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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 정 당협 위원장(자료사진)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 정 당협 위원장(자료사진)
ⓒ 조대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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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로 광복 75년을 맞이했다. 다른 말로는 25년 지나면 100년을 맞이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역사에서 친일파는 제대로 처벌된 적이 없다. 1948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이승만 정부의 방해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산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 반민특위를 부활시켜 과거사 문제를 '끝장내자'고 주장하는 보수 정치인이 있다. 바로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이다. 민주 진보 진영에서는 자주 있는 주장이지만 보수 정치인인 반민특위 부활 주장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생각돼, 왜 이런 주장을 하게 됐는지 물으려 지난 24일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과 통화했다.

다음은 조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18일 '20세기 때 좌초된 반민특위 부활 시켜 과거사 문제 끝장을 보자'라고 제안하셨는데 반응이 있나요.
"제 주변 보수 지지자들은 '그거 진보 쪽에서 이용하려는 건데 왜 맞장구를 쳐주냐?'고 하셨다가, 제가 취지를 좀 설명 드리니 '그래, 우리가 무슨 친일파도 아닌데 못 밝힐 이유도 없지.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다 밝혀서 더는 친일 프레임 이용 못 하게 해야지. 국민들이 이런 문제로 안 싸우고 화합해서 미래로 나갈 수 있다면 나도 찬성'이라고 하시더군요. "

- 미래통합당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통합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저한테 뭐라고 얘기한 건 없고요. 제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에 연세 좀 드신 당원들이 달아놓은 댓글들을 보면, '지금 저쪽에서 정권을 잡고 있고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한데 제대로 조사가 되겠나?'라며 진정성과 공정성을 의심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근데 젊은 당원들의 반응은 좀 달랐어요.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였어요."

- 어차피 지금은 당사자들이 다 사망해서 처벌은 불가능하지 않나요?
"맞죠. 처벌하는 게 사실은 불가능하죠. 그런데 민주당이 주장하는 파묘도 일종의 처벌로 간주하고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반민특위 부활 제안, 꺼내게 된 이유는..."

- '반민특위 부활 제안'은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제안을 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이완용 같은 을사오적, 노덕술같이 동족을 고문하고 살해한 핵심 친일파 앞잡이들은 저도 죽도록 싫어하는데, 백선엽 장군 같이 분들에 대해 한국전쟁 때 공을 더 크게 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토착 왜구' '친일파' 등으로 몰리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란 의문이 들어서였습니다.

친일 행적이 있는 사람 중 이완용 노덕술 같은 자들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그 정도가 아닌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무슨 기준으로 할 것인가죠. 이런 기준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하신 영웅들에 대한 평가와 보상은 당연한 거고, 그분들처럼 잃어버린 나라를 위해 용기 있고 헌신적인 삶을 살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예요.

두 번째는 100년 뒤 후손들도 지금 우리 세대가 겪는 이런 갈등과 반목, 고민과 혼란을 겪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우리는 일제시대를 겪어보지도 않고 6.25 전쟁을 겪지 않았는데도 계속 이런 문제를 놓고 술자리에서 친구끼리 핏대를 세우며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이런 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지난 100년간의 슬픈 역사를 지금부터 100년간 심혈을 기울여 재조명하고 치유해 간다면 적어도 100년 후의 우리 후손들은 좀 더 화합하고 단결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는 세상에 절대적으로 공만 있고 절대로 과만 있는 사람이 어딨냐는 거죠. 부부지간에도 그래요. 어떻게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부부는 서로의 약점보다 장점을 크게 여기며 살아요. 그런데 가정에 불화가 끊이질 않고 결국 갈라서는 부부를 보면 배우자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보이고 그걸 극복 못 하기 때문이더군요. 개인 가정사만 그런 게 아니라 나라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고요."

- 한국전쟁과 일제시대를 비교하시는 데 둘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도 될까요? 한국전쟁은 내전이고 일제시대는 나라를 잃은 건데.
"그건 보는 관점에 따라 좀 다른 거 같아요. 일제시대 때 피해 본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지만 3년 동안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통해서 살해·실종되고 부모나 배우자를 잃었고, 그렇게 받은 상처와 아픔이 일제시대 못지않아요. 개인에 따라선 일제시대보다 한국전쟁에 더 큰 한이 서린 분들도 많고요. 따라서 프랑스의 반역행위 청산이나 독일에서의 나치 청산과 우리나라에서의 친일 청산은 좀 다른 부분이 있어요, 오히려 나치 청산은 일제시대 후 연이어 터진 한국전쟁이 복잡하게 얽힌 우리의 과거사 문제에 비하면 훨씬 간단하고 쉽죠."

"반민특위가 이승만 탓에 해체? 단순한 비약, 오히려 북한 때문"
 
지난 1949년 열린 반민특위 공판 모습.
 지난 1949년 열린 반민특위 공판 모습.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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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부에 의해 해체돼 친일 청산을 못 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많이 아쉽죠, 그때 반민특위가 제대로 진행되어 (친일파를) 다 털고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봤어요. 그런데 그때 반민특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무산된 데에는 결국 북한 공산주의와의 체제경쟁, 그리고 국가 존망을 걸고 남북이 맞붙은 6.25전쟁 탓이 컸어요.

진보 측에서는 자꾸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친일파 중용하고 반민특위 해산시켰다고 몰아가는데 당시 초대 내각을 보면 이승만 정부에선 친일 인사가 없었어요. 오히려 북한 김일성이 조국 해방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친일파 후손 다수를 중용했지요. 이승만도 김일성도 당시에는 자신이 신봉하는 체제로의 조국 통일이 그 어떤 명분이나 목표보다 절실했기에 공히 친일 청산의 원칙을 저버린 거예요. 그런데 그걸 이승만이 친일파라서 반민특위 활동을 방해하고 해산시켰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단순한 비약이라고 밖에 안 보여요."

- 노무현 참여정부 때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무력화시킨 거 아닌가요?
"그건 어느 정부를 얘기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정권마다 자기들한테 유리한 인적 구성을 했었지요. 그 때문에 상대방에게 불신과 불만을 줬고 그래서 과거사위에서 애써 결론을 도출한 사안도 서로 인정을 안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 과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미래로 가자고 지금 제가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고요. 반목과 분열의 고리를 여기서 끊고 통합의 길로 가자, 그러기 위해서 역사바로세우기를 하자는 건데, 시작도 하기 전에 자꾸 본질에서 벗어난 또 다른 과거 얘기로 '예전에 너희들은 이렇게 했고 우리는 이렇게 했잖아'며 따지고 드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 "'21C형 반민특위'는 보수 30% 진보 30% 중립(보수 진보 양 진영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40%로 인적 구성을 하여 공정성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라고 하셨는데 이걸 꼭 진보 보수로 나눠야 하나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활동했던 과거사위원회가 나름 성과를 거뒀지만, 다수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지는 못 했어요. 그때 깔끔하게 정리됐다면 현재와 같은 과거사 논쟁이 다시 불거지진 않았겠죠. 그때 해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는데 활동 기간에 비해서 우리가 정리해야 할 근현대사가 너무 많았어요. 시간이 너무 부족했지요. 그래서 한 사건을 깊이 있게 객관적으로 조명해보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인원 구성도 보수와 진보 측이 합의에 따라 동등한 조건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정부 여당 측 인사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도록 정해졌죠. 15인 위원뿐만 아니라 실무진까지 진보가 정권을 잡았을 때는 진보 측 인사들이 주를 이뤘고, 보수로 정권이 넘어가면 다시 보수 측 인사들로 채워서 진행하려니 객관성 공정성 시비가 생길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보수-진보 양쪽에서 각 30%씩 인원들을 채운 다음, 일반 국민 추천까지 포함해 각계각층으로부터 최대한 인원을 추천받아 여기서 보수 진보 양측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만 추려서 40%를 구성한다면 지난번과 같은 객관성 공정성 시비는 많이 해소될 거예요."

- 진보든 보수든 친일 행적과 관계없는 분이 돼야 하지 않아요?
"그거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에요. 보수든 진보든 친일과 관계된 사람을 추천해서 상대에게 약점을 잡히려 들진 않겠지요. 보수 쪽에서 친일파 후손을 추천해서 30%에 넣었다면 진보에서 온 30%가 그걸 가만두겠어요?"

- 근데 기준이 다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건 더 쓸데없는 걱정이에요(웃음). 기준을 말씀하시는데, 진보에서 보면 분명 친일인데 보수에선 친일이 아니라고 우기는 상황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 상황이 오면 중립지대에 있는 40%가 과연 누구 손을 들어 주겠습니까? 국민의 보편적인 눈높이로 분명 친일을 했는데도 그걸 친일이 아니라고 우기는 쪽에 표를 주겠습니까,아니면 친일 맞다고 지적하는 쪽에 표를 주겠어요? 그렇게 균형을 잡아가는 거예요. 저는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굳게 믿습니다."

- 진보 진영이 미래통합당을 '토착 왜구'라고 보는 건, 다른 말 해서가 아니라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에서 일본 주장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하기 때문 아닌가요?
"이석기씨가 지금 내란선동죄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죗값을 치르고 있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그의 소속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도 해산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금 정의당더러 '당신들 이석기와 같은 당에 있던 사람들 아냐? 그럼 빨갱이 맞네'라고 하면 이게 어디 이성적 상식적인 생각입니까. 그런 치우친 생각과 황당한 주장을 하는 극단주의자들을 만나면 저 같은 사람은 '당신들이 틀렸다. 이석기 무리와 정의당 사람들은 전혀 다른 부류다. 그런 식의 주장이 우리 보수를 죽이고 있다'고 야단을 칩니다.

마찬가지로 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는 자들이 보수를 참칭하면,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라면 '당신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극단주의자다' 이렇게 혼내며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들을 보호해 줘야지 그걸 보수 전체로 몰아 공격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일까요? 보수든 진보든 제대로 된 사람들은 자기 진영보다는 나라 전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봐요."

- 공감합니다. 그러나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했었죠. 그걸 일부라고 하긴 어렵지 않나요?
"박근혜 정부가 당시 위안부합의를 할 때 미숙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 거지, 박근혜 정부가 일본에 할머니들 팔아먹으려고 그런 건 아니었잖아요. 그걸 '일본에 위안부 할머니 팔아먹었다'고 매도하며 끊임없이 공격하는 건 옳지 않아요. 이런 나름의 생각을 나타내면 곧바로 '너도 토착 왜구 친일파구나'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며 공격하는 건 정말 유치하고 야비한 짓이에요.

당시 정부도 나름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려 애썼고, 할머니들이 더 늙고 병드시기 전에 배상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는 선의에서 협상에 나섰던 거죠. 그렇게 일본 정부에 사죄도 요구하고 배상도 요구했지만, 일본이 꿈쩍도 안 하니 자기들이 생각한 적정선에서 타협해버리는 잘못을 저질렀지요. 자기 뜻대로 상대가 안 움직이면 그냥 놔버리면 되는데 그걸 어떻게든 자기 정권하에서 극적인 해결책을 내보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 보수 측에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얘기하는데 이것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요?
"지금도 구소련 공산독재 체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10%는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천하제일의 반인륜 반인권 독재국가인 북한 체제에서도 잘 먹고 잘살며 북한 정권이 정말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10%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90% 일반 민중들은,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 극심한 어려움 속에 살고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일제시대 때도 일제에 부역하며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던 층에선 일제시대의 좋은 점만 보려 하겠지요.

얼마 전 미국 다큐멘터리를 보니 일제 때 한반도 청진·원산 등은 일제가 대륙 침략을 준비하며 엄청난 투자를 해 아시아 전체에서도 손꼽히게 근대화된 공업 도시였다고 하더군요. 그런 면을 오늘날 일본인들은 부각하고 싶을 거고 또 일본에 대한 편향된 생각을 가진 소수 사람도 미화하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보수진영의 평균적인 생각이라며 공격할 수 있나요.

노무현 대통령 당시 과거사위원회가 활동할 때 여당 대표 및 주요 정치인들의 부모 조상들이 일본군 헌병 일본군 오장(伍長)을 했었고, 농민들을 수탈했던 일본은행의 간부를 했던 게 밝혀져 진보 측은 당황했고 보수 측은 고소해했던 적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걸로 진보 측을 '뻔뻔하고 위선적인 친일파' '가면을 뒤집어쓴 토착 왜구'로 물고 늘어져서야 되겠습니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마 전 드라마에서 '우리 회사는 차이를 갖고 차별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오던데 마음속에 얼마나 큰 감동이 몰려오던지요. '차이 때문에 차별하지 않는 세상' 그게 우리가 함께 노력하며 이뤄가야 할 이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차이를 갖고 차별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 아픈 시간이 있었다면 이젠 그 모든 걸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갔으면 합니다. 21세기형 반민특위를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가 그런 세상을 이룩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고요."

태그:#조데원, #반민특위, #토착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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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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