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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지난 2017년 용산역에 전시된 EMU-250의 목업.
 지난 2017년 용산역에 전시된 EMU-250의 목업.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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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가 2020년 말 도입하는 시속 250km/h급 준고속철도차량인 EMU-250(이하 새로운 KTX)의 도입을 위해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2019년 말부터 시운전을 시작해 영업에 필요한 운행 거리를 달성하는 한편,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열차의 명칭을 선정하는 공모전이 진행되어 새 열차의 이름을 주는 작업도 진행된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시민들이 탑승하게 될 새로운 KTX는 기존 KTX와는 다른 구간을 운행한다. 중앙선, 장항선 등 새로이 복선전철화되는 기존 노선들에 운행할 전망인데, 기존의 KTX가 한국 철도의 대동맥 역할을 했다면 이들 열차는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운행하는 림프선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KTX가 운행되는 선로는 대부분 시속 200km~250km급 선로가 된다는 것. 이에 앞서 운임체계를 손보고,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등 개통 이전의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다. 준고속열차가 한국철도의 미래로 연착륙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정리했다.

'준고속열차'도 'KTX'?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에 마련되는 새로운 KTX는 기존선을 개량해 만들거나, 새로이 개통하는 시속 200~250km급 선로 위를 주로 내달리는 '준고속열차'가 될 전망이다. 현재도 운행되는 200~250km/h급 노선인 서울~강릉, 여수EXPO~익산 간 KTX와 비슷하다. 당장은 청량리~영천 간 중앙선, 송산~홍성 간 서해선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KTX'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필요하다. 2004년 KTX의 개통 이후, 고속열차는 '시속 300km를 내는 것'이 고정관념처럼 자리잡혀 왔다. 개통 직후에는 열차 내 디스플레이에 '300km/h'보다 낮은 수가 표시되면 '왜 고속열차가 아니냐'며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였다.

200km/h급이라고 해서 서비스가 좋지 못하거나, 원하는 곳에 빨리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중앙선의 경우 무궁화호로 4시간이 걸렸던 청량리와 안동 사이의 거리가 1시간 중반대로 대폭 줄어든다. 특히 새로운 KTX 차량의 좌석마다 무선충전기와 개별 창을 마련하는 등 객차 내 서비스도 KTX-1, 산천에 비해 훌륭하다.

당장 해외에도 200km/h급 철도가 당당히 고속열차로 대우받고 있다. 미국 보스턴과 워싱턴D.C 사이를 운행하는 고속열차 아셀라 익스프레스는 최대 시속 240km, 표정속도는 110km/h에 불과하고, 일본 도쿄에서 니가타를 잇는 죠에츠 신칸센도 최고 속도가 240km/h 정도이다. 즉 세계적인 추세에서는 새로운 KTX가 도리어 고속열차로 당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현행법에서도 고속열차의 기준을 '200km/h 이상'으로 잡고 있지만, KTX 개통 이후 16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시민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현재 운행되고 있는 KTX나 KTX-산천, SRT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운임이 저렴하면서 더욱 편리한 열차라는 인식을 이용객에게 퍼지게끔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 정거장 가는데 8400원? 최저 운임 조정해야
 
 한창 복선전철화 및 고속화 개량 공사가 진행중인 중앙선 풍기역 일대의 모습.
 한창 복선전철화 및 고속화 개량 공사가 진행중인 중앙선 풍기역 일대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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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에서 손보아야 할 점도 있다. 현행 KTX의 최저 운임은 고속선 기준 50km, 기존선 기준 80km까지 8400원을 받고 있는데, 이 운임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새로운 KTX가 운행할 중앙선이나 중부내륙선, 동해선 등에서는 한 정거장을 가는데 만 원에 가까운 거금을 내야만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새로운 KTX 열차가 가장 먼저 운행할 중앙선의 경우 안동과 영주, 제천과 원주 사이 등 가까운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 수요가 적지 않다. 운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단거리 구간에서 새마을호보다 두 배, 무궁화호보다 서너 배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데, KTX의 운행으로 두 열차의 운행 횟수까지 줄어든다면 지역 차별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최저 운임이 높게 책정된 이유는 2014년 한국철도공사를 대상으로 했던 국정감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한국철도공사에서는 고속열차의 좌석이 한정되어 있으니만큼 단거리 이용객 대신 장거리 이용객을 유치하고, 다른 교통수단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운임체계로 인해 큰 파열음이 일었던 경우도 있다. 일반열차의 공급이 많지 않은 전주, 남원 등 전라선의 인접 지자체에서는 "오히려 무궁화호가 KTX보다 빠를 때도 있는데 8400원을 그대로 받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운임체계를 손보지 않는다면 요금에 대한 불만이 매번 생겨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특히 코레일이 갖는 공기업의 가치와, 지역 균형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새로운 KTX, 나아가 현재 기존선 구간에서 운행되는 KTX에서의 최저 운임 현실화가 필요하다. 동네 앞에 새로운 역이 생겼는데, 옆 도시로는 비싼 요금 탓에 사실상 갈 수조차도 없는 '서울행 전용 기차역'이 된다면 기껏 선로를 개량한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새로이 개통되는 노선, 그리고 기존선을 개량한 노선에서 일반열차, 즉 무궁화호나 새마을호의 공급이 끊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KTX가 운행되는 지역은 대도시권과 달리 노년층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의 복지로 활용되는 교통수단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성공신화' 쓸까
 
 300km/h를 돌파하지 않고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강릉선 KTX의 모습.
 300km/h를 돌파하지 않고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강릉선 KTX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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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푸른색의 새로운 열차가 기존 KTX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고속철도의 장점과 일반철도의 장점을 모두 가져올 수 있는 데다가, 열차가 운행되는 지역이 교통 수요는 많은 데 비해 공급과 서비스의 질이 부족했던 구간이기도 해 더욱 그렇다.

특히 새로운 KTX가 가장 먼저 밟을 중앙선 선로는 성공 가도를 기대해볼 만도 하다. 원주와 단양, 영주와 안동에는 훌륭한 테마의 흥미로운 여행 콘텐츠가 많아 일찌감치 여행지로 알려진 데다, 원주 혁신도시와 경북도청 신도시 등에서 더욱 빠른 열차를 타고 서울을 오가는 사람들도 적잖을 것이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가장 소중한 유산으로 회자되는 강릉선 KTX는 이른바 '200km/h 대 KTX'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일반 KTX만큼의 속도는 못 내지만 빠른 표정속도와 도심 접근성, 잦은 배차와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큰 성공을 기록했다. 특히 주말에는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일이 잦을 정도다.

강릉선이 그랬듯, 새로운 이름을 얻고 빠르면 올해 말부터 운행할 KTX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술면에서도 KTX-산천이라는 과도기를 지난 새로운 KTX가 국산 고속열차로서의 위용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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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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