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가 상영관인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앞에 설치된 안네데스크. 발열체크와 출입인증이 이뤄졌다.

서울여성영화제가 상영관인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앞에 설치된 안네데스크. 발열체크와 출입인증이 이뤄졌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관 모습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관 모습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난 13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던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발열 검사가 진행됐다. 동시에 QR코드를 이용한 출입인증을 거친 후 출입 스티커와 함께 소독용품이 지급됐다.
 
그렇다고 다른 방역을 지나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매표소 앞에는 투명 가림막이 설치돼 영화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접촉을 차단했다. 매표 담당자들은 비닐장갑을 끼고 있었다.
 
표를 구해 극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두 번째 발열 검사를 거쳐야 했다. 다음으로 전신 소독기를 통과한 후 극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똑같은 과정이 영화를 볼 때마다 반복됐다.

50명 미만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극장 안에는 정해진 좌석 외에는 착석을 금지하고 있었다. 

정상 개최 성공이 갖는 의미
 
지난 10일 개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11일부터 시작된 일반 상영 일정을 15일 모두 마쳤다. 16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을 때 오프라인 상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일부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철저한 방역을 바탕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여성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5일간의 상영이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됐다"며 "특별한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록 최소한의 관객만 수용할 수 있었으나 일반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제의 의미를 잘 지켜낸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19 이후 정상적인 개최가 여의치 않아 온라인으로만 개최된 영화제들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오프라인 행사의 성공적 개최는 그 상징성이 크다. 
 
지난 5월 열린 전주국제영화제가 무관객으로 진행됐고,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올해 극장 상영이 이루어진 주요 영화제는 인디다큐페스티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정도다.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매표소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매표소 ⓒ 성하훈

   
 22회 서울국제영화제 상영작 시간표. 매진된 작품이 많지 않다.

22회 서울국제영화제 상영작 시간표. 매진된 작품이 많지 않다. ⓒ 성하훈

 
여성영화제는 개·폐막식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일부 상영작품이 웨이브를 통해 소개됐으나, 극장 상영이 중심이었다. 여성영화제 측은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받지만, 서울시가 간섭할 권한은 없기에 우리가 판단해 정상적인 개최를 결정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17일 개막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일반 상영을 진행하려다가 취소하고 영화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상영으로 바꾼 것만 봐도 정상 개최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전체적인 규모를 축소하면 관객 참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성영화제의 경우 여성 관객들의 참여가 상당히 적극적인 영화제인데 코로나 19로 주말 매진된 작품은 10여 편 정도에 불과했다.
 
평소 같으면 주말 상영작은 거의 대부분 작품이 매진이지만, 50인 미만으로만 관람이 가능한 데다 강화된 방역 관리로 인해 극장을 직접 찾은 관객은 많지 않았다. 
 
관객과의 대화는 온라인 비대면
 
 13일 <보드랍게> 상영 후 비대면으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모습.

13일 <보드랍게> 상영 후 비대면으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모습. ⓒ 성하훈

 
관객과의 대화는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화상회의(줌 ZOOM) 시스템을 활용해 사회자와 감독, 배우 등의 영상이 스크린에 비쳤고, 관객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려놓으면 이를 확인하고 답변하는 구조였다.
 
지난 13일 저녁 <보드랍게> 상영 후 이어진 박문칠 감독과의 대화는 감독, 출연자, 사회자 3인이 각각의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진행됐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대화방으로 입장했고, 질문 내용은 사회자가 취합해 대신 감독에게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1980년대 제작한 단편 영화를 상영한 김소영 감독은 이같은 관객의 대화 형식에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김 감독은 "군부독재 시대, 여성 시네필로 성장한 나는 영화제 상영 후 줌과 카톡이라는 매체에 속절없이 종속되는 듯 느껴졌다"며 "비대면 상황 속에서 말을 지어내어 이야기하는 것이 전혀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 관객과 감독의 만남은 다른 양식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상개최를 선택한 영화제들이 운영 방식을 놓고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여성영화제 힘과 저력 느꼈다"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관 입구에 설치된 전신 소독기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관 입구에 설치된 전신 소독기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편 여성영화제 진행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찾은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오프라인 개최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방역 수칙만 잘 지킨다면 영화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방역 비용은 부담될 수밖에 없지만, 영화와 관객의 만남이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역 상황을 둘러본 DMZ영화제 관계자도 "여성영화제의 힘과 저력을 느끼고 간다"며 철저한 방역 관리를 높게 평가했다.
 
박광수 집행위원장은 "여성영화제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피치앤캐치 등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많은 관심 속에 좋은 성과를 거뒀고, 개막식 온라인 상영의 경우는 4천 회가 넘는 조회 수에 반응도 좋았다"면서 "정상적인 개최를 계획하는 영화제들에게 여성영화제의 다양한 사례가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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