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과 김구라 간의 '방송 태도'를 둘러싼 공방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방송 혹은 방송인에 관련된 진지한 비평이나 담론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제3자들이 나서서 해당 연예인들의 과거사를 거론하며 싸움을 붙이거나 치부를 들추는데 혈안이 된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아무 관련없는 동료 연예인들이 소환되는가 하면, 사안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자극적인 보도들이 넘쳐난다. 

최근 방송인 남희석이 개인 SNS를 통하여 MBC <라디오스타>의 MC로 활동 중인 김구라의 방송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남희석은 김구라의 방송태도를 두고 게스트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으며, 출연자들이 김구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구라는 이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대신 나서서 "김구라는 무례한 MC가 아니"라고 해명하며 변호에 나섰다. 

남희석-김구라 논란에 엇갈리는 반응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남희석의 평가가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고, 같은 방송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너무 일방적인 해석이고 표현방식이 무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구라의 방송스타일은 오랫동안 지켜온 그만의 캐릭터이고, 지금까지 방송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들이 김구라의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김구라를 비판했던 남희석도 일부 매체들과 누리꾼들의 흑역사 들추기로 역풍을 맞기도 했다. 과거 동료 연예인인 홍석천이나 강예빈 등에게 했던 언행들이 재조명되면서 이른바 '남희석이 김구라에게 매너나 예의를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식의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중 당사자로 지목된 홍석천은 개인 SNS에 "남희석과 관련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안타까운 부분은 이 사건이 연예 언론들에게서 주로 남희석과 김구라간의 '인성' 문제나 '과거사'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지며 자극적인 가십 위주로 매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남희석의 문제 제기는 김구라라는 방송인의 캐릭터와 진행스타일에 대한 평가였다. 김구라에 대한 사적인 불만토로나 인신공격과는 거리가 있다. 같은 분야간의 공개 평가를 금기시하는 한국 연예계의 특성상 이례적인 장면이기는 하지만,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한국 방송가에서 김구라라는 인물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과 가치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는 엄연히 존재했다. 그리고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특정한 방송인 혹은 논란이 있는 캐릭터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주제였다.

남희석의 발언은 그동안 방송가 내부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화두를 공론화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남희석의 시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고, 김구라의 캐릭터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방송가에서 이런 주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었다는 점이다.

많은 연예언론이나 대중들은 남희석이 김구라를 감정적으로 '저격'했다는 자극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췄다. 가십만 있고 깊이있는 연예 담론이나 비평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는 국내 연예 저널리즘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내가 잘냤냐, 네가 잘났냐' 개인간 우월의 문제로만 따지기 시작하면 애초에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김구라의 침묵과 회피도 아쉬운 대목이다. 남희석과 감정적으로 언쟁을 주고받는 싸움구경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공중파 방송사 시상식의 모순에 거침없이 일침을 놓기도 하고, 희극인 후배들을 면전에 두고 <개그콘서트>가 왜 망해갈 수밖에 없었는지 조목조목 비판적 분석을 늘어놓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오직 김구라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김구라 개인의 캐릭터와 방송스타일'도 비평의 대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타인에게 항상 냉정하고 분석적인 잣대를 들이밀었던 김구라라면, 본인 역시 누군가에게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구라는 <라디오스타> 제작진 뒤에서 침묵만을 지키고 있으며, 그 사이에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은 본질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남희석-김구라 두 사람의 논란은 조회수 뽑아내기에만 혈안이 된 황색 연예 저널리즘의 무분별한 편가르기와 흑역사 경쟁만 양산시켰을 뿐이다.
김구라 남희석 연예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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