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말 지난 2017년 북한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실험 당시 북한지역에 핵무기 80개를 사용하는 가능성을 포함한 '작전계획(작계) 5027'을 검토했을까?
14일 오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핵무기 사용은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기 사용은 우리나라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외국 언론인의 저작물에 대해서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설명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은 이날 오전 일부 매체의 보도에서 비롯되었다. 앞서 일부 언론은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분노> 원문을 입수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대응한다는 반응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 14일 자
"당시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는 작계 5027을 주의 깊게 검토했는데 여기엔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으로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이 책은 전했다." <동아일보> 14일 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했던 지난 2017년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둔 작전계획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무기 80개 사용도 검토했습니다." TV조선 14일 보도
이후 다수 언론들이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80개의 사용을 검토했다'는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기사화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오역에서 비롯된 해프닝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80개 핵무기 사용 검토'는 오역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보인다.
<분노>에 나와 있는 관련 언급은 "the U.S. response to an attack that could include the use of 80 nuclear weapons"으로 이는 "80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할 수 있는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대응계획을 마련했다는 의미인데, 원문을 인용하면서 거꾸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남북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계획인 작계 5027에 핵무기 80개 사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라고도 보도했다.
관련 질문이 빗발치자 청와대 관계자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도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7'이나 '작계 5015'에는 핵무기 운용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