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은 2020년부터 다시 삼성 라이온즈의 9회를 지키고 있다. 2년 동안의 일본 경험과 4년 동안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거친 그는 젊은 시절만큼의 강력한 임팩트를 느끼기에 다소 버거운 점은 있지만, 경기를 마무리하는 관록은 여전히 살아있다.

오승환은 8월 13일 대구 수성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또 한 번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8회초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1이닝 초과 세이브였지만, 그는 관록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 날의 세이브로 오승환은 종전 이와세 히토키(은퇴)가 갖고 있던 아시아 선수 최다 세이브(407세이브) 기록을 넘어 개인 기록 통합 408세이브를 기록했다. 일본 한신 타이거즈 시절 80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3팀을 거치며 42세이브 그리고 KBO리그에서 286세이브 기록이 진행 중이다.

8회초 2사 1,2루에서 등판한 터프 세이브

이 날 경기에서 삼성은 8회까지 3-2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8회초 삼성의 구원투수 최지광이 볼넷 2개를 허용하며 2사 1,2루 역전 위기까지 몰리자 삼성의 정현욱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고, 불펜에서 오승환이 나오면서 라이온즈 파크에는 "Lazenca Save Us" 음원이 울려 퍼졌다.

보통 마무리 투수들은 9회가 시작되면 등판하여 아웃 카운트 3개를 책임진다. 그러나 이 날 오승환이 등판한 상황은 8회, 그것도 1점 차에서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터프 세이브 상황이었다. 일단 오승환은 박세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리고 오승환 본인의 역할이 주어지는 9회가 왔다. 그러나 오승환은 9회 초 정수빈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김인태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다행히 오승환은 오재일을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이 날 경기로 오승환은 팀의 3연패를 끊고 시즌 9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남은 징계를 마치고 시즌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다른 마무리투수들보다 세이브 적립이 늦어 시즌 세이브 순위에서는 7위에 올라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 팀의 31번째 경기부터 합류하여 팀의 51경기 중 21경기에 출전했다.

또한 개인 기록 통합 408세이브로 이 부문 아시아 선수들 중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우게 됐다. 종전 기록 보유자인 이와세는 일본 리그에서만 407세이브를 기록했으며, 오승환은 KBO리그와 일본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력을 합한 기록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오승환의 세이브 기록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오승환은 일본에서 80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42세이브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4시즌을 활약했으나 풀 타임 마무리투수로 활약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세이브 기록이 많지는 않았다.

KBO리그 286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앞으로 14세이브를 추가할 경우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300세이브 투수가 된다. 소속 팀 삼성이 시즌의 절반을 넘긴 81경기를 치렀는데, 일단 올해에는 큰 이상이 없다면 14세이브 이상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이 올 시즌 첫 30경기에는 삼성 엔트리에 없었기 때문에 엔트리에 합류한 51경기 중 21경기에 출전한 페이스를 바탕으로 계산한다면, 삼성의 나머지 64경기 중 26경기 출전 페이스다. 21경기 중 처음에는 적응 차원에서 2홀드를 기록했고, 나머지 19경기를 모두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단, 19경기에서 9세이브를 추가한 현재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안에 14세이브를 추가하기에는 버겁다. 현재 페이스로는 남은 시즌 중 26경기 출전인데 현재 페이스를 환산하면 12세이브 페이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기에 비해 느려진 세이브 페이스

사실 오승환은 1982년 7월 15일 생으로 만 38세가 됐다. 전성기 시절 시속 150km까지 나왔던 빠른 공은 올 시즌 최고 구속이 시속 148km 정도로 조금 떨어졌다. 빠른 공의 속도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떨어졌다면, 그 동안 오승환의 데이터가 많이 쌓였던 만큼 상대 타자들도 그의 투구 패턴을 빠르게 읽고 있다.

오승환의 올 시즌 평균 자책점은 8월 13일 경기까지를 기준으로 4.24에 그치고 있다. 23.1이닝 동안 18탈삼진을 잡아낸 것에 비해 12볼넷 1사구 25피안타(1피홈런)를 허용하며 벌써 11실점했다. 7월에만 평균 자책점이 6.52에 블론 세이브 2개가 있었을 정도로 오승환도 한 번 읽히면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8월에 들어와서 오승환은 다시 최근 3경기 연속 세이브에 성공하며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있다.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6월에 모든 경기를 1이닝만 던졌는데 7월에 1이닝을 초과한 경기가 2경기가 있고 8월에는 벌써 4경기 중 3경기나 1이닝 초과 등판을 한 것이다.

롱 릴리프라고 하면 괜찮겠지만, 만 38세의 마무리투수에게 1이닝 초과 등판을 너무 자주 소화하는 오승환은 최근 등판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삼성의 불펜이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리즈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승환에게 다소 많은 이닝을 맡기게 된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지난 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 때문에 1이닝 초과 등판이 너무 잦아지면 아무리 오승환이라도 구위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빠른 공의 속도가 떨어진 모습인데 등판을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7월 15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의 블론 세이브 및 역전패와 같은 모습이 자주 발생할 수도 있다.

KBO리그와 아시아, 세계에서의 위치는?

오승환은 이미 아시아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세 뒤를 이은 아시아 선수 3위는 도합 386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인데, 그는 KBO리그에서 258세이브(역대 3위)를 기록했고 일본에서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서도 6경기에 등판했고 세이브나 홀드는 없었다. 임창용은 선발투수 활약 이력도 있어 커리어 통합 141승 99패 40홀드 386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과 이와세, 임창용의 뒤를 이어 사사키 가즈히로가 381세이브(일본 252세이브 + 메이저리그 129세이브)로 이 부문 4위다. KBO리그에서도 한 시즌 뛴 적이 있는 다카쓰 신고가 347세이브(일본 286세이브 + 메이저리그 27세이브 + KBO리그 8세이브 + 대만 26세이브)로 5위다.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세계 마무리투수들 중에서도 오승환보다 세이브를 많이 기록한 선수는 드물다.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와 트레버 호프먼(601세이브)을 필두로 리 스미스(478세이브),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437세이브), 존 프랑코(424세이브) 그리고 빌리 와그너(422세이브)까지 6명만이 오승환보다 많은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 기록 한정에서는 오승환의 뒤를 따라오는 마무리투수들이 아직 멀리 있다. 오승환과 동갑인 역대 2위 손승락(271세이브)은 지난해까지 활약한 뒤 은퇴했고, 역대 3위 임창용(1976년생)은 만 42세였던 2018 시즌까지 선수로 활약한 뒤 은퇴했다.

현역 2위 정우람(1985년 6월 1일 생)이 현재 173세이브인데, 만 35세인 그가 오승환의 KBO리그 기록을 따라잡으려면 평균 20세이브 이상의 시즌을 6번 이상 보내야 한다. 그러나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만큼 그러한 성적을 40대 초반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정우람은 2018년에 35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포함하여 도합 4번의 20세이브 시즌을 보낸 적이 있다. 정우람이 군 복무 이전에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던 것을 감안하면 본격적으로 세이브를 적립한 시점이 늦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오승환은 향후 10년 이상은 KBO리그의 다른 마무리투수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대기록을 쓰고 있는 셈이다. KBO리그에서 젊은 마무리투수 일부가 소속 팀에서 꾸준히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중에서 롱런에 성공할 경우에만 오승환의 KBO리그 한정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이 통합 기록에서는 현실적으로 와그너와 프랑코, 로드리게스의 기록 정도까지는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임창용처럼 40대가 된 이후에도 몇 년 더 활약한다면 스미스의 기록까지는 노려 볼 수도 있다.

구속이 떨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부상만 없다면 오승환 역시 임창용처럼 40대 현역에 도전할 수 있다. 아시아 야구 역사에 그 누구도 가지 못한 새로운 세이브 기록을 끝판대장이 어디까지 기록을 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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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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