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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소 및 체포를 촉구하는 백악관 청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소 및 체포를 촉구하는 백악관 청원.
ⓒ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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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도 아니고 미국 '백악관 청원'에 대한민국 정부·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있어 눈길을 끈다. 미 백악관 청원 사이트(petitions.whitehouse.gov)에서 이 글은 14일 현재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청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청원 제목은 '미국에 중국 바이러스를 몰래 유입시키고 미국과 한국의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문재인을 기소하고 체포하라!(Indict & arrest Moon Jae-in for smuggling the China Virus into the US & endangering the national security of US & ROK!)'다. 

청원이 게시된 날은 미국 시각으로 지난 4월 23일, 작성한 사람은 자신을 '김일선교수(Prof. ILSUN KIM)'라 주장하는 인물이다. 작성자 프로필에는 태극기국민평의회의 약자로 추정되는 '태평(Tepyung)'과, 이를 영어로 바꾼 표현으로 보이는 '한국애국시민회의(Korean Patriotic Citizens' Assembly)'가 적혀 있다.
 
 현재 이 청원은 87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다(12일 기준, 14일 현재 89만 명 이상).
 현재 이 청원은 87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다(12일 기준, 14일 현재 89만 명 이상).
ⓒ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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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는 서두에서 "문재인에 대한 기소 및 체포 명령의 근거는 마두로에 대한 기소 및 체포 명령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열혈 반미투사인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후계자로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기소·체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한 것이다. 작성자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아래와 같다.

"문재인은 중국 바이러스를 미국에 몰래 유입시키는 일의 배후에서 몸통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미국 국민들에 대한 대량학살 범죄를 저질렀다.(First, Moon Jae-in has committed a CRIME of massacre of the American people by acting as the main body behind the smuggling of the ChinaVirus into the United States)."

둘째는 문재인이 대한민국 국가주권을 불법 찬탈해서(illegally usurping the national sovereignty of the Republic of Korea)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고, 셋째는 그가 북한·중국 및 지하세력(deep state)과 결탁해서 인도·태평양 안보를 전복하고 무너뜨리고 있다(permanently collapsing)는 것이다.

이중에서 셋째는 문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전략을 교란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마치 문 대통령이 장애물인 듯이 말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다가 흑인 시위 및 경제위기 등으로 정신없는 미국인들이 이런 청원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들이 동의를 누를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 청원은 14일 오전 11시 현재 89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89만1767명). 미국 국민들이 아닌, 일부의 한국인 극우세력이 여기에 전략적으로 동의를 표하고 있다고 추정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역적 김자점의 유언비어, 청나라에 퍼지다

약 370년 전에 역적 김자점도 비슷한 '청원'을 한 일이 있다. 임진왜란 4년 전인 1588년 출생한 김자점은, 1645년에 당시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소현세자 가족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조 정권에서 위상을 높이고 영의정 자리에 올랐다.

인조의 강력한 신임으로 정권 실세가 된 김자점은 1649년에 인조가 죽고 효종이 즉위하면서 권력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 효종이 즉위하고 권력 핵심부가 새로 꾸려진 뒤인 1650년에 김자점은, 요즘 말로 하면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유배를 가게 됐다.

이 상황에서 그가 생각해낸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바로 효종 정권을 곤란케 할 목적으로, 역관 이형장을 통해 청나라에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것이었다.

효종 3년 3월 23일자(음력, 양력 1652년 4월 30일자) <효종실록>에 따르면, 김자점이 퍼트린 유언비어는 '조선 조정이 재야 학자(원문 표현은 산림지인 山林之人)들을 등용하고 화의(和議)를 배척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효종이 재야 세력과 연대해 새로운 정권을 꾸리고 청나라와의 강화조약 혹은 동맹관계를 훼손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본문에 인용된 <효종실록>.
 본문에 인용된 <효종실록>.
ⓒ 사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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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백악관 청원에 제시된 두 번째 근거는 "문재인은 극동 지역에서 미국의 최고 혈맹(the number 1 blood alliance)인 대한민국의 국가주권을 불법적으로 찬탈함으로써 한미동맹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넘버 원 혈맹'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고자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갖고 한국을 위협하고자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만드는 표현이다.

백악관 청원의 표현처럼 주권을 불법 찬탈하면, 정권 핵심부가 새로운 세력으로 교체된다. '조정이 재야 학자들을 등용하고'라는 김자점의 주장과 맥이 닿는 표현이다. 백악관 청원 속의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한다'는 부분은 '화의를 배척한다'는 김자점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백악관 청원인' 김일선과 '청나라 청원인' 김자점이 사실상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이다.

김자점의 '청원'은 어느 정도 주효했다. 청나라 조정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데 성공했다. 청나라 조정은 조선 정부의 공식 태도와 달리 조선 내부에 반(反)청나라 감정이 확산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그럴싸한 유언비어를 듣게 됐으니, 청나라 당국자들이 귀를 기울일 만도 했다.

청나라의 의심

청나라 조정이 품은 의심의 강도는 꽤 큰 편이었다. 그들은 조선 정부를 예의 주시하는 선에서 머물지 않았다. 사신을 보내 유언비어를 직접 확인할 정도로 적극적인 행동을 보였다. 위 <효종실록>에 따르면, 김자점이 유배 중인 1650년에 청나라 사신이 조선에 와서 "조사해보겠다"고 말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또 효종 즉위년 6월 22일자(1649년 7월 31일자) <효종실록>에 따르면, 청나라 사신은 조선의 축성 문제도 확인했다. 1650년에 있었던 일이 1649년 실록에 기록된 것은, 이 부분을 집필한 사관이 사후에 내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청나라 사신이 성벽 축조에 관한 사실 확인을 한 것은, 북방 유목민의 침략에 대한 한민족의 전통적인 방어 전략이 산성에서 장기간 버티며 적군이 지쳐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청나라에 반기를 든 뒤 산성을 근거로 청나라군의 침공을 방어하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성벽 축조 실태를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자점의 '청나라 청원'은 청나라 조정이 조선을 더욱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사법적 처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역모죄로 처형을 당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외세의 힘을 빌려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한 김자점은 '역적' 소리를 들었어도 억울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비상시국인 코로나19 사태 하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의 코로나 확산을 조장했으며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미국의 세계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의 백악관 청원은, 370년 전의 김자점의 청원에 못지않거나 혹은 이를 능가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런 청원은 코로나19에 맞서 온 역량을 끌어 모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이 글을 쓴 의도와 취지가 무엇이든, 이는 방역 지침을 어기고 강행했던 8.15 광화문 집회, 그에 못지않은 '반사회적인 의사표시'라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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