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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뉴스 - 11위] 9.11테러 창간 20주년 기획 - 100대뉴스
 9.11 테러 당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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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항공기들이 워싱턴D.C.의 국방부 청사,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고 수천 명이 안타까운 희생을 당한 9.11 테러. 미국인들은 이 사건을 '핵폭발'에 비유한다. 9.11이 준 심리적 충격뿐 아니라 비행기와 건물의 충돌 자체도 핵폭발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 '스탠포드대학 커뮤니케이션'의 간행물인 <스탠포드 뉴스 서비스>(https://news.stanford.edu)에 실린 보도자료의 제목은 아래와 같았다. 

"스탠포드 과학자는 세계무역센터 공격의 영향을 핵폭탄 폭발과 비교한다."(Stanford scientist compares impact of World Trade Center attack to a nuclear bomb explosion)

이 보도자료는 국가안보 및 테러리즘 전문가인 스티븐 블록(Steven Block) 스탠포드대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완전히 적재된 보잉 767이나 757 제트 항공기는 건물 측면을 향해 돌진할 때 대략 TNT 1kg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내재된 에너지의 대략 20분의 1에 해당한다"라고 설명했다. 
 
  본문에 인용된 보도자료.
  본문에 인용된 보도자료.
ⓒ 스탠포드 뉴스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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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감정을 돌아보다

핵폭발과도 같은 이 참사는 조지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전략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미국 정부가 9.11의 원인인 세계적 반미 감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반미 감정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파악하고, 세계와의 의사소통으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공공외교를 반미 감정 억제의 도구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2017년 <국제정치논총> 제57집 제4호에 실린 송태은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논문 '미국 공공외교의 변화와 국제 평판'은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이 미국에 대해 악화되는 해외 여론을 국가 안보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것은 9.11 테러의 공격 대상이 정부 관료보다 일반 미국 시민이었던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미국 정부는 퓨리서치센터를 비롯해 미국 내 다양한 여론조사기관들이 정기적으로 조사·분석하는 미국에 대한 타국 시민들의 호감도와 같은 지표를 상시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필립 자이브는 미국의 공공외교가 세계 대중의 호감을 얻기 위한 차원보다는 반미감정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전개되는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상대국이 반미 국가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미국은 정부보다는 국민의 성향에 더 주목하게 됐다. 세계 정치에서 대중의 위상이 높아질 뿐 아니라, 대중의 반미 감정이 예측불허의 테러를 낳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설사 타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해도 그 국가 시민들이 미국에 대해 적대감을 갖는다면 미국과의 무역이나 군사동맹 등에서의 협력이 방해받기 쉽고, 시민들의 적대감은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테러와 같이 폭력행위로 표현되는 증오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택은 이라크전쟁... 대화보다는 무력에 방점

하지만 반미 감정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전략에 건설적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명분이 극히 취약해 반미 감정 확산을 조장했던 미국의 이라크전쟁 도발은, 미국이 세계인들과의 스킨십을 통해 이미지를 제고하는 쪽보다는 무력을 동원해 세계를 굴복시키는 쪽을 선택했음을 보여줬다.

이는 9.11 트라우마가 미국을 더 권위주의적이고 더 폭력적이고 더 신경질적인 방향으로 유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피해 현장인 그라운드제로의 복구 사업을 '미국의 영광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추진한 것도 그런 정서를 반영한다. 2008년에 <사회와 역사> 제78집에 실린 박진빈 경희대 교수의 논문 '9.11 기억의 터: 미국 예외주의의 트라우마'는 이렇게 설명한다.

"9.11 사건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분자들의 공격이라는 대중적 인식도, 이라크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강압적 정책도,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을 꿈꾸는 그라운드제로 재건축 사업도 그리고 다양한 희생자 추모 공간들도, 모두 미국의 예외주의의 덫에서 풀려나지 못한 의식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9.11의 원인에 대한 올바른 역사화보다는 미국만이 특별한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에 머문다."

미국이 '미국 예외주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위 논문은 아래와 같이 짚는다.

"미국인들은 이 사건이 세계에서 보기 힘든 엄청난 테러임을 강조하고, 핵폭발에 비견할 파괴였음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의 영토가 침입당한 적 없다는 점 그리고 이 새로운 침입이 미국이 대표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미국에 공격이 가해진 것에 대해 주류 미국인들은 자부심의 손상을 느꼈다. 그들은 세계적인 반미 감정에 지혜롭게 대처해 리더십을 계속 연장시킬 고민을 하기보다는, 만만한 상대를 찾아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위상을 신속히 되찾겠다는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의 트라우마는 한국 대중이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집단적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고, 이것은 한국 사회가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집단적 성찰이 미국 사회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고작, 이라크에 가서 힘을 과시하는 것이 조지 부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악영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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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한 결과는 반미 감정의 지속적 확산이다. 피해자로 동정 받을 수도 있었던 미국이 이라크전쟁 등을 거치면서 되레 악랄한 가해자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9.11로 인해 미국은 더욱 더 많은 것을 잃은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관심을 보인 세계와의 의사소통도 일방적인 단방향에 불과했다. 미국이 하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의 이미지가 9.11 이전보다 더 악화되는 원인이 됐다. 위의 송태은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2002년 이후 국가로서의 미국뿐 아니라 미국인에 대한 이미지도 지속적으로 나빠졌다. 미국인에 대한 호감도는 이슬람권에서 특히 악화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2002년 65%에서 2007년 42%로, 요르단에서는 2002년 54%에서 2007년 36%로, 터키에서는 2002년 32%에서 2007년 13%로 호감도가 급하락했다."

실추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명분 아래 부시 행정부가 일방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이라크전쟁 등을 일으킨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전임 행정부의 노선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오바마 때는 세계인의 의견을 듣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시도됐다. 또 '모든 시민은 외교관이다'라는 모토로 표현될 만한 시민외교관(citizen diplomat) 개념이 대두되면서 미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도 국가 이미지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 결과, 오바마 시대에는 미국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개선됐다. 송태은 논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유럽권으로,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약 30% 이상 호감도가 상승했고, 영국은 15%, 스페인은 25% 상승했다. 반면, 동유럽이나 중동 지역의 호감도는 터키를 포함해 거의 증가하지 않았거나 20% 안팎에 머무는 수준이며, 2010년에 이르면 중동 지역의 호감도는 다시 부시 행정부 시기 수준으로 하락한다. 한편, 한국·일본·인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의 경우 미국 호감도가 부시 행정부 시기 60% 이상을 상회하고 있었는데, 오바마 행정부 들어 약 10% 정도 증대했다."

오바마가 회복한 이미지, 무너지다

그런데 오바마가 가까스로 회복해놓은 이미지가 2017년 1월 20일 이후로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국력이 부시 때보다 약해졌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때 못지않게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힘 과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WHO(세계보건기구) 분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와중에 세계 최강 국가가 WHO 분담금을 거부하고 있으니, 미국의 리더십 추락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 리더십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는, 별다른 명분도 없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을 방해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전 지구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을 저주하고 냉전구도를 정착시키려 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9.11이 일어난 지 19년밖에 안 되는데도 9.11의 원인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듯 행동하는 모양새다. 

탈냉전 이후에 출범한 빌 클린턴 행정부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에서도 나타나듯이 군사적 영향력보다는 경제적 영향력의 확대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이 같은 온건한 패권 추구에 대한 반동(反動)으로 나온 것이 조지 부시 대통령 및 딕 체니 부통령 등이 이끄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두다. 힘의 과시 없는 패권 추구에 대한 미국 주류 세력의 거부감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동일한 동(動)과 반동이 그 후에도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온건 모드를 취하자 그에 대한 반발로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 부시 때는 네오콘이라는 이념적 기반이라도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는 그럴 만한 것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비슷한 동과 반동의 반복이 약 20년 사이에 두 번이나 나타났다는 것은 힘을 통한 패권 과시에 미국인들이 얼마나 익숙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9.11에서 분노와 혐오를 퍼트린 트럼프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적십자 본부를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적십자 본부를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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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역시 9.11로부터 별로 배운 게 없다는 점은 대통령 당선 이후의 외교전략뿐 아니라 그 이전의 언행에서도 표출된다. 9.11과 관련해 트럼프는 미국의 반성과 성찰을 촉구하기는커녕 이슬람인들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조장했다.

대통령 당선 1년 전인 2015년 11월 22일 ABC뉴스의 '디스위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질 때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 뒤 아래와 같이 말했다. 강준만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 정치의 죽음>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 수천 명이 환호하는 것을 TV로 봤다. 아랍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다'며 아랍인들이 테러를 기뻐했다고 암시했다."

이 주장은 반박을 받았다. 저지시티 시장은 "트럼프는 명백히 틀렸다"며 "저지시티는 맨해튼을 도우러 가장 먼저 나섰다"고 해명했다. 트럼프가 TV에서 뭔가를 잘못 봤거나 아니면 일부러 엉뚱한 말을 했던 것이다.

빈말로라도 9.11을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자고 외칠 만도 한데, 트럼프한테서는 그런 발상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미국 군대와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바마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가 핵폭발 같은 9.11을 겪고도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을 만한 역량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네오콘과 트럼프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그런 의지를 뒷받침할 만한 대중적 역량이 취약함을 의미한다.

세계 최강의 힘을 가진 나라가 도덕적 자기성찰을 등한시한다는 점, '우리 미국을 이렇게 대우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미국 지배 아래의 지금 세계가 얼마나 위태한지 시사한다. 그래서 9.11은 서글픔을 안겨주는 숫자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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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 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신라왕실의 비밀,왕의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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