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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 잎
 곰취 잎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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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제리, 흥부와 놀부, 짬뽕과 짜장면, 송대관과 태진아처럼 따로 또 같이 어울리는 것들이 있다. 나물계에도 그러한 짝이 있으니 바로 '곰취'와 '참취'다. 하나로도 훌륭하지만 둘이 있어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긴 장마에 지쳐갈 때쯤 마당 한 쪽에서 거센 비에도 아랑곳 않고 꽃을 피워낸 곰취와 참취를 보았을 때 '아! 이제 너희들의 계절이 왔구나' 싶었다.

곰취와 참취는 우리 입맛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둘 다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봄에는 새 잎을 내고, 여름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가을엔 수많은 씨앗을 만들어 내고 조용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러고는 이듬해 봄에 그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물이라는 쓰임새가 너무 강해 그런 당연함을 낯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먹기만 할 뿐 그 생애에 대해 너무 모른다. 다행히 필자의 집 마당에는 몇 년째 곰취와 참취가 동거하고 있어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곰취 꽃
 곰취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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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취와 참취, 바닷물고기인 곰치와 참치가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식물 이름에 '취'자가 들어가면 이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을 뜻한다. 때로는 '추'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 국화과인 곰취, 참취, 개미취, 단풍취, 미역취, 수리취, 분취 등이 있고 비비추가 있다. 

곰취라는 이름에 대해서 혹자는 곰이 좋아하는 나물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정말 곰이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필자 생각에는 곰이 살만한 깊은 산에서 사는 풀이라서 또는 곰의 얼굴을 닮았다 해서 곰취라고 한 것 같다. 그것도 동글동글 귀여운 아기곰 얼굴이다.

곰취속은 유럽과 아시아에 10여종이 살고 있는데, 그 중 9종이 우리나라에 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곰취 천국인 셈이다. 그 아홉종에는 여러 곰취와 곤달비, 그리고 백두산에 자생하는 개담배가 있다. 곤달비는 곰취와 비슷한 모양의 잎을 가졌는데, 곰 얼굴 귀 부분이 곰취는 동글동글한 반면 곤달비는 뾰족하고 길며 사이가 더 벌어져있다.

곰취는 처음 어린잎이 나올 때는 야들야들한 잎을 쌈으로 먹는다. 그 특유한 향이 아주 고급스런 맛을 풍긴다. 질겨지면 장아찌나 묵나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참취도 연한 잎을 날것으로 먹기도 하는데, 그보다 살짝 데쳐서 양념을 무쳐 먹으면 더 맛있다. 데치면 식감도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과 진한 향이 아주 일품이다.

봄에 데쳐서 먹을 때와 묵나물로 만들어 먹게 되면 맛과 향이 달라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보통 취나물이라고 하는 게 바로 참취다. 참나리, 참기름처럼 취나물 중에 최고라는 뜻을 가진다.  
 
참취 잎
 참취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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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마당 한 쪽에는 곰취와 참취밭이 있다. 밭이라는 이름을 쓰기 무색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지만 몇 년째 참취와 곰취가 살고 있다. 곰취는 원래 고원이나 깊은 산 습지에서 자란다. 그러나 텃밭에서도 조건만 잘 맞춰주면 충분히 기를 수 있다.

곰취는 그늘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햇빛이 강하면 잘 자라지 못한다. 반면에 참취는 햇빛이 있는 곳뿐 아니라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숲에서 만나고, 언저리에서도 보고, 시골 마을 길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어쩜 꽃이 피어야 '너도 거기 있었구나' 알아보기도 한다. 

곰취는 땅속줄기에서 잎이 나와 몸을 키운다. 여러 잎이 흙에서 나와 풍성한 잎을 자랑하며 옆으로 세를 불리다가 여름이 되면 꽃이 피는 꽃대가 길게 자라나와 곧추선다. 그리곤 노란 꽃을 피워낸다.

반면 참취는 위로 자란다. 줄기를 하나 키워 잎이 붙으며 자라는데, 키를 높이 키워 잘 크면 어른 키만 하다. 처음 나오는 잎이 크고, 위로 올라갈수록 잎이 작아진다. 참취는 여름이 되면 줄기 끝이 우산대처럼 갈라지며 하얀 꽃을 피운다. 둘 다 늦가을 열매가 익는데 민들레처럼 씨앗에 털이 달려있어 바람에 날아간다.   
 
참취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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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작자 미상의 가사문학으로 내려오는 '전원사시가'란 작품을 보면, 봄을 노래한 부분에 "어젯밤 좋은 비로 산채가 살졌으니/ 광주리 옆에 끼고 산중을 들어가니/ 주먹 같은 고사리오 향기로운 곰취로다/ 빛 좋은 고비나물 맛좋은 어아리다/ 도라지 굵은 것과 삽주순 연한 것을/ 낱낱이 캐어내어 국 끓이고 나물 무쳐/ 취 한쌈 입에 넣고 국 한번 마시나니/ 입안의 맑은 향기 삼키기도 아깝도다"라고 했다. 봄에는 나물로 먹고, 여름에는 예쁜 꽃을 보며 즐기니 마당에 함께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신승희 생태환경교육 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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