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KBO 신인 드래프트의 결과. 10라운드까지 100명의 선수가 지명되었다.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의 결과. 10라운드까지 100명의 선수가 지명되었다. ⓒ 한국야구위원회


 
KBO 리그에서 2021년부터 좋은 활약을 선보일 선수들을 선발하는 2021 KBO 신인 드래프트가 21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100명의 선수를 선발하는 이번 드래프트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최소 인원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각 구단 사무실을 화상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드래프트는 고교를 졸업한 856명의 선수와 대졸 269명, 그리고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선수 8명 등 무려 1133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그 중에 선발되는 인원은 100명. 11: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선발이 이루어진 셈이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 탓에 선수들이 현장에서 유니폼을 입으며 상기된 표정을 짓던 순간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의 긴장만큼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대신 지난해에 비해 더욱 특별한 포인트, 이모저모가 적잖게 드러났다.

대졸 선수들의 강세, 상위 라운드 채웠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유독 대졸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까지는 신인 드래프트의 1라운드와 2라운드를 해외 리턴파와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 고졸 선수들이 채웠다. 올해는 그 자리의 적잖은 부분을 대졸 선수들이 차지했는데, 박건우(고려대), 권동진(원광대) 등 모두 4명의 선수들이 지명되었다.

지난 2019년 드래프트부터 3년 연속으로 순수 대졸 신인이 20명씩 데뷔하지만, 이렇게 초반 라운드에 대졸 선수들이 대거 입성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지난해 열린 2020 드래프트에는 1~2라운드에 순수 대졸 신인으로 지명된 선수는 1명에 불과했고, 2019년에는 한 명도 지명되지 못했으니 큰 변화인 셈이다.

대졸 신인들이 프로 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이유는 대학생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는 점에 있다. '대졸 최대어' 등의 수식이 붙은 선수들이 많이 회자되었고, 전문대학이나 비 명문대학 중에서도 좋은 기량을 선뵀던 선수들이 적잖았다.

대한대학야구연맹 관계자는 "상위 라운드에 오른 선수들은 좋은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1라운드 지명에서 깜짝 놀랐다"며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음에도 대학야구는 꾸준하게 이루어진 덕분에 많이 지명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스카우트들이 '많은 게임을 소화하다 보니 한 선수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들 한다"고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선수들이 치르는 경기 수를 늘려, 대학에 와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변화를 주려고 한다"며, "4년제 선수들도 2년차에 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는 정책이 성사되면 아무래도 대학에서 프로에 더욱 많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스', 그리고 '안방마님'의 반가운 지명 소식
 
 투타겸업 선수로 좋은 기록을 남겼던 장안고 오장한 선수.

투타겸업 선수로 좋은 기록을 남겼던 장안고 오장한 선수. ⓒ 박장식

 
고교 시절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던 선수들도 대거 프로에 지명되었다. 그 중에서도 여느 해와 비슷하게 포수와 투수에 지명이 집중되었는데, 각 팀의 주장급 포수와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들이 상당수 지명된 점이 반갑다. 이 선수들은 고교 못지 않은 활약을 프로에서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전국대회부터 화제를 모으며 '롯진욱'이라는 별명을 가져갔던 강릉고의 간판투수 김진욱은 당당하게 2차 1R 첫 번째로 지명되었다. 1차 지명 대상의 하마평에 올랐던 선린인터넷고 김동주, 서울디자인고 이용준도 각각 1R과 2R에서 두산과 NC의 품에 안겼다.

전국대회에서 인상적인 폼을 보여줬던 선수들도 지명 대상에 올랐다. 투수로는 에이스, 타자로는 4번 타자를 쳐내며 '장안고의 오타니'라는 별명을 듣곤 했던 오장한 선수는 3R에서 NC의 모자를 썼다.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김진욱과 벼랑끝 대결을 펼쳐 강한 인상을 남긴 신일고의 지명성은 4R에서 KT의 품에 안겼다.

이번 해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안방마님들도 지명 대상에 대거 올랐다. 신일고의 중심 타선을 담당했던 포수 권혁경은 4R에서 KIA가 지명했다. 경기상고의 믿음직한 안방마님 안진 역시 한화 이글스가 10R에서 막차를 태웠다. 평택청담고의 김세민 포수도 7R에서 삼성에 지명되어, 청담고의 프로 첫 지명 선수가 되기도 했다.

학교를 대표하는 배터리가 함께 프로에 지명된 케이스도 많다. KIA 타이거즈에 지명된 광주제일고 에이스 이의리에 이어 포수 조형우가 SK 와이번스의 1R에 지명되었고, 광주동성고의 호성적을 이끈 김영현은 5R에서 KT의 유니폼을, 김영현과 호흡을 맞췄던 김시앙은 역시 5R에서 키움의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잘 했는데'... 아쉬움 가득할 학교들
 
 청룡기에서 우승을 거뒀지만, 프로 지명 선수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 장충고.

청룡기에서 우승을 거뒀지만, 프로 지명 선수가 없어 아쉬움을 남긴 장충고. ⓒ 박장식

 
고교야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지명권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도 보인다. 전반기 대회였던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우승기를 들어올린 김해고와 장충고에서는 한 명의 선수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김해고의 MVP 김준수, 장충고의 MVP 김태경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프로 지명이 많았던 장충고에게는 특히 충격적인 일이다.

반대로 후반기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었던 덕수고와 강릉고는 많은 지명자들을 챙겼다. 강릉고등학교에서는 김진욱을 포함한 3명의 선수가 지명되었고, 덕수고등학교는 키움에 1차 지명된 장재영을 포함해 나승엽, 김유민 등이 지명되어 대비를 보였다.

전반기였던 청룡기에서 4강, 후반기 협회장기 준우승을 거두었던 세광고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순수고졸 3명, 대졸 포함 5명의 선수가 프로의 품에 안기며 승자가 되었다. 청룡기 준우승에 올랐던 광주동성고 역시 6명의 선수들이 프로에 지명되어,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화 이글스의 연고 학교로, '한화의 성골'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천안 북일고등학교는 올해 드래프트에 선발된 선수를 한 명도 내보내지 못했다. 전국대회에서의 실적 하락과, 눈에 띄는 선수가 많지 않았던 점이 맞물렸다. 북일고 출신 선수가 드래프트 명단에 없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드래프트가 전부는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는 드래프트가 전부라 할 수 없다. 상위 라운드로 지명된 선수가 쓸쓸히 방출 통보를 받고, 하위 라운드로 지명된 선수, 심지어 신고선수로 입단한 선수가 쏠쏠한 활약을 펼치는 것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경우도 많다. 드래프트는 선수를 평가하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2021년부터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1차 지명에서, 그리고 2차 1R에서 지명된 선수들이 지난 선례대로, 그리고 예정대로 좋은 활약을 펼칠지, 아니라면 하위 라운드의 선수들이 적은 기회 사이를 뚫고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라날 수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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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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