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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회동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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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 구도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동안 '중국 위협론'을 명분으로 세웠던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 책임론'까지 덧붙이면서 더욱 더 세차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전쟁을 계속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고자 홍콩 문제나 양안관계(중국-타이완)에 개입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을 갈라놓을 수 있는 남중국해(남지나해) 문제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관련된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기 위한 압력도 강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양상

미국의 공세가 거친 데다가 미국이 세계 패권 국가이므로, 미국의 압박은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북한 같은 반미국가를 제외한 나라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당장에라도 축소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외형적 양상과 다소 결을 달리하는 또 다른 양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압박을 가하는 미국보다 압박을 받는 중국이 오히려 여유로워 보일 때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넓혀가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세계 지도국가의 지위는 점점 잃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상황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미군 유럽사령부뿐 아니라 미군 아프리카사령부까지 배치된 독일에서, 미국은 3만5000 병력의 4분의 1 이상인 9500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또 무리하고 무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통해 한국 같은 동맹국들과의 유대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덩달아 자국의 위신까지 떨어트리고 있다.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하자는 미국의 제안 역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상임·비상임을 포함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 발동에 반대했다.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나라는 단 둘이다. 그렇다고 찬성표가 둘인 것은 아니다. 비상임이사국인 도미니카가 아직까지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안보리 이사국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미국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과 3년 뒤인 2018년에 파기했으므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고 질문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와 더불어 이란 핵문제는 미국의 세계패권과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다. 세계 최강인 미국이 이런 핵심 사안과 관련해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에 휩싸인 것은 미국의 지도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수세에 몰려도 여유로운 중국

반면, 중국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의 파상 공세 때문에 수세에 몰린 데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국에서 전파됐기 때문에, 중국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속에서도 중국은 세계지도국가의 위상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눈앞에 벌어진 당장의 위기뿐 아니라, 시야를 넓혀 장기적인 과제까지 염두에 두면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심리적 여유를 갖고 있다는 점은 코로나19까지 활용해 영향력 확장을 시도하는 사실에서도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우한 사태'가 진정되자마자 외국에 대한 의료 지원에 나섰다. 시진핑 주석이 외국 정상들을 상대로 코로나 방역에 관한 중국의 역할을 자임했고, 동남아·중동·유럽·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마스크나 진단 용품 같은 의료용품을 지원할 뿐 아니라 의료진까지 파견하고 있다. 약점이 되고도 남을 만한 코로나19를 오히려 장점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해상 팽창을 견제하고 있다면, 중국은 육상과 해상에 걸쳐 '하나의 벨트로 하나의 비단길(실크로드)을 만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통해 영향력 팽창을 시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에까지 코로나19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 실크로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 점을 보여준다. <중국학 논총> 제35권에 실린 상하이 푸단대학(복단대학) 출신의 이창주 아주대 교수의 논문 '코로나 국면 하의 중국 일대일로 전략 분석'은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은 코로나19의 초반기에 빠른 회복세를 달성하고 '건강 실크로드'와 지능화·자동화·비대면 형태의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단단한 동아시아 역내 밸류체인을 토대로 중국은 다시 기존의 일대일로로의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아무리 거대한 국가일지라도, 국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소수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 처하면 국가 역시 개인과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눈앞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다급한 처지가 되면, 개인뿐 아니라 국가 역시 평소에 추구했던 장기 과제는 멀리하고 당장의 문제 해결에 매몰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은 데다가 미국의 압박마저 거센 이 상황에서도, 중국은 패권국가가 되기 위한 평소의 목표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보다는 위축돼 있지만, 이 상황마저 일대일로 전략에 활용한다는 점은 중국 지도부가 상황을 대국적으로 인식하려고 애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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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중국공산당의 외교 책임자인 양제츠 정치국원이 미소 띤 얼굴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고 돌아간 것 역시 지금 이 상황에서도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으로부터 거침없는 공세를 받으면서도 장기적 과제를 염두에 두고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빈틈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가능케 하는 단서다. 홍콩·타이완·남중국해·티베트나 무역전쟁 등을 매개로 공격을 가하는 미국이 약점을 드러내는 순간 중국이 역습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판단을 갖게 만든다.

중국 외교부 산하인 중국국제문제연구원의 텅젠췬 미국연구소 소장이 올해 <성균 차이나 브리프> 제56권에 기고한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국제질서와 중국의 대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중국은 안정적인 미중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중국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의 끊임없는 괴롭힘 앞에 중국은 필요하다면 미국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외교관계의 중심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다. 외교관계의 조정은 코로나 19 사태가 끝난 직후 바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외교부 산하 기관의 국제문제 학자가 외국 잡지에 글을 쓸 때는 공산당이나 중국 정부의 개입이 어떤 형태로든 있기 때문에, '코로나 19 종결 직후에 대미관계를 바꿀 수도 있다'는 표현은 결코 개인 의견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

지금 상황이 익숙한 쪽과 생소한 쪽
 
창춘 주택단지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창춘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지린성의 중심도시인 창춘의 한 주택단지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 창춘 주택단지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지린성의 중심도시인 창춘의 한 주택단지를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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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은 지금 상황이 결코 낯설지 않다. 중국인들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에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에게 숱한 수모를 당했다. 1949년 이후의 중국 정부는 그때의 치욕과 시련을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상기키시고 있다. 지금도 중국의 역사유적지에 가면 '국치를 잊지 말자'(勿忘國恥)와 비슷한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낯설 수밖에 없다.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이 청나라를 압박할 때, 미국은 인디언과의 전쟁이나 흑인 문제 때문에 내부 문제에 치중했다. 그래서 유럽 열강의 청나라 압박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지금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19세기 경험을 통해 이미 축적한 데 반해, 미국은 향후 상황에 대처하면서 매뉴얼을 수시로 갱신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갈등 구도를 부추기는 쪽은 미국이지만, 이런 상황에 익숙한 쪽은 오히려 중국이다.

이처럼 중국은 지금 당장에는 위축돼 있는 듯하지만, 일대일로 전략을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도리어 반격을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거기다가 유사 상황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향후 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미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암중모색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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