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갔어, 버나뎃' 포스터

'어디갔어, 버나뎃'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우리의 뇌는 낯선 상황 속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 뇌가 낯선 상황에 익숙해지게 우리를 만드는 이유는 새로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어디갔어, 버나뎃'의 도입부는 이렇게 다소 독특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뉴욕타임즈 84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다른 위험을 겪고 있는 버나뎃의 모습을 통해 가족 사이의 따뜻함과 나답게 사는 법을 말한다. 버나뎃의 과거를 서술하면 이 위험이란 단어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녀는 남성 위주의 건축 세계에서 여성 건축가로 독보적인 위치에 선 인물이다. 최연소 맥아더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로 과거 건축계의 아이콘이자 여성들의 워너비였다.
 
IT 쪽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 엘진과 결혼하고 똑똑한 딸도 얻었으니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그 이유는 버나뎃이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 당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던 버나뎃은 자신을 감추기로 결심한다. 
  
 <어디갔어, 버나뎃> 스틸컷

<어디갔어, 버나뎃>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엘진과 결혼 이후 좀 괜찮아졌는가 싶었는데 주변에 새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사건건 그녀를 간섭하며 동네를 주름잡는 옆집 여자 오드리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남편에게 일러바치는 비서 수린, 여기에 가정보다 일이 우선인 남편 엘진까지. 조용히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은 버나뎃은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현실에 지쳐간다. 그런 버나뎃을 위해 딸 비는 특별한 소원을 준비한다.
 
바로 가족이 다 같이 남극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버나뎃의 이 남극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이 장소에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버나뎃은 계속되는 유산 끝에 힘들게 비를 얻었다. 비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했다. 그래서 버나뎃은 비 곁에서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려 노력한다. 조용한 남극은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어디갔어, 버나뎃> 스틸컷

<어디갔어, 버나뎃>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작품은 이 남극여행 계획이 예기치 못한 문제로 망가지는 과정을 통해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엘진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버나뎃을 대하는 자세다. 버나뎃은 자신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한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다. 버나뎃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거처럼, 엘진은 자신의 눈이 아닌 주변을 통해 버나뎃을 바라본다. 아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변에 조언을 구하고 심리 상담을 받아볼 것을 버나뎃에게 요청한다.
 
이런 엘진의 시선을 바꿔놓는 건 비다. 비는 버나뎃을 우리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봐줄 것을 엘진에게 청한다. 남들 눈에 보이는 버나뎃이 아닌 비의 엄마이자 그의 아내로서 버나뎃을 바라보라고 말이다. 딸의 말을 통해 깨닫게 된 엘진은 비로소 그녀가 얼마나 멋진 엄마이자 여성인지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게 있다. 바로 버나뎃이 이루고 싶어하는 꿈이다.
  
 <어디갔어, 버나뎃> 스틸컷

<어디갔어, 버나뎃>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두 번째는 진정한 버나뎃의 모습이다. 버나뎃은 소중한 비를 얻으면서 비의 엄마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꿈을 완전히 포기했던 게 아니다. 버나뎃에게는 건축을 향한 소중한 꿈이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그 길을 계속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남극에서는 남들의 관심을 받지 않고 조용히 작업할 수 있다는 걸 안 버나뎃의 행복한 웃음은 그녀에게 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해 준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행복이 주는 감동은 강한 힘을 지닌다. 진정한 행복을 찾을 때, 우리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가족의 사랑과 일의 성취감이란 두 개의 행복을 위해 전진하는 버나뎃의 모습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어디갔어, 버나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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