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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청년들은 왜 자발적으로 시험기계가 되는가 http://omn.kr/1obvw
 
 방역용 마스크 모습
 방역용 마스크 모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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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총 확진자 수가 현재 18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100년에 한 번 나올 보건 위기"라고 평가했다. 물론 코로나19는 과거 세계 인구의 20%를 사망케 한 흑사병이나 심지어 동종의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SARS, 치사율 9.6%)와 메르스(MERS, 치사율 20.5%)에 비하면 병 자체의 영향은 치명적이지 않지만, 그 엄청난 전염력만으로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각 선진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가장 확진자가 많은 미국을 포함 확진자가 10만 명이 넘어가는 국가 중에는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과 같은 국가들도 있다. 자신 있게 '집단 면역'을 천명하며 전 국민의 자유로운 교류를 방관했던 스웨덴도 5월 초 항체 형성률이 7%대에 그치면서 현재 확진자 수가 8만 명이 되었다.

반면 한때 확진자 수 세계 2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현재 74위로 훌쩍 떨어지면서 코로나19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축에 속하게 됐다. '방역 구멍' 취급을 받던 한국은 지금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와 진단키트 등을 수출하며 방역 선진국이 되어있다. 한때는 한국을 탈출하려던 외국인 선수들이 도로 재입국을 희망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마스크로 드러나는 시민의식
  
 시위대 모습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시위대 모습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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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 차단'이 핵심인 코로나19가 퍼져나가는 양상을 살펴보면 지리적 특성이나 문화의 영향이 있다고 해도 승부처가 갈린 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4월 30일 미국 미시간에서는 '코로나 봉쇄령 반대' 시위가 격화되어 무장한 시민들이 의회를 점거하는 일이 일어났다. 시위 자체는 봉쇄로 인한 실업과 생계 불안을 우려한 것이었으나,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하는 국민의 모습은 미국 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이 정도의 극단은 아닐지라도 유럽 선진국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두고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같은 시기 한국은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국민이 너도나도 마스크를 구매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다양한 이슈로 시위와 집회가 벌어졌지만, 마스크 착용만큼은 준수했다. 하지만 꼭 집단 행사나 마스크 착용이 아니어도 대체로 국민은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지키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 자체만 보더라도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이지만 그것이 집단적으로 행해졌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의 차이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치가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오히려 사소하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대책은 강한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고 개개인의 시민 의식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예방'은 당장 드러나지 않은 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일관된 대비가 중요한데, 한국은 여기서도 저력을 보여준다.
 
 울산 북구 화봉동 일대 모습
 울산 북구 화봉동 일대 모습
ⓒ 황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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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울산 지역엔 중심가를 비롯한 시 외곽 시가지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에 나왔다. 울산은 해외 입국자를 제외하면 한 달 평균 확진자가 한 명 혹은 그에 못 미칠 정도이지만, 시민들은 한결같이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줄어든 확진자에 방역 태세가 느슨해질 법도 한데 시민들은 완전한 종결이 오기 전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을 기세다. 

비단 울산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행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가 감염의 위험이 높으나 낮으나 생활 방역을 실천함으로, 예기치 못한 사태를 꾸준히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크가 넘쳐나고 손소독제가 지천에 깔려있으면 무엇 하는가. 사람들이 쓰지 않는다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다. 

질병관리본부를 필두로 한 국가 방역 체계가 잘 작동되고 외신에서도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조명하곤 하나,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이면에 '높은 시민 의식'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결코 단기간에 벌어진 캠페인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며, 분명 한국인들 내면에 자리 잡은 저력에서 비롯된다.

선진 시민의 새로운 표본
 
 촛불시위 모습
 촛불시위 모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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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도 한국인들은 언제나 위기에 강했다. 한계에 안주하지 않고 한계 너머를 돌파하려는 마음가짐과 오래도록 비인간성과 맞서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은 전쟁 폐허를 이겨내고 경제 대국을 건설하는가 하면 혼란한 사회를 틈타 권력을 남용하는 독재자들을 평화적으로 몰아내기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짓밟는 행위에는 강렬히 저항하지만, 공동체의 위험이 닥쳐왔을 때는 책임감 있게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세계 속에서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따금 외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K-양심'처럼, 우리는 스스로 내재된 가치에 대해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라는 미명 아래 가려진 이기심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시대 속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의식은 과연 높이 살 만한 가치다. 꼭 거창한 행사와 치적 사업을 벌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국가 브랜드가 되고 나아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우수함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 스스로 일군 물질적 결과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결과물에 대해서도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는 '선진적'이라는 개념에 대한 열등감이 팽배해있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또한 그런 만큼 그 정신적인 가치를 지각하고 지키는데 지속적인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소하지만 거대한 그 차이를 스스로 지각해 앞으로도 선진 시민의 표본이 되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글쓴이의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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