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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수산 강정자씨
 시장수산 강정자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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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50여 년 간 운영했던 가게를 며느리가 이어가는 곳. 경남 지리산함양시장의 '시장수산'이다.

시어머니 대를 이어 며느리 강정자(59)씨가 가게를 물려받았다. 사실 이 가게는 돌아가신 시어머니 양차남씨가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3대째 이어진 곳이다. 당시에는 아침저녁으로 고무대야에 생선을 담아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고 낮에는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명절에만 가끔 와서 돕던 시어머니 가게를 8년 전부터 강정자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서울에서 4남매를 키우며 살던 강정자씨는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냈다. 그녀는 아이를 봐줄 곳 없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두 돌이 지난 늦둥이까지 키우기가 버거웠다.

고향 함양으로 돌아온 그녀는 시어머니에게서 생선가게 일을 배웠다. 강씨는 "어머니는 항상 손님에게 예의바르게 하고 좋은 물건을 가져다 놓으라고 가르쳤다"고 했다.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가게를 꾸려갔지만 2015년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녀 홀로 가게를 운영한다. 어머니의 거래처도 그대로 이어받고 어머니의 단골손님이 여전히 이곳 '시장수산'을 찾는다.

시어머니로부터 배우긴 했지만 처음 하는 일이니 서툴렀다. 물건 보는 법이 능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처음이라 낯설고 힘들어 하는 그녀를 지금까지 도와준 사람들은 함께 수산물을 파는 옆 점포 어르신들. 시장에서 청춘을 보낸 어르신들은 "이 험하고 힘들다는 재래시장까지 어찌왔누" 하시며 그녀에게 뭐든 가르쳐주었다.
   
생선 먹기좋게 손질해 전국 배달
 
시장수산 강정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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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모르니까 들이댔죠." 가게를 시작할 당시 그녀는 입으로, 발로 식당이며 가게를 다니며 시장수산을 홍보했다. 가게를 찾는 젊은 고객들은 국물 맛을 내기도 힘들고 생선비린내 잡기도 힘든 생선요리 도전에 앞서 강씨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강씨는 학교급식소에서 근무한 이력을 바탕삼아 고객들에게 팁을 전수해 주기도 한다.

"젊은 고객들은 계량컵으로 얼마, 몇 스푼, 몇 그램 등 구체적으로 물어봐요. 그래서 손님들에게 가르쳐 줄 때 양념은 종이컵 또는 밥숟가락으로 얼마, 물은 생수병으로 얼만큼이라고 말해줘요. 그럼 새댁들은 잘 알아들어요."
   
가게를 찾는 손님 외에도 강정자씨를 찾는 고객은 전국에 널려있다. 시장수산에서 판매하는 모든 수산물은 포장해 전국으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강씨는 "생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전부 손질해서 보낸다. 그래서 우리 가게를 이용하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생선 손질이 여의치 않는 아파트에 사는 고객이나 생선 다루기가 익숙치 않는 젊은 고객을 위해 강씨는 먹기좋게 손질해서 배달한다. 타지의 식당으로도 배송되는 강정자씨의 생선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소개에 소개로 이어져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

과일만 제철이 있는 줄 알았지 생선도 제철이 있는 줄 몰랐던 강정자씨다.

"내가 얼마나 생선초보였으면 그런 것도 몰랐겠어요. 생선도 제철에 나오는 게 맛있다는 걸 가게하면서 알게 됐죠."

강정자씨는 새로 물건이 들어오면 꼭 먼저 먹어본다. 고객에게 팔기 전 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고, 그래야 고객에서 자신 있게 팔 수 있다고 했다.

물건이 아무리 좋고 친절해도 어르신들은 당신이 가는 단골집을 잘 바꾸지 않는다. 강씨는 힘들지만 즐겁게, 좋은 것 보면 웃고 나쁜 것 보면 재미있게 넘기면서 '시장수산'만 찾는 단골들과 함께 늙도록 오래오래 이 가게를 지키며 세월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시장수산 강정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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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립니다.


태그:#시장수산,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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