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허리 아프겠다!" 11일 청룡기 결승전이 끝나고 장충고 선수들이 우승기 옆에서 송민수 감독을 헹가레하고 있다.

▲ "감독님 허리 아프겠다!" 11일 청룡기 결승전이 끝나고 장충고 선수들이 우승기 옆에서 송민수 감독을 헹가레하고 있다. ⓒ 박장식

 
이틀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제75회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결승전이 1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결승전에서는 장안고, 세광고 등을 꺾고 오른 장충고등학교와 유신고, 안산공고 등을 꺾었던 광주동성고가 맞붙어 외나무다리 위에서 우승기 경쟁을 펼쳤다. 

10일 오후 2시 30분 시작된 경기는 목동야구장이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2회 초 서스펜디드 경기가 되었다. 이에 따라 11일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하늘은 장충고의 편이었다. 장충고는 박태강, 박정민 등을 앞세운 마운드와 정준영, 안재연 등 기회를 놓치지 않은 타자들의 활약으로 스코어 9-7로 우승을 차지했다.

1박 2일 경기 잊게 한 명품 타격전
 
10일 시작된 경기에서 광주동성고와 장충고는 빗속 싸움을 펼쳤다. 먼저 광주동성고가 1회부터 앞서 나갔다. 김도영이 장충고의 선발투수 박상언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가자, 이준범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포를 가동하며 먼저 두 점을 올렸다. 그러자 장충고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바로 1회 말 장충고가 반격에 나섰다. 만루 상황 박건우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따라간 뒤, 김태정의 스퀴즈번트 직후 동성고의 실책이 나오며 단숨에 두 점을 달아나 역전했다. 이어 선승준의 희생 번트 등이 나오는 등 무려 여섯 점을 만드는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어 2회 초 동성고가 1아웃 상황 김성도의 2루타와 김시앙의 볼넷으로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지만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로 인해 방수포를 덮고 경기 중단에 들어갔다. 결국 다시 경기를 시작하지 못한 채 다음날인 11일로 늦추는 서스펜디드 선언이 나오며 방망이도, 마운드도 다음 날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11일 오후 1시 시작된 2회 초, 다시 김도형이 우전안타로 만루 상황을 만들어낸 데 이어 리드오프 김도영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달아났다. 그 상황, 장충고의 송민수 감독은 박상언을 내리고 원래대로였으면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선수를 올렸다. 비 덕분에 휴식일을 채운 장충고의 에이스, 박태강 선수가 마운드 위에 올랐다.

비가 만든 행운, '승부사' 박태강의 5.2이닝
 
 결승전에서도 마운드 위에 오른 장충고 박태강 선수.

결승전에서도 마운드 위에 오른 장충고 박태강 선수. ⓒ 박장식

 
박태강 선수는 10일 경기가 끝까지 진행되었으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8일 준결승에서 세광고를 상대로 73개의 공을 던져 2일의 의무휴식을 가져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11일로 순연되면서 박태강은 마운드 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박태강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등판 때문이었는지 상대 최성민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보냈다. 잠시 마음을 다잡은 박태강은 이준범과 박건을 연속으로 삼진처리했다. 두 점차가 되자 장충고도 2회 말 안재연의 안타, 김우석의 좌중간 가르는 2루타로 1점을 더 달아내며 스코어 7-4를 만들었다.

동성고는 3회 말 상대 박태강이 보크 선언을 받아 흔들린 틈을 타 김성도의 적시타로 다시 한 점을 따라갔지만, 박태강은 김시앙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김도영까지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그렇게 박태강의 자신감이 올라왔다. 7회까지 투구 한계를 꽉 채우는 105구를 던지며 7개의 탈삼진까지 뺏었다.
 
 11일 열린 장충고와 광주동성고의 청룡기 결승전에서 동성고 김도영 선수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11일 열린 장충고와 광주동성고의 청룡기 결승전에서 동성고 김도영 선수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다. ⓒ 박장식

 
장충고 역시 5회 한 점을 더 달아나며 스코어 8-5를 만들어 마운드의 부담을 덜었지만, 광주동성고도 8회 박태강이 강판되자 양수현을 상대로 아웃카운트 없이 만루를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이어 오른 박정민을 흔드는 희생 플라이 두 번으로 두 점을 따라갔지만, 2사 3루 상황 지명타자 서하은이 삼진을 당하며 1점 차에 막혔다.

장충고도 다시 8회 말 한 점을 달아나며 두 점차로 경기를 달아오르게 한 9회 초, 장충고의 마운드에는 다시 박정민이 올랐다. 박정민은 지난 이닝에서의 실점을 잊고 임주찬을 상대로 땅볼, 김성도에게는 삼진을 거두었다. 김시앙에게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다시 김도형을 삼진 처리했다.

경기 종료가 되고, 우승을 확정지은 그 순간 박정민은 박건우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어 선수들이 모두 달려왔다. 선수들은 모두가 포옹하며 우승의 순간을 함께 공유했다. 장충고등학교가 전국 대회 13년만의 우승, 그리고 창단 첫 번째 청룡기의 우승을 기뻐하던 순간이었다.

송민수 감독 "우승, 어떤 기분인지 알겠습니다"
  
 11일 청룡기 우승의 순간 장충고 선수들이 유니폼을 하늘로 던지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11일 청룡기 우승의 순간 장충고 선수들이 유니폼을 하늘로 던지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박장식

 
청룡기의 최우수선수와 수훈상으로는 장충고의 주장 김태정, 우수선수로는 박태강이 뽑혔다. 감투상에는 동성고의 김영현이, 도루·최다안타·최다득점에는 동성고 김도영이 올랐다. 타격상에는 11타수 8안타를 기록한 세광고 박주원이, 감독상에는 장충고 송민수 감독이 올랐다.

송민수 감독은 "우승하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겠다. 너무 좋다. 헹가레를 얼마나 받았는지 허리가 아프다"며 웃었다. 송 감독은 "'우승하면 어떻게 하겠다'를 꿈에서만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말하니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105구를 던지는 투혼을 보여준 박태강 선수도 "결승전에 못 나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하느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경기장 밖에서는 우승을 축하하는 장충고 학부모들과 선수들의 행사가 소소하게 열렸다. 선수들은 우승의 순간까지 함께해준 부모님 앞에서 가장 늠름한 얼굴로 섰고, 학부모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을 환영했다. 

목동은 하루 정도의 휴식을 가진 뒤 13일부터 22일까지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강릉고, 북일고 등의 학교들이 다시 우승을 위해 정비에 나서는 대통령배 대회에는 32개 학교가 참가해 우승기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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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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