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담보> 포스터

<담보>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추석 때마다 개봉하는 시즌 영화가 있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훈훈한 웃음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족영화 <담보>가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두 사채업자가 담보로 잡은 9살 소녀를 얼떨결에 키우게 되면서 펼쳐지는 가슴 따뜻한 드라마다. 
 
1993년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군대 선후임 출신의 사채업자 두석과 종배가 조선족 출신의 명자에게 떼인 돈을 받기 위해 9살 딸 승이를 담보로 데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돈은 빌려준 사람이 독촉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닌 두석은 독하게 돈을 받아내고자 한다. 두석의 예상대로 어떻게든 돈을 마련한 명자지만, 불법체류자로 걸리면서 당장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승이다. 승이가 한국에서 살길 바라는 명자는 승이의 큰아버지가 아이를 부잣집에 입양 보낼 테니 그때까지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얼떨결에 담보로 잡은 아이를 맡게 된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통해 마음 한 구석 자리 잡고 있던 따뜻한 마음이 피어나고 있음을 발견한다. 영화가 1993년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승이의 성장과 함께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영화의 배경이 1993년인 이유
  
 <담보> 스틸컷

<담보>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1993년은 한중 수교 1년이 지난 시점으로 중국과의 교류가 시작됐을 무렵이다. 조선족의 국내 유입과 그들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을 때다. 후에 어른이 된 승이가 통역사가 되어 한중 회담에 참가하게 되는 도입부 장면은 그녀를 낳아준 어머니의 국가인 중국과 마음으로 낳아준 아버지 두석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함께 만나는 장면이란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90년대 초 필수 아이템이었던 삐삐는 극적인 재미를 보여준다. 부잣집에 갔다는 승이의 소식이 궁금한 두석은 삐삐로 연락을 취한다. 삐삐는 직접적인 통화가 아닌 번호를 남기는 방식으로 소통이 되기에 두석과 승이 사이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이를 통해 두석은 승이가 잘못되었다고 추측하고, 승이가 두석에게 도움을 청하는 장면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담보> 스틸컷

<담보>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보여주는 주된 감정은 관찰을 통한 감동이다. 승이를 통해 내면의 따뜻함을 발견한 두석은 아이의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주고자 한다. 조선족이라 학교를 갈 수도 없었던 승이는 두석의 사랑과 관심 아래에서 모범적인 아이로 성장한다. 귀엽고 웃음 많은 승이가 아픈 기억으로 우울과 슬픔만을 품고 있다 점점 원래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이 과정은 두석과 관객이 함께 승이의 성장을 관찰한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선사한다.
 
다소 거칠고 까칠한 두석과, 그런 두석한테 대항하다 혼나고 뒤에서 궁시렁거리는 종배는 나름 합이 좋은 캐릭터의 만남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웃음은 생각만큼 빵빵 터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영화의 소재가 지닌 무거움에 있다. 코믹하게 '담보'라는 제목을 택했지만, 작품 속 종배의 말처럼 납치이기 때문이다.
 
승이와 두 남자가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통해 소재가 주는 무게감 속에서도 감동을 찾아내는 건 성공했지만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담보> 스틸컷

<담보>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이런 소재의 무거움은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클리셰적인 연출을 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납치한 아이와 유대감을 쌓아간다'는 설정이 기본이 되어야 하다 보니 관객이 익숙하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상황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덕분에 쉽게 이야기에 젖어들고 따뜻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있지만, 때문에 전형적인 전개와 신파적 성향이 강하다. 
 
<담보>는 소재가 지닌 거친 측면을 부드럽게 가공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 드라마로 만든 영화다. 두석과 승이 사이에 마음으로 피어난 부정(夫情)은 물론 명자와 명자의 어머니가 등장하며 추가되는 강한 모정(母情), 두석과 명자를 향한 승이의 사랑은 가족이 지닌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통해 가족간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추석이 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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