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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 낭독회가 여느 때보다 많이 열렸습니다. 시 낭독회로만 봐서는 의미 있는 한해입니다. 그 물꼬를 튼 것이 저와 김승일 시인이 함께하는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가 아닐까 합니다.

이 낭독회는 저와 김승일 시인이 동네서점을 찾아가 시 낭독으로 독자와 호흡하기 위하여 시작한 행사였습니다. 1월 니은서점을 시작으로 8월 초 핏어팻까지, 여덟 번 개최되었습니다.

코로나로 3~4월 개최가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면, 월 1회 이상 열린 것입니다. 코로나 방역 문제로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다수의 낭독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코로나19
 
용인 원삼 <생각을 담는 집> 시 낭독회(2020.4.18)
▲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 용인 원삼 <생각을 담는 집> 시 낭독회(2020.4.18)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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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 낭독회가 잘 진행된다고 생각했는데 8월 말부터 코로나가 재확산해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 자리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초대하는 서점과 참여하는 시인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8월 말과 9월 청주와 천안, 일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 차례의 낭독회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까지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는 아내뿐만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딸,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딸까지 'Zoom'이나 'Webex'로 실시간 수업을 듣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온라인 강의, 수업이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온라인 생태계는 이제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통 <랄랄라 하우스> 시 낭독회(2020.5.21)
▲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 영통 <랄랄라 하우스> 시 낭독회(2020.5.21)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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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독회도 대면으로 진행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Zoom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도 충분히 독자의 참여도 가능합니다.

저도 시 낭독회 영상을 꾸준히 만들어서 올리고 있습니다. 저는 <주영헌 시인의 베란다 낭독회>라는 온라인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을 블로그와 유튜브, SNS에 꾸준히 올리고 있죠.

독자가 있는 플랫폼에 문학이 맞추는 것,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독자도 있지만, 요즘과 같이 코로나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심리적 거리가 발생하거나 온라인을 선호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대면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독자를 위해서는 작가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시가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용인 보라동 <노란 별빛 책방> 시낭독회 (2020.07.22)
▲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 용인 보라동 <노란 별빛 책방> 시낭독회 (2020.07.22)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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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독자 앞으로 다가가야 하는 까닭은 '독자가 없으면, 작가도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작가가 글만 썼다면, 지금은 독자가 사용하는 다수의 매체를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마케팅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와의 호흡', '공감'을 위해서입니다.

작가가 독자와의 공감 능력을 상실할 때, 그 사람의 작품은 죽은 작품이 되고 맙니다. 이것은 '작가의 문학적인 자존심'이나 '문학적 가치'와는 다른 얘기입니다. 문학적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독자의 유무와 관계없이 인정받아야 할 일이지만, 되돌아 생각해 볼 때, 독자가 없는 문학은 궁극적으로 그 장르의 사망과 직유로 연결됩니다.  
 
주영헌 시인의 집 베란다에서 녹화한 <베란다 낭독회>
▲ 주영헌 시인의 베란다 낭독회 주영헌 시인의 집 베란다에서 녹화한 <베란다 낭독회>
ⓒ 주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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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낭독회>나 <베란다 낭독회>를 꾸준히 하는 까닭은 독자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대면이든 인터넷의 환경이든 작가가 꾸준히 독자에게 노크할 때, 독자의 마음도 열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가 읽히지 않고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작가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이 환경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독자분 사는 곳까지 가까이 더 다가 가겠습니다. 시인의 말에, 시에 조금만 귀 기울여주시고, 마음을 열어 주세요.

덧붙이는 글 | 같은 기사를 시를 읽는 아침 블로그(https://blog.naver.com/yhjoo1) 에도 올립니다.


태그:#주영헌시인, #김승일시인, #우리동네이웃사촌시낭독회, #베란다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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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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