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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우리, 그러니까 인류가 모르는 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여전히 알고 싶은 게 많고 그래서 늘 앎의 영역을 넓혀가는 인류의 능력과 가능성을 좁히는 소극적인 태도일 수 있겠지만, 아는 게 너무 많아서 다 알고 있다고 그래서 해결됐다고 착각하고 지나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앎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기존의 앎을 돌아보고 짚어보는 기회도 필요하다.

앎, 그러니까 지식에도 이미 실천의 의미가 담겨 있지만, 이런 상황을 더욱 가깝게 담아내는 어휘가 '교양' 아닐까 싶다. 교양은 "지식, 정서, 도덕 등을 바탕으로 길러진 고상하고 원만한 품성"으로 정의되기도 하니, 이 글의 제목에 나온 "시민의 교양"은 어쩌면 중복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서설을 길게 풀어내는 이유는, 오늘 다룰 교양의 주제가 존엄성, 세금, 대의민주주의라는, 너무 익숙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사려 깊게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

모두가 존엄성을 지키고 살 수 있는지 궁금했다면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진 차병직은 <존엄성 수업>에서 인간의 존엄성에서 시작되는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의 권리와 신체, 양심, 표현 등의 자유를 거쳐 아동권, 성소수자의 권리, 동물권까지, 점차 확대되는 그리고 비로소 깨닫고 있는 존엄성의 의미와 상황을 짚는다. 인간은 존엄하다는 말이 워낙 익숙해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기보다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 더 따져 물을 게 있느냐며 넘어가곤 하는 분위기에 새로운 물음과 과감한 사유를 제안한다. 덕분에 존엄성의 의미뿐 아니라 그 가치가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며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지 눈을 뜨고 새삼스럽게 살펴보게 된다.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만 굳게 지키면 누구나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순진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바뀌는 코로나 시대이자 인간의 의미를 되물어야만 하는 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안다고 착각했던 존엄성을 본격적으로 재검토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차병직 <존엄성 수업 - 존중받으려면 존중해야 하는 것들>
 차병직 <존엄성 수업 - 존중받으려면 존중해야 하는 것들>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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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자신이 속한 품종에 스스로 매긴 기상천외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가격이다. 그렇다고 그 존엄성이 붙박이로 고정된 불변의 가치는 아니다. 이견이 있겠지만, 만물과 마찬가지로 변화한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가 바뀐다기보다 그 불변의 최고 가격에 해당하는 실체와 의미가 바뀐다. 과거의 인간이 지금과 다르듯이, 현재의 존엄성은 미래의 존엄성과 분명히 다르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암벽에 새긴 표어가 아니라 천공에 그린 꿈과 같아서, 그 자체가 세계의 일부를 만들어 내는 힘이면서 동시에 세계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힘의 근원이다." - 책 속에서 
 
'세금 잘 냈다' 혹은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봤다면

누구나, 모두가 내는 세금이라지만, 더불어 세금이 늘어날 때마다 온갖 목소리가 사회 곳곳을 가득 채우곤 한다. 그러나 정작 세금이 어떻게 생겨났고 왜 부담해야 하고 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살펴보는 일은 드물다. 책 <세금이란 무엇인가>는 왜 세금이 존재하는가에서 출발해 조세의 역사와 구조, 세금 부담의 주체, 조세 집행과 정책의 여러 이슈까지, 개인과 국가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개인 삶과 국가의 운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세금의 전반을 설명해나간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출간과 수요가 모두 꾸준하지만, 정작 세금이 무엇이고 어떻게 운용되고 그것이 각자와 사회에 무슨 영향을 끼치는지를 짚는 경우는 찾기 어려운데,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불평등 해소가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는 요즘, 형평성과 소득 재분배의 관점에서 세금을 다시 바라볼 반가운 기회다.
    
 스티븐 스미스 <세금이란 무엇인가>
 스티븐 스미스 <세금이란 무엇인가>
ⓒ 리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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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의 경제학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며 조세의 경제적 비용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는 행위다. 그러나 우리는 조세란 무엇보다도 정치적 이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세 정책은 종종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되며, 단기적인 정치적 목표들은 장기적인 합리성과 상충할 수 있다. 정부는 유권자와 기업 로비스트 모두에게서 압력을 받으므로 그런 압력과 이해관계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가며 조세 정책을 고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세 체계란 순전히 기술 관료적인 관점에서 설계될 수도 없고 정교한 막후 계산에 따라서만 실행될 수도 없다. 궁극적으로 조세와 조세 개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과정이다." - 책 속에서 

국민의 의견이라는데, 나는 국민이 아닌가 싶었다면

정치 관련 논쟁을 보면, 여론과 국민의 뜻을 근거로 주장을 펼치는 경우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도대체 저 사람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이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때로는 누가 저 사람을 대표로 뽑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다른 제도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설사 이런 전망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궁금함과 격차는 왜 생길 수밖에 없는지, 그럼에도 왜 현대의 많은 국민국가가 대의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운영해왔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필수겠다. <대표민주주의 가이드>는 그 과정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대의민주주의의 장점을 새롭게 발견하고 현실의 부족함을 채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긍정적인 기대도 가져본다. 그간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쪽에는 자주 서봤지만 반대의 자리에는 서본 일이 별로 없는 터라, 해보지 않은 일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하야카와 마코토 <대표민주주의 가이드>
 하야카와 마코토 <대표민주주의 가이드>
ⓒ 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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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인민에 의한 정치다. 그러나 대표제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들이야말로 인민'이라도 단언할 수 없다. 이 '인민' 자체를 다듬어 나가려는 제도가 바로 대표민주주의인 것이다. 인민에 의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민의 정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표제의 주장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표제는 민주주의에 대해 더 비판적인 민주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정치제도라 할지라도 보통은 결점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적 시스템은 역사상 여러 번 정치적인 파국을 초래해 왔다." - 책 속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 님은 온라인서점 알라딘 MD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호에 실렸습니다.


세금이란 무엇인가 - 민주 시민이 알아야 할 세금의 기초

스티븐 스미스 (지은이), 김공회 (옮긴이), 리시올(2020)


존엄성 수업 - 존중받으려면 존중해야 하는 것들

차병직 (지은이), 바다출판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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