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포스터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포스터 ⓒ 아이 엠(eye m)

 
우리가 맺는 관계는 긍정과 부정으로 양분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다. 연인에게 분노나 염증을 느낄 때가 있는가 하면, 악연에게서 동정과 동감을 느낄 때도 있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영화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은 최근 여성 감독들이 선보이는 섬세한 여성 서사를 바탕으로 우리가 맺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동화작가 캐미는 전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을 알게 된다. 장례식에 참석한 캐미는 그곳에서 그의 아내인 레이첼과 딸 털룰라를 보게 된다. 금전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레이첼은 세금 문제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이에 캐미는 자신과 함께 살 것을 제안한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전 아내와 현 아내의 관계를 성립한 두 여자가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이다. 이 기묘한 만남은 각자의 캐릭터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시작은 캐미의 딸 애스터다. 애스터는 수영장이 딸린 커다란 집안에 있기 보다는 정원에 놓인 캠핑카에서 밤을 보낸다. 이 관계는 애스터와 캐미의 모녀 관계가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그 갈등이 드러나진 않지만 공간을 통해 묘사한다. 이 묘사는 이후 애스터가 털룰라와 충돌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털룰라의 입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애스터는 흥분하며 과민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스틸컷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스틸컷 ⓒ 아이 엠(eye m)

 
그 이유가 부성의 상실에서 비롯되었음을 작품은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애스터는 아버지의 존재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온기만이 느껴지는 공간인 집이 아닌, 아버지의 자취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캠핑카를 자신의 공간으로 삼는다. 그래서 애스터는 레이첼과 털룰라가 캠핑카에서 지내겠다고 했을 때 반감을 표한다.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간 이들이 남은 마지막 공간마저 가져가려 한다고 여긴다.
 
털룰라는 가족의 사랑이 필요한 유년시절에 아버지의 죽음이란 큰일을 겪는다. 조금이라도 아버지를 기억하고 싶은 털룰라는 입버릇처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고 이는 세 사람의 마음을 모두 불편하게 한다.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 슬픔과 그리움조차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털룰라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연민을 자아낸다. 어머니의 선택은 털룰라를 힘들게 만든다.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스틸컷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스틸컷 ⓒ 아이 엠(eye m)

 
레이첼은 캐미의 호의가 달갑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집도 없는 레이첼은 캐미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레이첼의 마음에는 다양한 감정이 혼재되어 있다. 캐미의 호의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그를 선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그래서 집이 아닌 캠핑카를 택하고 털룰라에게 호의를 베푸는 캐미를 일부러 골탕 먹이기도 한다.
 
레이첼은 강인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에게 염증을 지닌다. 레이첼은 캐미에게 적대적이다. 하지만 남편을 제외하고는 연고도 없는 곳에서 도움을 줄 사람은 캐미가 유일하다. 그를 더 화나게 만드는 건 큰 저택에서 캐미가 남자 없이도 잘 사는 모습이다. 자신은 남편이 사라지고 불행해진 것과 달리, 캐미는 혼자의 힘으로 달려 나갈 수 있다. 그럴 수 없는 자신에게 레이첼은 무력함을 느끼고 화만 커져간다.
 
그렇다면 캐미는 넓은 인내와 따뜻한 마음으로 이들을 모두 품으려고 하는 걸까. 작품은 캐미가 왜 레이첼과 그 딸에게 호의를 보이는지, 왜 애스터와 갈라진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중점으로 전개된다. 드라마 장르지만 심리 스릴러와 미스터리의 매력을 지닌다. 이 미스터리의 핵심은 캐미다. 캐미는 겉으로 보기에는 천사 같고 맑은 영혼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스틸컷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스틸컷 ⓒ 아이 엠(eye m)

 
하지만 남편에게 버림받았다는 점과 동화작가란 직업이 그녀를 그렇게 포장하고 있다는 걸 관객은 어느 순간 눈치 채게 된다. 그 순간 이들 사이의 심리관계는 흥미를 더한다. 캐미와 레이첼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있기에 레이첼이 적대감을 표하는지, 레이첼의 열등감과 캐미의 선의가 과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심리의 전부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며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는 이야기의 진행 속 감정의 파도를 보여준다.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네 인물이 서로의 감정을 알아가는 시간을 다룬다. 다소 과감한 설정과 별개로 조심스럽게 네 인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리적인 표현이 인상적이다. 상처와 갈등, 화해와 치유를 통해 조금씩 하나가 되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은 인생 어딘가에서 겪는 이별과 그 이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우리가 알게 되는 것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