서로를 반가워하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특히 학생 역할의 배우들뿐 아니라 늘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조교 역의 김효진, 분위기가 '엉망진창'이면 휴강을 밥 먹듯이 하는 정원중 교수, 그리고 <뉴논스톱>에서 중도하차한 이민우까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뉴논스톱>의 감초 역할을 하며 개그캐릭터를 담당했던 '타조알' 김영준과 장나라 합류 전까지 양동근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이재은, 이민우와 함께 하차했던 이제니 등의 불참은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예전 인기 드라마 주역들의 동창회'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인데, 새로운 드라마를 선정해 동창회를 기획하기란 쉽지 않다. 당시 드라마의 주역들이 예능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대스타가 됐을 수도 있고 특정 배우나 제작진과 사이가 좋지 않아 출연을 꺼릴 수도 있고 지금은 연예계를 떠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다시, 스물>이 몇 년에 한 번씩 편성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커피프린스> 통해 돌아 본 그 시절의 추억들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 ⓒ MBC

 
 공유에게 <커피프린스>는 배우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공유에게 <커피프린스>는 배우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 MBC 화면 캡처

 
<커피프린스>는 2007년 7월 MBC에서 월화드라마로 안방을 찾았다. 2005년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을 연출했던 이윤정 PD의 장편드라마 데뷔작으로 2007년 최고 기대작이었던 <태왕사신기>의 편성이 미뤄지면서 그 사이에 들어간 드라마로 방영 당시 큰 기대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윤정 PD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최고 27.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던 공유는 <커피프린스>을 통해 군입대 전 확실한 대표작을 만들 수 있었다. 윤은혜 역시 <궁>, <포도밭 그 사나이>에 이어 <커피프린스>로 배우생활에 정점을 찍었고 이선균과 채정안도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재평가 받았다. 김동욱, 김재욱 같은 신인 배우들에게 <커피프린스>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흘렀고 <커피프린스>의 배우들도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공유는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현존하는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고 이선균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서는 배우가 됐다. 진하림을 연기했던 김동욱 역시 <신과 함께> 시리즈로 1000만 배우가 됐고 작년에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 ⓒ MBC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

MBC <청춘다큐-다시, 스물>. ⓒ MBC

 
24일 방송된 <다시, 스물> 첫 화에서는 공유와 윤은혜, 이선균과 채정안, 김동욱과 김재욱 등 각 커플(?)들이 둘씩 짝을 지어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비록 모든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이진 못했지만 각 배우들이 <커피프린스>라는 같은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갰다. 특히 공유와 윤은혜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홍대의 실제 촬영장소에서 만남을 가지며 애틋함을 더했다.

이어 이들이 <커피프린스>의 13년 전 영상을 볼 때는 애틋함과 쑥스러움이 교차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한결과 고은찬의 키스신이 나올 때는 김동욱과 김재욱이 투덜거리며 불만을 이야기하다가도 "공유형이 저 때는 귀여웠네"라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이선균 역시 "저런 키스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해봤어?"라는 채정안의 질문에 "커피프린스"라고 대답해 키스신의 당사자인 채정안의 파안대소를 이끌어냈다.

아무리 서로 "그대로네"라고 립서비스를 해도 사실 그 시절 20대였던 공유는 40대, 윤은혜, 김동욱, 김재욱은 30대가 됐다. 하지만 그들이 13년 전으로 돌아가 함께 웃으며 그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이유는 13년 전 청춘을 함께 보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다시, 스물>을 보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의 '청춘'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커피프린스>의 못 다한 이야기는 오는 10월1일 <다시,스물>의 두 번째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커피프린스>의 못 다한 이야기는 오는 10월1일 <다시,스물>의 두 번째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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