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팀 대구 FC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아찔한 위기를 만났다. 투지 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선민이 VAR 판독 끝에 퇴장당한 것이다. 그래서 약 60분 이상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버텨야 했다.
 
 2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 장면

2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 장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 흐름이라면 홈 팀 수원 블루윙즈가 시즌 첫 연승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구 FC 선수들이 또 한 번 입증했다.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골잡이 에드가가 36일 만에 돌아와 믿기 힘든 극장 결승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이병근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2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36분 이후 10명이 뛰면서도 후반전 교체 선수 에드가의 짜릿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대구 FC는 이 놀라운 승리로 5위에서 3위까지 뛰어올라 리그 상위권 순위표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놓았다.

무너지지 않은 10명의 대구 FC

게임 시작 휘슬이 울리고 약 35분이 흐른 시간에 위험 지역이 아닌 곳에서 아찔한 태클이 나왔다. 비 때문에 가뜩이나 미끄러운 그라운드 위 공을 따내기 위해 대구 FC 미드필더 김선민이 몸을 날렸다. 수원 FC 측면 미드필더 한석희보다 김선민이 먼저 공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한석희의 정강이를 축구화 바닥으로 걷어찬 꼴이 됐다. 조지음 주심은 김선민에게 노란 딱지를 내밀었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룸에서는 온 필드 뷰를 제안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카드 색깔이 빨강으로 바뀐 것이다. 대구 FC 입장에서는 미끄러운 잔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김선민이 다리를 끝까지 들어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이후 시간을 고스란히 10명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일단 중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왼쪽 날개 공격수인 김대원이 가운데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왔고, 전반전 종료 직전에는 팀의 에이스 세징야를 빼고 미드필더 츠바사를 들여보내는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래도 대구 FC는 후반전을 통째로 버텨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 뛰어야 했다. 홈 팀 수원 블루윙즈의 공격이 예상대로 더 강하게 몰려왔다. 52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염기훈의 왼발 크로스 궤적이 골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난해 만큼은 아니어도 골잡이 타가트의 머리로 정확하게 날아들었기 때문에 1577명 홈팬들은 당연히 타가트의 골에 박수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타가트의 헤더 슛은 대구 FC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10분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기습적으로 찔러준 왼발 얼리 크로스를 박상혁이 받아서 왼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대구 FC 골키퍼 구성윤이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그 공을 쳐냈다. 이렇게 몇 차례의 실점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대구 FC는 마지막 교체 카드로 대반전을 꿈꾸기 시작했다. 78분에 골잡이 데얀 다미아노비치를 빼고 에드가를 들여보낸 것이다. 

지난 6월 27일 DGB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9라운드 강원 FC와의 홈 게임(대구 FC 2-1 강원 FC) 이후 36일만에 에드가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딱 10분 만에 믿기 힘든 극장 골이 에드가의 발끝에서 나왔다. 믿었던 수원 블루윙즈의 센터백 헨리가 미끄러운 잔디 위에 바운드 되는 공을 어설프게 처리하다가 에드가에게 빼앗긴 것이다. 그리고 헨리가 미끄러지기까지 했으니 88분에 벌어진 그 상황은 빅 버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에드가가 놓칠 리 없었다. 각도를 줄이며 앞으로 나온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양형모의 위치를 바라보며 오른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이후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이어졌지만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대구 FC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36분부터 90+5분이 다 흐를 때까지 약 60분 이상의 시간들을 대구 FC 선수들 10명이 이를 악물고 잘 버틴 것이다.

이 극적인 승리로 순위표를 두 계단이나 뛰어올라 3위가 된 대구 FC는 오는 8일(토) 오후 8시 DGB 대구은행파크로 2위 전북 현대를 불러들여 흥미로운 게임을 펼치게 됐다. 10위 수원 블루윙즈도 같은 날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가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를 만난다.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결과(2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0-1 대구 FC [득점 : 에드가(88분)]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타가트
AMF : 염기훈, 박상혁(74분↔김건희), 고승범, 한석희(63분↔명준재)
DMF : 이상민
DF : 김민우, 민상기, 헨리, 구대영(79분↔양상민)
GK : 양형모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67분↔이진현), 세징야(45분↔츠바사), 데얀(78분↔에드가)
MF : 신창무, 김선민, 류재문, 정승원
DF : 김우석, 정태욱, 조진우
GK : 구성윤
- 퇴장 : 김선민(36분)

2020 K리그 원 14라운드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35점 11승 2무 1패 34득점 10실점 +24
2 전북 현대 32점 10승 2무 2패 23득점 9실점 +14
3 대구 FC 25점 7승 4무 3패 26득점 16실점 +10
4 상주 상무 25점 7승 4무 3패 17득점 18실점 -1
5 포항 스틸러스 24점 7승 3무 4패 27득점 17실점 +10
6 강원 FC 16점 4승 4무 6패 18득점 22실점 -4
7 부산 아이파크 15점 3승 6무 5패 15득점 19실점 -4
8 광주 FC 14점 4승 2무 8패 13득점 20실점 -7
9 성남 FC 14점 3승 5무 6패 10득점 16실점 -6
10 수원 블루윙즈13점 3승 4무 7패 13득점 17실점 -4
11 FC 서울 13점 4승 1무 9패 12득점 30실점 -18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5점 5무 9패 8득점 22실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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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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