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맨> 영화 포스터

▲ <킬러맨> 영화 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뉴욕의 돈세탁 업자인 모 다이아몬드(리암 헴스워스 분)는 파트너 바비 '스컹크'(에모리 코헨 분)와 함께 거대 조직의 보스 페리코(즐라트코 버릭 분)의 돈을 세탁하는 일을 맡는다. 페리코의 조카 스컹크는 모에게 이 돈을 마약 거래에 굴려 한몫을 챙기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마약 거래는 돈을 노린 부패 경찰들의 함정이었다.

두 사람은 부패 경찰들을 피해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모는 머리에 충격을 입어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페리코는 둘에게 뉴욕을 떠날 것을 명령한다. 자신을 쫓는 부패 경찰들의 추격을 피해 다니던 모는 그만 그들이 가한 총격으로 애인 롤라(다이앤 게레로 분)를 잃는다. 분노에 휩싸인 모는 부패 경찰들을 향한 처절한 복수를 시작한다.
 
<킬러맨> 영화의 한 장면

▲ <킬러맨>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


영화 <킬러맨>은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해 기억을 되찾을 수밖에 없게 된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뉴욕의 범죄자, 부패 경찰, 정치인을 소재로 삼았다. 연출과 각본은 <스트리트 씨프>(2006)와 <캐시 온리>(2015)로 범죄 액션 영화의 귀재로 떠오른 말릭 베이더 감독이 맡았다. 그는 "일과 가족이라는 일상에 엮인 범죄와 부패의 양상을 풍부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킬러맨>엔 시카고에서 자라며 다양한 범죄자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던 말릭 베이더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이 녹아 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 덕분에 범죄 조직의 돈세탁과 경찰이 연루된 마약 거래는 진짜 사건처럼 보일 정도로 현실감이 높게 그려졌다.

<데드풀>(2016)과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를 작업한 바 있는 촬영 감독 켄 셍은 16mm 필름 스타일을 활용해 <킬러맨>에 어둡고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한 색감을 불어넣었다. 한편으로는 1970~1980년대 범죄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어 향수를 자극한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은 인물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킬러맨> 영화의 한 장면

▲ <킬러맨>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


주인공 모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게일 호손'을 맡아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드레스 메이커>(2015),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016), <더 듀얼>(2016) 등 다양한 영화에서 중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리암 헴스워스가 분했다. 그의 행보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후 예술영화와 블록버스터를 오가는 로버트 패틴슨을 연상케 한다.

영화의 스타일과 주연배우는 돋보이는 데 반해 서사는 평범하기 짝이 없다. 이야기는 단조롭고 특별한 변주도 보이질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기억 상실'을 제대로 활용하질 못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모의 기억 상실은 인물들 간의 불신을 낳아 더 많은 긴장감을 조성해야 했다. 하지만, <킬러맨>은 기억 상실을 그저 전개를 용이하게 하는 도구로 사용할 뿐이다. 회심의 한방으로 집어넣은 반전도 공허할 따름이다. 기억을 다룬 <본 아이덴티티>(2002), <토탈 리콜>, <롱 키스 굿나잇>(1996), <메멘토>(2000)와 비교해 흥미롭지도 않거니와 재미 또한 떨어진다.
 
<킬러맨> 영화의 한 장면

▲ <킬러맨> 영화의 한 장면 ⓒ (주)누리픽쳐스


최근 작가주의 성향이 짙은 예술영화 쪽의 범죄물을 살펴보면 <푸셔>(1996), <드라이브>(2011)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과 <굿타임>(2017), <언컷 젬스>의 조슈아 샤프디, 베니 샤프디 형제가 유명하다. 장편 데뷔작 <스트리트 씨프>로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에 노미네이트 되고 <캐쉬 온리>로 판타지아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한 말릭 베이더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유망주임에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유망주에 의문 부호를 남긴다. 말릭 베이더가 처음으로 각본을 쓴 <킬러맨>은 전형적인 전개로 일관하며 스타일의 장점을 지워버렸다. 그는 좋은 연출가의 자질은 가졌어도 훌륭한 각본가의 재능은 없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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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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