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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이주노동자 기숙사 수해 관련 기사를 쓰고 나서 세 번 놀랐다. 첫째는 기자들의 취재 문의가 쇄도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많은 언론에서 이주노동자 수해 피해를 다뤘지만 정작 기숙사 침수 피해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이 수해 피해 보상에서는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는 이주노동자 주거권 문제를 주무부처장관이 처음 알았다는 국회 답변 때문에 놀랐다. 수해 피해에 이은 코로나19 재확산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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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 이재민 80%가 이주노동자, 이유가 기막히다 http://omn.kr/1ojcb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정치권은 보편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더니, 결국 선별지급을 결정지었다. 그 와중에 이주인권진영은 '이주민은 빼고' 보편지급을 외치고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외국인 주민에게 주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인한 평등권 침해이므로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수용 입장을 밝히고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재정부담 가중 등 재정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불수용 입장을 인권위에 전달했다. 

이주 인권진영이 이 지사를 비판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난지원금 이주민 배제 때문이 아니다. 이 지사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이주민들을 품지 않는 모습은 '이주민은 당연하게 차별해도 되는구나' 하는 신호를 시민들에게 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재난기본소득 대책위는 이주민 차별에 반대하며 '이주민도 경기도민이다'는 문구를 내걸고 지난 4월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이러한 시민단체의 요구와 이주민 당사자들의 필요를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이주민은 빼고'를 고집하는 현실은 코로나 이후 이주민들이 얼마나 제도적 차별과 배제에 노출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는 경기도민입니다 재난지원금 이주민 배제에 항의하며 '나는 경기도민입니다' 피켓을 든 이주노동자
▲ 나는 경기도민입니다 재난지원금 이주민 배제에 항의하며 "나는 경기도민입니다" 피켓을 든 이주노동자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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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경기도민이다'라고 주장하는 이사벨라 샬리는 재난지원금 차별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회사에서는 근거 없이 우리(외국인)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연초에는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더니, 조금 지나서 사람이 필요하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이 일어난 후부터는 회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감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왜 우리에게 비난하는지 모르겠다. 직장에서 외국인이라고 차별받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그러려니 하지만, 한국정부와 지방정부가 차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일하고 번 만큼 세금을 내는 노동자다."


로데나는 코로나 재확산 이후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스스로 외출을 삼가고 있다. 그렇다고 외출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재난지원금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외국인은 주지 않는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일주일에 이틀 이상 일해 본 적이 없는데, 한국 사람만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귀국 항공편을 예매할 수 있다면 당장 귀국하고 싶다."

외출조차 막힌 이주노동자들

"하우스 고장 많아요."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짠티가 보내온 문자였다. 전체 하우스 중에서 30동이 파손됐고 그로 인해 일이 줄었다며, 이직하고 싶지만 사장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짠티가 하우스가 기계나 기구가 아닌데도 고장이라고 한 이유는 태풍으로 비닐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이 손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8월 수해 때는 19동이 침수되어 수확 예정이던 시금치가 물에 녹아내려 갈아엎었다고 했다. 그 밖에도 침수 피해로 병들었거나 물이 빠진 후에 시든 상추 등의 작물을 폐기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태풍 마이삭은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폭우 피해 이주노동자 기숙사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기숙사가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복구 청소하고 있다.
▲ 폭우 피해 이주노동자 기숙사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기숙사가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주노동자가 복구 청소하고 있다.
ⓒ 쏨속(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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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 때 그나마 온전했던 부추는 재배 시설 복구와 소독, 새로운 작물 파종 준비로 수확 시기를 놓친 까닭에 꽃이 피어 버렸다. 사장이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하는 이유다. 전체 80동인 농장에서 수해와 태풍으로 절반은 손도 못 댔고, 남아 있던 작물들도 버려야 할 지경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특별재난지역 시설작물 농장주인 사장은 일꾼만 있으면 가을 이후를 기약할 수 있다. 일 년 농사를 망친 농장주에게 정부와 지자체의 생계구호 재난지원금과 함께 전기요금 감면 등 각종 공공요금 감면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새로운 작물을 가꿀 때 필수 인력인 이주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8월 초 수해 피해 복구 작업 때문에 휴무일에 일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광복절 이후 수도권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자 사장은 월 2회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휴무일 외출을 대놓고 통제하고 있다. 하우스 시설 복구 작업과 그나마 온전한 작물 수확을 채근하는 농장주는 일감이 없어 이직하고 싶어하는 짠티와 그의 동료 이주노동자들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짠티는 8월 중순부터 코로나와 수해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이주노동자 쉼터를 방문하고자 했지만, 사장이 허락하지 않아 불만이 많다. 짠티는 사장이 코로나 감염 예방 때문에 외출을 통제하고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이 혹시나 사업장 변경이라도 요구할까봐 이주인권단체와 접촉을 막는 거라고 보고 있다. 
 
태풍 피해 비닐하우스 태풍으로 비닐하우스 비닐이 뜯어져 상추가 시들었다.
▲ 태풍 피해 비닐하우스 태풍으로 비닐하우스 비닐이 뜯어져 상추가 시들었다.
ⓒ 쏨속(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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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짠티와 그 친구들은 홍수가 났을 때 여행용 가방에 급하게 챙겨 넣었던 몇 가지 옷을 제외하고는 건진 게 없어서 어떻게 겨울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런데도 주택 등록 유무에 따라 이뤄지는 주거 지원이나 그 어떤 수해 피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사장이 기숙사라고 제공했던 비닐하우스는 주택이 아닌 기타 시설이기 때문이다. 

결국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

지난 8월 20일 제381회 국회(임시회) 2차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기숙사 관련 근로기준법 및 시행령이 작년 개정되었음에도 사업주가 농어촌, 산간 비거주지역에 기숙사를 설치하고 고용노동부가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질의에 "(이 문제를) 이제야 알았다"고 답했다. 수해 이재민의 상당수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주무 부처 장관이 관련 문제를 '이제야 알았다'고 하자 관련 단체들은 곧바로 규탄 성명을 내놓았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주거권) 문제는 2014년부터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통해 이주 인권단체가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고 작년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의 개정까지 이루어진 사안이다. 그럼에도 해당 부처 장관이 '(이 문제를) 이제야 알았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게 한다."

관련 단체들은 그간 농어촌과 산간 비거주지역에 설치된 불법 기숙사는 고용노동부의 묵인하에 이뤄져 왔던 것으로, 개정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의 취지에 따라 사업주에게 개선을 요청하고, 개선하지 않은 사업주의 고용허가는 취소하는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갑 장관은 고용정책관과 고용노동실장 등을 역임하며 외국인 고용허가제 실무를 담당했던 이력이 있다. 관련 단체들이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를 '이제야 알았다'라고 한 장관 발언에 규탄 성명을 내놓으면서도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에 진정성 있는 해법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주 인권 단체들은 코로나 긴급지원금에서도 배제되었고, 수해 피해를 당해도 구제 대상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은 농장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직도 못 하는 노예 신세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사실상 노예제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같은 연한 기한 노동(Indentured labor system)에 기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장이 아니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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