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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오후 관저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오후 관저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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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에 대한 일본의 전략이 급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차기 총리 유력후보인 고노 다로 방위상(대신)의 4일자 기자회견도 그 징후 중 하나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쳤을 뿐 아니라 '대북 공격에 한국 동의마저 필요 없다'고 발언한 게 바로 그것이다.
 
1945년 패망 이후 일본 방위정책은 수비에 전력하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전략이다. 이를 깨고자 하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있었다. 자위대의 선제공격을 가능케 하는 '적 기지 공격론'이다. 2019년 <국방연구> 제62권 제2호에 게재된 김재엽 국방전략대학원 초빙교수의 논문 '보통 국가 일본의 군사적 함의: 집단적 자위권, 적 기지 공격론을 중심으로'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일본에서 적 기지 공격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1956년 일이다. 하토야마 당시 수상이 일본에 대한 미사일 공격 예를 들어 '영토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수방관하는 것을 헌법의 취지라고 할 수는 없다. 적의 공격을 막는 데 다른 수단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적 영토의 기지를 공격하는 것도 자위권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에서 그 기원을 둔다.
 
하토야마 이치로의 적 기지 공격론은 당시 전수방위 원칙에 눌려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그랬던 것이 1990년 전후의 냉전 종식 이후 다시 꿈틀대다가, 최근 들어 북한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명분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950년대 제기됐던 '적 기지 공격론'의 재부상
 
지금 일본에서는 전수방위 원칙과 적 기지 공격론을 조화시키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서로 정반대 개념이라서 상호 조화될 수 없는 두 가지를 어떻게든 끼워 맞춤으로써 국제사회 견제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제기되는 것이, 적대국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을 때 적대국의 미사일 기지를 먼저 타격하는 방안 등이다. 이런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전수방위가 아니라 선제공격이지만, 이것마저 전수방위에 끼워 맞추는 방향으로 안전보장정책 재검토가 추진되고 있다. 방위성에서 열린 4일 자 기자회견에서는 이런 질문이 나왔다.

"안전보장의 재검토와 관련해, 자민당 제안에 있었던 것 같은 '상대국 영역에서의 미사일 저지 능력'을 검토하는 경우에는요. 주변국의 이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현상적으로 보면 중국이나 한국 같은 국가들로부터 방위정책의 재검토에 관해 충분한 이해를 얻을 만한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생각되는데요. 방위정책 책임자로서 현상 인식과, 향후 만약 이해를 구할 경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있으면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상대국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할 경우에 한국과 중국의 양해를 어떻게 구할 것이냐는 위 질문에 대해, 고노 다로는 "주변국이 어디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질문한 기자가 분명히 '중국이나 한국'이라고 언급했는데도 재차 그렇게 되물은 것이다.
 
그 기자가 "주로 중국이나 한국이 됩니다"라고 답하자, 고노 다로는 "주로 중국이 미사일을 증강하는 때에 어째서 그런 양해가 있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중국을 상대로도 적 기지 공격론이 가동될 수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답변이다.
 
고노 다로 방위상의 의미심장한 답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7월 23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시찰한 후 취재에 응하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지난7월 23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통신학교를 시찰한 후 취재에 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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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그 기자는 "한국에 관해서는 어떻습니까?"라고 재차 질문했다. 만약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고자 한다면 한국의 양해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일본 방위상은 이렇게 답변했다.
 
"어째서 한국의 양해가 필요한 겁니까? 우리나라 영토를 방위하는 일에(何で韓國の了解が必要なんですか。我が國の領土を防衛するのに)."

일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통해 한국군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빨리 입수할 수 있다. 또 일본은 미국 주도 하의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에서 미국 동아시아 정책을 대리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한국의 사전 양해 없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일본의 한반도 정책이 신(新)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유사한 조짐은 2019년 7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서도 살짝 드러났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까다롭게 만들면서 당시 명분으로 안보상 이유를 내세웠다. 경제보복을 합리화하고자 안보상 우려를 거론한 측면도 있지만, 그런 우려가 불식된 지금도 여전히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으니 아베 내각 안에서 한반도 전략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일본은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

박정진 쓰다주쿠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2019년 9월 기고한 '아베 내각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 추진의 배경과 한국의 위치'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작년 7월 1일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한국 반도체 소재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조치'를 언급하던 중에 나온 부분이다.
  
문제 발단인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의 첫 번째 항목에는 이미 한국을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공지하고 있었다(리스트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일본이 민감한 물품을 수출하는 데 있어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함 - 편집자 주). 이는 처음부터 경제 및 통상 논리에 근거한 조치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특정 국가를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안전보장정책에서 해당 국가의 위상을 재정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역사 의제를 둘러싼 오랜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를 지탱해온 것은 안보협력이었다. 따라서 안전보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재고는 양국관계의 근본적인 재편을 초래한다. 일본 정부는 바로 그 시작을 공표한 것이다.
 
경제보복은 한국에 대한 안보 정책을 재검토하는 전략 수정의 징표라고 그는 설명한다. 아베 내각이 그런 전환을 꾀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한반도 통일정책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핵무기를 보유한 강력한 통일 한국'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위 논문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을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통한 중국의 세력팽창을 견제할 목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2월부터 공식 가동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에 아베 신조한테서 먼저 나왔다. 2018년에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가 <국방연구> 제61권 제3호에 기고한 '일본 아베 정부의 미·일 동맹 정책과 지구본 외교'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2016년 8월 아베 총리가 케냐에서 표방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위를 갖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아베 총리는 적극 동조하고 참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7년 11월 6일 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 지도자는 인도 및 호주와 협력하여 아태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동으로 표명하였다.
 
기업의 해외 지사는 본사 지시에 따라 활동하지만, 본사 지시 중에는 지사의 건의에 기초한 것도 많다.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 대리인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상당 부분 동아시아에 걸쳐 있다. 따라서 일본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이 전략에 입각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어느 정도는 일본의 의중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일본 수도권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의 골프장에 도착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5월 일본 수도권 지바현 한 골프장에 도착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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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반영됐을 수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가동되는 지금,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연상케 하는 현상이 일본의 대(對)한국 압박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중국을 안보상의 위협 세력으로 부각시키는 것처럼, 일본 역시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과 더불어 안보상의 문제 제기를 걸고 있다.
 
물론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한국 압박이 미국의 중국 압박처럼 전면화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두 개의 압박이 규모에서만 다를 뿐 내용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가 보기에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는 일본이 중국을 대하는 자세로 한국을 대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베 신조의 머릿속에서 한국과 북한과 중국이 동일한 카테고리로 묶여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이다.
 
작년에 일본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하면서 남북한 연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나, 북한을 상대로 하는 '적 기지 공격' 때 한국의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냐고 일본 방위상이 반문하는 것은 일본이 남북한과 중국을 한 데 묶어 새로운 안보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이 전통적인 한일관계와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에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의미한다. 한국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안보관을 정립할 필요성을 촉구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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